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계약 발목 잡혀 독박 쓴 ‘한전산업개발’
노예계약 발목 잡혀 독박 쓴 ‘한전산업개발’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3.08.0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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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원 힘들고 회사 적자 보고…손해배상까지 떠안을수도
턴키방식 계약 긍정적인 효과 기대했으나 결국은 면피용?

<연재> 남부발전 삼척빛드림본부 옥내저탄장

화재 위험성↑…석탄 운전원

처음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

조만간 나올 입찰 관심 집중

남부발전.
남부발전.

【에너지타임즈】 한국남부발전(주) 삼척빛드림본부 옥내저탄장이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음에도 석탄 운전원이 다른 현장보다 적다. 게다가 운영 사업자인 한전산업개발은 적자를 보고 있다. 진리를 비껴간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현장 관계자들은 계약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결과론적으로 노예계약으로 불리는 이 계약으로 남부발전은 다른 발전소보다 화재 위험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발전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운영하는 것이고, 한전산업개발은 다른 발전소 대비 운전원 업무 과중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보면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다.

남부발전은 2000년대 중반쯤 강원 삼척시 원덕읍 일대 330만㎡ 부지에 유연탄 석탄발전소 400만kW(100만kW×4기)와 가스복합발전소 90만kW급, 무연탄 석탄발전소 10만kW 등 총 500만kW 규모에 달하는 종합발전단지를 조성하는 삼척종합발전단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표면화된 시점은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립된 2008년이다. 이 계획에 삼척화력 1‧2호기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삼척화력 1‧2호기 건설은 본격화됐다.

이후 남부발전은 삼척화력 3‧4호기 건설을 추진했으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되지 못하면서 삼척종합발전단지 계획은 중단됐고, 부지만 덩그러니 남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삼척화력 1‧2호기는 일반화된 미분탄 보일러가 아닌 저열량탄 연소에 적합한 유동층 보일러를 탑재했다. 이 보일러는 연료가 완전 연소될 때까지 순환시킬 수 있어 미분탄 보일러에서 전량 사용이 어려웠던 저열량탄을 사용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저열량탄을 전량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장으로 손꼽힌다.

남부발전은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입찰을 건설‧운전‧정비를 일괄적으로 수행하는 턴키 방식으로 발주했다. 발전공기업 최초의 사례이고, 현재도 그런 경우는 없다. 일반적으로 석탄취급설비 입찰은 건설‧운전‧정비 등으로 나눠 진행됐고, 현재도 그렇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운전은 용역사업이 아닌 건설사업으로 분류됐다.

남부발전 한 퇴직 직원은 턴키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한 배경을 묻자 건설한 사업자가 운전까지 하면 더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취지에서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업자가 건설도 하고 운영도 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당시 남부발전은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입찰을 냈고, 삼성중공업이 이 사업을 수주했다. 또 삼성중공업은 운전을 한전산업개발에 하청을 주게 되고, 한전산업개발은 현재까지 운전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고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계약구조이자 사업구조가 만들어졌다.

통상 한전산업개발은 발전공기업과 석탄취급설비 운전 계약을 직접 체결하고 사업을 한다. 반면 삼척화력 1‧2호기의 경우 남부발전과 삼성중공업이 석탄취급설비 계약을 체결했고, 삼성중공업이 한전산업개발과 운전 계약을 체결한 구조다. 한전산업개발은 졸지에 삼성중공업 하청업체로 전락한 모양새다.

현장 관계자는 처음부터 석탄취급설비 운전 설계가 잘못된 것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운전은 인력을 투입하는 용역사업이지만 삼척화력 1‧2호기는 건설사업으로 분류됐고, 게다가 최초 설계가 잘못되면서 현실에 맞지 않은 설계 기준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삼척화력 1‧2호기 건설 당시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남부발전은 옥내저탄장 건설로 노천저탄장에서 발생하는 2%에 달하는 연료 손실을 줄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부지를 3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무인화 운전으로 운영비 30%를 줄일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석탄취급설비 운전은 용역사업이기 때문에 인건비가 곧 운영비와 직결된다. 남부발전이 무인화 운전으로 운영비를 30%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운전원 감축을 의미하는 것이다.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운전 설계는 이를 기반으로 설계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남부발전이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건설‧운전‧정비를 턴키방식으로 발주할 당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일각을 중심으로 면피용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다. 실제로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남부발전은 2017년 4월 발생한 화재 발생 등 화재 발생에 따른 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손해를 봤다면서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128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최근 1심이 나왔고, 법원은 손해배상액 128억 원 중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에서 배상하라는 판결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재판이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닌 상황이다.

다만 삼성중공업이 남부발전에 손해배상액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한전산업개발에 구상권을 청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게 된다. 현재까지는 한전산업개발에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한전산업개발은 노예계약을 체결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석탄 운전원 업무가 과중함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늘 적자를 보고 있고, 게다가 화재에 따른 손해배상액까지 물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어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한전산업개발은 이 노예계약을 왜 선택했을까.

최철순 한전산업개발노조 위원장은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운전은 늘 적자”라고 언급하면서 “이 사업을 피치 못하게 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환경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척화력 1‧2호기가 건설되던 당시 석탄발전 석탄취급설비 운전시장에 큰 변화가 있었다.

2009년 기준 한전산업개발은 석탄발전 석탄취급설비 운전 점유율을 91%까지 끌어올렸으나 시장 개방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면서 현재는 70%대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그래서 한전산업개발이 석탄발전 석탄취급설비 운전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운전이 필요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렇게까지 노예계약일지 몰랐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한전산업개발은 이 노예계약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운전 계약은 남부발전과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과 한전산업개발의 계약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한다. 본계약은 2021년 12월 31일부로 완료됐으나 당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정책이 추진되고 있고 계약서에 연장 조항이 있어 사업이 종료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에야 사업 종료를 통보했고, 남부발전은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운전에 대한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곧 발주될 것으로 관측되는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운전 입찰은 과거처럼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석탄 운전원도 잔뜩 기대하는 분위기다. 현실을 반영한 설계가 불가피한 탓에 석탄 운전원 업무 과중에서 벗어날 수 있고 사업자도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런데 최철순 한전산업개발노조 위원장은 “잘못되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인력을 모두 빼 버릴 것”이란 엄포를 놨다.

<※ 조만간 비하인드 스토리를 포함해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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