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산업 경쟁체제 가능한가’
‘가스산업 경쟁체제 가능한가’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08.10.10 22: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스가격 인하 위해 정형적인 경쟁이 아닌 실질적인 경쟁 이뤄져야
“도매시장 문 열기전 국내외 시장환경 점차 개선해야 한다” 지적

지난 10일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이 발표되면서 가스 산업에 경쟁체제 도입이 현실적으로 자리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 시킬 것인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가스산업의 경쟁체제 도입 시기를 놓고 최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는 끊임이 줄다리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계도 기재부 방침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유는 정부의 방침을 받아들일 기본적인 환경이 구성돼 있지 않다는 것. 
본지는‘가스산업 경쟁체제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가스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해 관련 업계와 학계, 연구소 관계자를 통해 긴급진단 했다.<편집자 주>

3차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가스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천연가스 도입·도매시장에 2010년부터 신규 판매사업자 허용을 통해 경쟁체제를 도입키로 했다.

발전용 물량에 대해 우선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산업용으로 점차 경쟁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천연가스 총 판매량은 2546만톤으로 용도별로 발전용이 43%, 산업용이 20%, 가정용 등 일반용이 37% 수준이다. 따라서 2010년부터 민간업체도 발전용 43%에 한해 LNG를 직접 수입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현재도 포스코와 SK그룹 등이 자체 소비물량에 한정해 가스공사를 거치지 않고 LNG를 수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와 SK그룹 외에도 여러 에너지 기업이 LNG 시장에 참여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2010년부터 도입을 해도 실질적으로는 2015년이후에나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경쟁체제 도입 배경으로 천연가스 도입·도매의 독점에 따라 낮은 가격에 원료를 도입할 유인이 낮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장처럼 가스 가격이 낮아지는데 의문을 표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제 LNG 시장이 수요자 중심에서 공급자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함에 따라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앞으로 국제 시장의 환경이 나아지면 직도입을 하더라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경쟁체제로 인한 LNG 물량 확보. 국제 LNG시장이 공급자 위주의 시장으로 변해 조달 가능한 물량이 극히 제한적이고 국제 LNG 가격도 급상승하는 추세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가스도입 경쟁이 가격을 하락시키는 게 아니고 오히려 상승을 부채질할 수 가능성이 많다.

2015년 물량의 경우 가스공사는 생산국과 LNG 도입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 상황에 경쟁체제가 도입돼도 구매협상을 2∼3년 가량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LNG물량 확보는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2004년 정부는 GS EPS와 GS파워에 LNG 직도입 권한을 부여했지만 국제 LNG 가격이 높아지면서 아직까지 수입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외 시장여건이 어렵고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경쟁체제를 도입할 경우 LNG 물량확보에 비상이 걸리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같은 해 LNG를 발전연료로 사용하는 발전회사도 직도입에 사실상 실패했다. 현 체제 내에서 물량 확보가 어려웠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후문으로 가스공사와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얘기도 당시 공공연히 나돌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직도입을 추진할 경우 GS나 발전회사처럼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LNG시장의 국내외 시장 여건을 고려해 경쟁체제 환경을 조성한 뒤 직도입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발전회사 한 관계자는 “국제 LNG시장이 불안해 완전한 직도입은 어려울 수밖에 없지만 도입물량의 일정부분을 시범적으로 직도입 하는 단계를 밟아나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단지 물량 확보가 어려울 뿐 가격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물량확보다.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 현 추세라면 오는 2015년 이후 경쟁대상 물량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 길에 올라 러시아 PNG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 이미 지경부가 오는 2015년부터 750만톤 규모의 러시아 PNG 도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제 천연가스 시장(LNG 부분)은 2015년 이후 새롭게 개발되는 광구의 숫자도 작을 뿐 아니라 싱가폴, 대만 등 새로운 LNG 소비국의 등장으로 경쟁도 치열하다. 새로운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미 어느 정도의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원전비중을 대폭 상향조정한 것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두 가지 변수가 동시에 이뤄질 경우 천연가스 수요 증가세가 축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경쟁대상 물량이 거의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직도입 회사들은 물량을 확보하더라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없어 경쟁체제 도입의 효율성은 무의미하게 된다.

특히 발전사들은 대부분 자가소비용을 직도입 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도매 참여 사업자는 판매 시장을 얼마나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경우 자가소비용 직도입 회사와 도매 참여 사업자가 중복되고 경쟁초기 단계에서 물량이 중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실질적으로 가스공사와 경쟁한다는 것도 무의미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 체제라면 직도입 기업이 진출하더라도 새로운 물량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지만 국내외 상황이 여의치 않다.

기존의 갖고 있던 국내 시장을 가스공사가 유지하게 된다면 새로 진입하는 기업은 시장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고 업계 한 관계자는 지적했다.

발전연료 물량의 천연가스가 경쟁체제로 도입되더라도 가장 큰 도매 사업자는 가스공사이다. 현재 판매자 위주의 시장이이라지만 판매자들은 그들의 가장 큰 고객인 가스공사를 제쳐두고 작은 물량을 구하는 업체에게 물량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바뀐다면 가스공사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판매자도 가스공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날 배국환 차관은 “(발전용을 제외한)나머지 산업용이나 가정용은 많은 도매 시스템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발전 물량과 다르다. 우선 발전회사들이 많이 필요로 하는 물량에 경쟁을 도입한다.

2010년부터 도입을 해도 실질적인 경쟁은 2015년이 돼야 시작이 된다는 의미이다. 그런 다음에 산업용으로 가는 것이다. 가정용은 앞으로 10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지금은 거기까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가스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면서 발전용을 제외한 산업용, 가정용까지 판매하는 소매경쟁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격 중 도·소매 비중은 9대 1가량으로 경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부문은 도입도매부문으로 소매부문은 경쟁의 실익이 없고 도시가스회사들은 소매부문 20년 장기공급계약이 체결돼 있어 도입도매부문의 사업 참여도 불가능해 유효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쟁촉진을 위해 용도별(산업용, 가정용 등) 원가가 반영된 요금체계로의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고 도·소매경쟁체제에 필요한 원가구조가 개편되면 가정용 요금이 급등해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에 업계는 경쟁체제에 필요한 교차보조를 해소하고 소비자요금 인상, 소외지역에 대한 공급중단 등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도입도매부문의 실질적 경쟁여건을 조성한 후 소매시장에 대한 순차적으로 경쟁체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가스시장 경쟁대응 연구용역을 맡았던 김영산 한양대 교수는 “가스산업의 독점적 도매사업자의 소매업 진출 문제점으로 원가비중이 높은 도입도매단계의 경쟁을 미루고 비중이 10%미만인 소매단계에 경쟁이 도입되는 낮은 경쟁효과와 도입도매부문이 소매시장으로 시장지배력이 전이돼 이윤압착과 시장봉쇄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도시가스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가스산업 환경은 도매사업자와 소매사업자가 동시에 유효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도매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유효경쟁 확보가 안되면 소비자 효과도 미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