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 연료‧환경설비 입찰…운영 중단 경고
석탄발전 연료‧환경설비 입찰…운영 중단 경고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3.02.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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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최철순 한전산업개발노조 위원장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 사실상 무산되면 이 같은 우려 제기돼
연결된 발전설비와 연료 설비…문제 생기면 가동 중단 불가피
경험 부족한 인력 현장 투입하는 건 노동자 사지로 내모는 것
과거 사례 보더라도 전적 없을 것…기술 이전도 없을 것 엄포
발전공기업 위험성 인지하고 있으나 정부‧국회 인지 못해 지적
최철순 한전산업개발노조 위원장.
최철순 한전산업개발노조 위원장.

【에너지타임즈】 석탄발전 연료‧환경설비 운전이 입찰에 붙여져 한전산업개발이 낙찰받지 못한다면 발전소 운영 중단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입찰이 불가한 사업이고 현재 구조를 고려하더라도 그렇다는 얘기다. 게다가 8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가진 한전산업개발 노동자들이 현장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보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술 이전을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철순 한전산업개발노동조합 위원장은 석탄발전 연료‧환경설비 운전에 대한 입찰이 나와 한전산업개발이 낙찰을 받지 못한다면 기존에 있던 현장 직원을 모두 복귀시키는 한편 과거처럼 기술 이전 등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임 정부에서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책으로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가 정권교체 여파로 사실상 무산되면서 석탄발전 연료‧환경설비 운전에 대한 입찰이 곧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현재 석탄발전 연료‧환경설비 운전 계약은 전임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맞물려 6개월 단위로 연장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석탄발전 연료‧환경설비 운전이 입찰을 내선 안 되는 이유를 발전소 운전과 직결되는 것을 손꼽았다. 연료‧환경설비를 운영하는데 문제가 발생한다면 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한 축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전산업개발은) 사업장에 100명이나 200명을 투입해 (석탄발전 연료‧환경설비 운전을 하는 등) 실질적으로 발전소 운전의 연장선에 있다. 물론 정비는 스탠바이 개념이 있어 제외하더라도 운전은 24시간 기동하는 설비여서 입찰을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석탄발전 출력을 내는 부분은 발전공기업이 운전하는 부분도 있으나 한전산업개발이 운전하는 부분도 있다. 한 몸이라서 어느 한 부분이 잘못된다면 당연히 출력이 줄어들거나 정지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어 정비는 몰라도 운전만큼은 절대로 입찰하면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전공기업이 보일러나 터빈 등에 대한 정비를 입찰에 붙이고 있으나 운전을 직접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전산업개발은 그동안 석탄발전 연료‧환경설비 운전‧정비를 수의계약으로 수행해 왔다. 그러나 2010년대 초 감사원이 경쟁 입찰을 권고하면서 발전공기업은 2015년부터 경쟁 입찰을 추진했으나 전임 정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중단된 바 있다.

현재 한전산업개발은 80%에 달하는 석탄발전 연료‧환경설비 운전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석탄발전 연료‧환경설비 운전에 대한 입찰이 나오고 한전산업개발을 제외한 다른 기업이 낙찰을 받았을 때 그 기업이 기술력을 가진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전산업개발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은 나름의 기술력을 갖고 있어 문제없이 (석탄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을 할 수 있는데 만약에 입찰이 나와 다른 회사가 낙찰을 받았을 때 이 기업이 (한전산업개발만큼) 기술력을 가진 인력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 한전산업개발이 사업장에 인력을 투입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만 봐도 (다른 회사에서) 정상적으로 인력을 투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전산업개발이 아닌 다른 기업이 낙찰을 받았을 때 인력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발전공기업이 입찰을 냈고 한 기업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인력을 구성하지 못해 2순위였던 한전산업개발이 낙찰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전산업개발 직원들이 석탄발전소 내 발전연료인 유연탄을 이송하는 컨베이어벨트 아래 떨어져 있는 낙탄을 물청소하고 있다.
한전산업개발 직원들이 석탄발전소 내 발전연료인 유연탄을 이송하는 컨베이어벨트 아래 떨어져 있는 낙탄을 물청소하고 있다.

특히 최 위원장은 석탄발전 연료‧환경설비 운전 입찰은 근로자를 사지로 내모는 꼴이라는 지적을 하면서 김용균 사고를 단적인 예로 들었다. 입찰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김용균 사고는) 기업이 수익을 남기기 위해 운영되면서 근로자 기술력이나 경력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 결과”라고 진단하면서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김용균 씨가) 중요하고 위험한 설비에 아무런 대책 없이 접근한 자체가 수익 구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본인도 김용균 씨와 같은 현장에 근무한 이력을 있다고 언급하면서 “더 위험한 일을 했지만 이런 사고가 방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몇 년간 선배로부터 기술을 배워 현장에 투입됐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직원을 투입할 때 적게 주고 많은 이익을 창출하려 하니까 이런 사고가 유발되는 것이고 (입찰을 낸다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뿐만 아니라 최 위원장은 석탄발전 연료‧환경설비 운전 입찰이 진행된다면 구조적으로도 발전소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장에 근무하던 한전산업개발 근로자가 입찰로 낙찰을 받은 기업으로 전직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이유로 손꼽았다. 자체적으로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그만한 기술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2015년 석탄발전소 연료 취급설비 운전 첫 입찰 결과 한전산업개발이 낙찰을 못 받자) 당시 100명에 달하는 한전산업개발 직원들은 (낙찰을 받은 회사로) 전직하지 않고 대부분 한전산업개발로 돌아왔다. 그때 당시를 돌이켜보면 (낙찰을 받은 회사가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처럼 (낙찰 받은 회사에) 기술을 이전해 주는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으면서 “입찰을 통해 한전산업개발이 낙찰을 받지 못한다면 기술 이전 없이 인력 100%를 모두 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그는 “탄소 중립으로 폐쇄되는 발전소가 매년 발생할 것이고 그것만 보더라도 한전산업개발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도 입찰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최 위원장은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와 국회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는 단골처럼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발전공기업은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알고 있으나 정부나 국회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심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발전공기업 한 고위관계자는 “(석탄발전소 연료 취급설비 운전에 대한) 입찰을 하더라도 안 되는 것은 아니나 발전공기업 입장에선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만큼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전산업개발은 1990년 한전 자회사로 출범한 후 발전공기업 연료·환경설비 운전‧정비업무를 수의계약으로 수행했으나 2003년 민영화 정책으로 한전이 자유총연맹에 지분 51%를 매각하면서 민간기업 모습을 하고 있다. 또 2010년 주식이 상장됨으로써 자유총연맹은 한전산업개발 지분 31%, 한전은 2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발전공기업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 정규직 전환 노·사·전 협의체는 2019년 5월 논의를 시작해 당정 권고를 바탕으로 8개월 뒤인 2020년 1월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란 결론을 도출한 바 있다.

이 협의체 결론에 따라 한전산업개발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 한전과 매도해야 하는 자유총연맹이 2021년 12월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 주식 양수도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됐으나 한전 적자 사태와 정권교체 등과 맞물려 현재는 답보상태에 빠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본지 취재결과 한전과 자유총연맹은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논의는 중단됐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한전산업개발 사옥.
한전산업개발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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