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규제 국민불편만큼 성과만들어야
-김진철 기자-
냉방규제 국민불편만큼 성과만들어야
-김진철 기자-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06.27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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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절전분위기에 휩싸였다. 벌써 몇 년째인지 모른다.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정책은 몇 년째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 누구나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전기를 사용할 권리를 갖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다. 정부의 냉방규제는 국민의 권리를 침범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가 국민에게 적극적인 절전을 강요하고 냉방을 규제하는 반면 정부는 최근의 전력수급난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데 성의를 보였는지 의문이다. 내년이면 괜찮다는 식의 폭탄 돌려막기 식으로 일관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계약전력 100kW이상 전력다소비건물 6만8000여 곳을 비롯해 에너지다소비건물 476곳과 공공기관 2만여 곳의 냉방온도를 26℃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에너지사용제한조치를 발동했다.

대상건물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실내온도를 26℃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결국 전력수요를 줄이자는 차원이다. 가스를 이용하는 가스냉방장치와 지역난방열을 이용하는 지역냉방장치는 사실상 이 조치에 해당되지 않는다. 물론 이 장치를 구동하는데 약간의 전력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양은 극소수다.

에너지사용제한조치는 국민의 불편을 가중시키면서까지 발동된 조치다. 정부는 국민의 불편만큼이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어야 옳다. 무조건 전력수요를 줄여달라고 호소하는 건 정부의 기능을 잃은 것이나 진배없다.

근본적인 원인부터 살펴보자. 지금의 전력수급난은 신재생에너지 등 발전전원이 민원 등의 이유로 전력공급능력이 떨어진데다 전기를 이용하는 전력냉방장치가 최근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력냉방장치가 늘어난 이유는 뭘까. 고유가로 가스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한 반면 전기요금이 정체되면서 가스냉방장치의 경제성은 급격히 떨어졌고, 보급이 크게 줄었다. 실제로 가스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가스냉방장치 보급량이 24만RT이었으나 고유가가 시작된 2009년 보급량이 절반수준인 12만RT로 뚝 떨어졌다.

이 같은 현상과 관련 에너지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우려를 표명해 왔다. 그 일환으로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할 필요를 언급하기도 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살펴보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실이다. 전력냉방장치는 한차례 가공한 2차 에너지인 전력을 사용하고, 가스냉장장치는 1차 에너지인 가스를 이용한다. 냉방장치를 구동하는 주 연료인 전기와 가스에서 효율이 차별화된다. 전기는 가스·석탄 등 화석연료를 발전연료로 발전소를 돌려 생산된 2차 에너지로 이미 이 과정에서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국민의 대부분은 이 같은 사실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최근 분위기를 살펴보면 정부는 마치 절전이 애국인 것처럼 국민을 애도하고 있지만 무척 잘못된 판단이다. 당장 전기요금 현실화 등 에너지구조를 바로잡을 수 없다면 당연히 바람직한 에너지구조를 국민에게 솔직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가령 정부가 일률적인 냉방규제가 아닌 전력냉방장치에 대한 차별화된 냉방규제가 됐다면 어땠을까. 우리 국민은 정부의 에너지사용제한조치에도 불구하고 냉방을 하는 건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가스냉방장치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뿐만 아니라 사업자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가스냉방장치지만 냉방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고객서비스 차원에서라도 가스냉방장치로의 전환을 고려해 볼 수 있는 모티브가 생기게 된다. 이밖에도 이미 저평가된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가스냉방장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가스냉방장치에 대한 홍보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물론 정부의 업무가 가중되는 건 사실이지만 국민이 불편을 감수하는 만큼 정부도 그에 달하는 역할을 해야 옳지 않을까 생각된다.

바람직한 에너지구조에 대한 주입식 교육보다 국민 스스로 바람직한 에너지구조가 무엇인지 배워가는 교육이 우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전력수급난은 일찍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안정적인 전력공급능력이 보장되지 않은데다 전력수요관리마저 뒷받침해주지 못하면서 전력수급난에 직면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에너지정책의 근본적인 해법을 찾는데 얼마나 주력했는지 묻고 싶다.

내년 5월 이후 신규원전이 가동에 들어갈 경우 전력수급난은 해갈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또 운에 맡길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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