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두 신사가 군중들 속에 선 까닭
무뚝뚝한 두 신사가 군중들 속에 선 까닭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2.06.21 19: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호 사장과 김갑석 노조위원장, 나란히 경복궁서 절전 호소
전국동시다발로 진행…경영진이 분위기 띄우고 노조가 힘 보태

[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 경상도 출신의 무뚝뚝한 두 중년신사가 출근시간 종종걸음을 걷는 군중들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9.15 정전사태 이후 대한민국이 전력수급난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상고온과 그 동안 누락됐던 발전설비의 계획예방정비 등으로 인해 전력수급난이 벌써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위기감을 느낀 남부발전 임직원들은 자체 전력수급비상체계로 전환해 보유 발전설비의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발전소 내 전력의 소비를 최대로 줄이고, 안정적인 발전설비운영에 돌입했다. 이것도 모자란다면서 남부발전 임직원들은 21일 출근시간에 맞춰 일제히 거리로 뛰어나갔다.

이날 오전 7시 28분경 경복궁역 입구. 아직 이른 출근시간이지만 두 명의 중년신사가 절전을 호소하는 리본을 메고, 한손엔 이날 오후에 예정된 정전대비 위기대응훈련에 참여해 달라는 안내문과 부채를 들고 군중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이들은 남부발전을 대표하는 이상호 사장과 김갑석 노조위원장.

이상호 남부발전 사장은 ‘절전에 꼭 참여해 주이소’라면서 경북북부지역 특유의 구수한 억양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그렇지만 야속하게 외면하는 국민들이 절반이상.

이 사장은 “3명 중 1명 정도만 받아가 쑥스럽지만 (대한민국이 전력수급난으로 위급한데) 그게 대수겠소”라면서 “우리 임직원들이 아침부터 고생하는데 내가 같이 해야 되지 않겠소”라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특히 이 사장은 한 시민이 부채를 하나 더 달라는 말에 덩치에서 풍기는 포스와 달리 신이 난 듯 해 맑은 표정으로 부채를 하나 더 건네면서 절전에 동참해줄 것을 신신당부했다.

최근 전력수급난과 관련 이 사장은 “본연의 임무인 발전설비를 최상으로 가동하는데 전 임직원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지금 최상의 컨디션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한 뒤 “솔직히 오늘 이 자리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국민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든든한 우리 동반자가 있으니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지 않겠소”라면서 또 다른 한 중년신사를 소개했다.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관계. 알고 보니 남부발전을 대표하는 또 다른 인물. 바로 김갑석 남부발전노동조합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의 전력수급난을 극복하자면서 남부발전 경영진, 사장님까지 거리로 나섰는데 조합이 가만히 있을 수 있습니까”라면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상생이야 말로 대한민국을 같이 성장시키고, 때론 위기에서 처한 대한민국을 구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라면서 “지금 전력수급난이 무척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 조합과 경영진이 머리를 맞대고 국민들이 동참해준다면 이깟 위기쯤이야…”라고 노조위원장 특유의 자신감을 보였다.

이상호 사장이 30대 초반의 한 시민에게 부채를 건넸으나 받지 않았다. 그런데 김갑석 위원장이 건네자 이 시민은 부채를 건네받은 것.

김 위원장은 “출퇴근 선전물을 많이 뿌려봐서 그런지 이건 사장님보다 제가 더 잘하네요”라고 말해 뜨거운 아침햇살의 지친 임직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의 캠페인은 9시가 훌쩍 넘어서야 마무리 됐다. 그때까지 경상도 출신의 두 중년신사는 끝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한편 이날 남부발전의 전 임직원은 본사와 사업소를 떠나 8시부터 12시까지 가두 캠페인을 펼쳤다. 본사는 서울시내 홍제·무악재·독립문·경복궁·안국역을 중심으로, 사업소는 인근지역 역사와 정류장, 상가 등을 중심으로 캠페인이 펼쳐졌다.

이밖에도 남부발전 임직원들은 휴대폰 컬러링과 사내외 홈페이지를 활용한 절전상식홍보 등 하계절전 대국민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