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기본계획 무용론 제기…공산국가나 하는 일
전력수급기본계획 무용론 제기…공산국가나 하는 일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3.11.2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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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회장-사실상 에너지 정책 결정되면서 정치적 바람 불가피
손양훈 교수-그동안 시행착오와 오류 지적하며 무능화 시대 진단
정연제 교수-다른 국가처럼 수급전망 중심으로 성격 재정립 제시
박주헌 교수-법정계획 묶이면서 에너지 위기 불러올 수도 우려해
박종배 교수-정치‧이념화 먼저 벗어나야…공‧시장 영역 구분해야
지난 27일 롯데호텔(서울 중구 소재)에서 전력산업연구회가 합리적인 전원구성을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방향을 주제로 한 2023년도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난 27일 롯데호텔(서울 중구 소재)에서 전력산업연구회가 합리적인 전원구성을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방향을 주제로 한 2023년도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에너지타임즈】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전력수급기본계획 무용론이 불거졌다. 예측이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악용되면서 에너지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참여했던 좌장급 전문가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낸 것인데 이들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잣대가 아니라 전망과 시나리오를 발표하는 수준에서 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력산업연구회(회장 조성봉)는 합리적인 전원구성을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방향을 주제로 한 2023년도 정책세미나를 지난 27일 롯데호텔(서울 중구 소재)에서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세미나 시작부터 끝까지 현재 수립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 부정론과 함께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에너지 위기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롯데호텔(서울 중구 소재)에서 전력산업연구회가 합리적인 전원구성을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방향을 주제로 한 2023년도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지난 27일 롯데호텔(서울 중구 소재)에서 전력산업연구회가 합리적인 전원구성을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방향을 주제로 한 2023년도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먼저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사실상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정치 바람을 타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 회장은 에너지기본계획 등이 철학과 방향만 제시하기 때문에 강제성이나 구체성이 없는 반면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이 계획에 따라 발전설비 물량이 정해지고 천연가스 도입물량이 정해지는 등 사실상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결정되는 실질적인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지나치게 정치 바람을 탄 결과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이미 큰 문제가 됐고, 원전을 강조하는 현 정부에서 너무 많은 원전이 건설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우리나라처럼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국가는 거의 없고 공산국가만 있다면서 전력수급기본계획 무능화 시대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다른 국가들처럼 단순하게 전망만 하는 정도여야 할 것이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앞으로 15년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느냐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손 교수는 지난 20년간 10번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한 결과 대내외 통제가 불가능한 변수 등으로 예측이 터무니없이 빗나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도한 수요관리목표 등 수요예측 실패로 9.15 순환 정전을 겪는가 하면 밀양 송전망 사태로 준공이 지연되는 한편 9.15 순환 정전과 후쿠시마원전사고로 석탄발전과 가스복합발전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또 입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석탄발전이 도입됐고, 전임 정부에서 탈원전‧탈석탄과 비현실적인 재생에너지 목표가 설정되면서 LNG 도입물량이 축소돼 한전이 재무위기에 직면해 지금은 원전을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정치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압도하기도 했고, 정부가 쉽게 통제하고 조절할 수 없는 많은 변수에 철저하게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전기사업법에 의거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립된다는 이유로 예정된 실패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책적 의지란 이유로 정부가 무리하게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시대는 벌써 지나갔다면서 앞으론 아웃룩(outlook) 형태로 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미래를 판단할 지식과 정보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고, 정치개입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배경으로 제시했다.

특히 손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만드는 국가는 거의 없고 공산국가에서나 하는 일이라고 언급하면서 일본의 경우 비전과 꿈만 발표하는 디테일이 없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고, 미국과 영국도 시나리오만 있지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공기업 위주로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정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정해주지 않으면 투자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 사업자 스스로 판단해서 투자할 수 있는 시장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다른 국가처럼 시나리오 형태로 전력수급기본계획 성격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고,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 교수는 앞으로의 전력수요 전망과 그에 따른 대응방안 등을 고려할 때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시나리오별로 전망하는 아웃룩 체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그는 대부분 국가는 중‧장기 전력수요 전망을 시나리오 형태로 제시하고 있고, 그에 맞춰 발전설비와 송‧변전설비를 건설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설비계획 중심으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급전망 중심으로 성격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이뿐만 아니라 정 교수는 정책목표를 최소한으로 반영하고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신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그런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시장에서 확보가 어려운 자원은 지금처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7일 롯데호텔(서울 중구 소재)에서 전력산업연구회가 합리적인 전원구성을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방향을 주제로 한 2023년도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손양훈 인천대 교수와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 27일 롯데호텔(서울 중구 소재)에서 전력산업연구회가 합리적인 전원구성을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방향을 주제로 한 2023년도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손양훈 인천대 교수와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 무용론 지적은 패널토론에서도 이어졌다. 법정계획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정치나 이념의 도구로 활용되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좌장을 맡은 박수헌 동덕여대 교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법정계획으로 묶여 있다 보니 예측이 빗나가면 연료 수급 위기와 전력 수급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법정계획에 반하는 결정을 하는 사업자는 없다면서 법정계획 실패가 실물경제 실패로 이어지는 고리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노후 발전소 교체를 앞두고 고민에 빠진 민간발전사를 예로 들었다.

발전사 대표는 가스발전 물량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확신은 있으나 경영인으로서 법정계획을 무시하고 가스발전 교체에 나설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법정계획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지점이라고 언급하면서 앞으로 발전량이 법정계획과 달리 예측경로를 벗어나면 천연가스 장기계약 부족은 천연가스 수급 위기, 발전소 교체 지연은 전력 수급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법정계획이 아닌 정부의 공식 전망 정도로 위상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전망과 사업자 중심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화와 이념화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고, 공적인 영역과 시장의 영역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 교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풀어야 할 과제로 정치화와 이념화에서 벗어나는 것을 가장 첫 번째로 손꼽았다. 정치화되고 이념화되면서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단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전망과 사업자 중심의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가기 위해선 공적인 영역과 시장의 영역 사이에 가르마를 탈 필요가 있다면서 발전부문은 사업자 중심으로 가야 하고 정부는 송전망 건설이나 유연성 자원 확보, 용량시장 도입, 보조서비스 선진화 등에 집중하는 형태로 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7일 롯데호텔(서울 중구 소재)에서 전력산업연구회가 합리적인 전원구성을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방향을 주제로 한 2023년도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좌장을 맡은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와 패널로 참여한 박종배 건국대 교수.
지난 27일 롯데호텔(서울 중구 소재)에서 전력산업연구회가 합리적인 전원구성을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방향을 주제로 한 2023년도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좌장을 맡은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와 패널로 참여한 박종배 건국대 교수.

한편 이날 이디도 산업부 전력산업정책과 서기관은 축사에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전문가들과 함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이 서기관은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과 기업이 전기 사용에 불편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반도체나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와 데이터센터 급증, 전기화 등으로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비하는 방안이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실적으로 달성이 가능한 미래 전원을 제시하기 위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쉬운 과제가 아닌 만큼 다양한 전문가와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7일 롯데호텔(서울 중구 소재)에서 전력산업연구회가 합리적인 전원구성을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방향을 주제로 한 2023년도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디도 산업부 전력산업정책과 서기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지난 27일 롯데호텔(서울 중구 소재)에서 전력산업연구회가 합리적인 전원구성을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방향을 주제로 한 2023년도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디도 산업부 전력산업정책과 서기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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