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타임즈】 고준위 특별법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생사기로에 놓인 신세가 됐다. 2월 임시회가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일정 등을 고려할 때 2월 임시회에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21년 9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이인선‧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2022년 8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각각 발의한 바 있고 현재 병합심사 중이다.
고준위 특별법은 국회 산업위에서 논의됐으나 공회전하면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자 여야는 2+2 협의체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정치적 변수가 다수 발생하면서 돌고 돌아 다시 산업위로 돌아왔다. 여야가 각각 발의한 법안인 만큼 산업위를 통과한다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다만 여야가 공감하고 있는 고준위 특별법이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유는 설계수명 기간에 발생한 고준위만 처리할 것이냐 아니면 계속운전 기간까지 발생한 고준위까지 처리할 것이냐가 결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설계수명까지를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계속운전까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원전 가동은 선택의 문제지만 고준위 문제는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했으니까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원전이란 큰 관점에서 보면 연계성이 있으나 성격만 보면 전혀 다른 문제다. 따로 봐야 하는 문제로 원전 가동 여부와 고준위 문제를 연결하면 안 된다.
원전업계는 고준위 특별법에 이 내용을 빼자고 하지만 정치권은 이 문제를 억지로 끌어들이면서 갈등을 유발한 측면이 강하다. 여야가 스스로 놓은 덫에 걸린 것이다.
여야가 스스로 놓은 덫에 걸리면서 정작 고준위 특별법 제정 취지는 희석되는 분위기다.
고준위 특별법은 장기적으로 고준위 방폐장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이 법이 있어야만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 갈 길이 바쁜데 고준위 특별법이 없으면 아무런 것도 할 수 없어 원전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단기적으로 고준위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는 습식저장조 포화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지금 건설되는 원전은 설계수명인 40년간 발생한 고준위를 저장할 수 있도록 습식저장조가 건설되나 과거에 건설된 원전의 습식저장조 공간은 20년이다. 그래서 습식으로 냉각하지 않아도 되는 고준위를 저장하는 건식저장시설 건설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수원은 원자력안전법에 의거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해 운영할 수 있으나 그에 따른 지역지원 사업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갈등 유발이 불가피하다. 다만 고준위 특별법은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것은 물론 지역지원 사업을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어 수용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고준위 특별법은 탈원전 정책이나 친원전 정책을 떠나 우리가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했다면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인 것이다.
여야는 더 늦기 전에 스스로 놓은 덫에서 스스로 빠져나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