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탈(脫)탄소는 되는데 탈(脫)원전은 왜 안돼?
[데스크칼럼] 탈(脫)탄소는 되는데 탈(脫)원전은 왜 안돼?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1.07.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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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에너지타임즈 편집국장-

【에너지타임즈】 탈탄소 정책이란 표현은 되는데 탈원전 정책이란 표현은 왜 안 되는 것일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2일 신양재변전소를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최근의 전력수급난이 탈원전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주장과 관련 건설 중인 신고리원전 5·6호기가 완공되면 2080년까지 원전이 운영되기 때문에 탈원전 정책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측면에서 탈원전 정책이 맞는 표현이지만 당장은 에너지전환 정책이 맞는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원전과 관련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원전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과 2080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원전이 운영된다는 점, 앞으로 원전 4기가 더 늘어난다는 점 등을 이유로 탈원전 정책이란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해왔다.

정부나 여당의 주장처럼 원전의 숫자가 줄지 않았고 앞으로도 원전이 가동된다는 점을 이유로 탈원전 정책이란 표현이 맞지 않다면 탈탄소 정책이란 표현도 맞지 않다. 탄소가 크게 줄지 않았고 앞으로도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탈원전 정책이란 표현이 정말로 잘못된 표현일까.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시켰고 앞으로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의 수명연장을 원천적으로 봉쇄시켰다.

원전이 사라지는 시점을 명확하게 한 이 정책을 정부와 여당이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 에너지전환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예를 들면 호랑이의 포악성을 주제로 한 논쟁에서 야당은 ‘호랑이는~’이라고 발언을 시작하는 반면 정부와 여당이 ‘고양이과는~’이라고 발언을 시작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생산적인 논쟁이 될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이 탈원전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론에 있음을 모르는 곳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난 4년간 정부와 여당이 끊임없이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 에너지전환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여론을 기반으로 한 정책이 아니거나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신념과 논리를 갖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다름을 인정하고 논쟁에 나서야지만 에너지전환 정책이 성공한 정책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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