지난해 3월부터 절차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목표 2025년 6월
24개월 운영변경허가 심사 기간 줄인다면 재가동 앞당길 수도
고리원전 3‧4호기와 한빛원전 1호기도 가동 중단 불가피 관측돼
【에너지타임즈】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금지했던 운영허가 만료 원전에 대한 계속 운전이 본격화된 가운데 준비가 되지 않아 고리원전 2호기를 시작으로 가동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장 고리원전 2호기가 내달 8일부터 가동을 중단하게 된다. 통상 3.5년이 걸리는 계속 운전 준비 기간을 단축하더라도 빨라야 2025년 6월에나 재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산업부 추정으로 1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LNG 가격 등을 고려할 때 고리원전 2호기가 가동되지 못하고 가스복합발전이 가동될 때 1조5000억 원에 이르는 LNG를 추가로 도입해야 하고 비용 증가는 고스란히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고리원전 2호기 뿐만 아니라 2025년까지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원전인 고리원전 3‧4호기와 한빛원전 1호기도 물리적인 기간을 고려할 때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 세 번째 상업용 원전인 고리원전 2호기(발전설비용량 650MW)가 오는 8일 40년간 운영허가를 만료하게 되면서 가동을 중단한다. 계속 운전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음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다.
29일 산업부는 공식 자료를 내고 운영허가 만료 이후 원전을 계속 운전하기 위해선 안전성 심사와 설비 개선 등을 위해 3~4년에 걸친 절차가 필요한데 고리원전 2호기는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계속 운전을 위한 준비를 하지 못해 당분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고리원전 2호기가 가동 중단 없이 계속 운전을 하기 위해선 운영허가 만료 3~4년 전인 2019년이나 2020년에 계속 운전 절차를 시작했어야 했다. 그러나 계속 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고리원전 2호기에 대한 계속 운전 여부가 지금까지 미뤄져 온 것이다. 그러다 정권 교체 후 원전 정책이 전환되면서 고리원전 2호기 계속 운전이 정책적으로 결정된 바 있다.
운영허가 만료 원전의 계속 운전 절차는 ‘한수원 자체 안전‧경제성 평가와 이사회 의결(6개월가량)’에 이어 ‘주기적 안전성 평가보고서 제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주민 공람 / 의견수렴(6개월가량)’, ‘주기적 안전성 평가보고서 심사(18개월 이내)’, ‘운영변경허가 심사 / 승인(24개월)’, ‘설비 개선(12개월가량)’ 등이다. 이 절차를 소화하는 기간이 대략 3.5개월에 이른다.
원자력안전법은 운영허가 만료 2~5년 전에 사업자가 계속 운전 신청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한수원은 고리원전 2호기 계속 운전을 신청하지 않았다.
앞서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고리원전 2호기에 대한 계속 운전을 신청하지 않고 추후 결정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한수원은 계속 운전 신청을 맞추지 못한 것에 대한 벌금을 내야 한다.
앞으로 관건은 고리원전 2호기가 가동을 중단하는 기간이다. 현행법으로 보면 최소 2년이다. 앞서 산업부와 한수원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준비를 해왔으나 현행법상 물리적 소요시간이 그렇기 때문이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원회 시절이었던 지난해 3월부터 고리원전 2호기 계속 운전과 관련된 절차에 착수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4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고리원전 2호기 계속 운전 주기적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제출했고,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지역주민 의견수렴 등을 추진했다. 또 이달 중에 고리원전 2호기 운영변경허가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청한다.
그러면서 한수원은 고리원전 2호기에 대한 규제기관 심사와 설비 개선 등을 위해 가동을 일정 기간 멈추게 되나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최대한 일정을 앞당겨 2025년 6월 재가동을 목표로 잡았다.
이 목표대로라면 고리원전 2호기는 2년 2개월 동안 가동을 멈추게 된다. 2년이 물리적 시간인 이유는 운영변경허가 심사가 24개월이기 때문이다.
한수원이 계속 운전을 위한 절차에 3.5년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고리원전 2호기 재가동을 2025년 6월로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관련 절차를 병행해 추진할 경우 기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한수원은 18개월 걸리는 주기적 안전성 평가보고서 심사와 24개월 걸리는 운영변경허가 심사, 12개월 걸리는 설비 개선 등의 절차를 병행해 추진하기로 했다. 기간이 가장 긴 절차인 운영변경허가가 완료되는 시점에 고리원전 2호기 재가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수원은 월성원전 1호기 계속 운전 당시에 이 같은 방법을 추진한 바 있다.
산업부 측은 2025년 6월 재가동과 관련해서 확정 기간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재가동 목표가 빠듯하다는 것으로 한수원이 성실한 심사 대응과 신속한 안전 투자를 통해 조기 가동 재개에 역량을 집중해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가 앞장서 준다면 고리원전 2호기 재가동을 앞당길 수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물리적인 시간인 운영변경허가 심사 기간을 줄여준다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은 고리원전 2호기 가동 중단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재가동을 앞당긴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고리원전 2호기 재가동은 가장 저렴한 발전원인 원전의 발전량 늘림으로써 전기요금 인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고 발전단가가 큰 가스복합발전 가동률을 대체함으로써 현재 전력시장 기준으로 가스복합발전 연료인 LNG 수입을 줄여 연간 11억7000만 달러(한화 1조5233억4000만 원가량)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JKM LNG 가격 기준 톤당 1776달러(한화 231만2352원가량)를 반영한 결과다.
특히 고리원전 2호기 계속 운전 준비 기간을 줄이는 것은 앞으로 줄줄이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원전에 대한 계속 운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산업부와 한수원의 목표대로 고리원전 2호기가 2025년 6월 재가동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고리원전 3‧4호기와 한빛원전 1호기의 가동 중단이 사실상 불가피하다. 고리원전 3호기(발전설비용량 950MW)는 2024년 9월, 고리원전 4호기(950MW)는 2025년 8월, 한빛원전 1호기(1000MW)도 2025년 12월에 운영허가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고리원전 2호기 계속 운전과 함께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원전에 대한 계속 운전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측은 고리원전 2호기의 조속한 계속 운전이 안전성을 전제로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며, 이번 가동 중단에도 불구하고 전력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고리원전 2호기 가동 중단과 같은 유사한 사례를 방지하고 사업자와 규제기관이 충분한 안전성 확인과 심사 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계속 운전 신청 시기를 앞당기는 조치를 완료한 바 있다.
앞선 지난해 12월 계속 운전 신청 기간을 운영허가 만료 5~10년 전으로 변경하는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이 개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