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의미와 과제
[기고]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의미와 과제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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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2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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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에너지타임즈】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직전 계획에 대한 평가, 장기 수요전망, 수요관리 목표, 발·송·변전설비 계획, 온실가스 감축 노력 등을 담고 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대체로 8차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2034년까지 석탄발전소를 제8차 계획보다 10기 더 많은 30기를 폐지할 계획이다. 그리하여 2030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목표를 8차보다 3410만 톤 적은 1.93억 톤으로 설정했다. 원전을 2034년까지 17기로 줄이기로 한 방침은 8차 계획과 동일하다.

전력설비 계획의 적정성은 근거가 되는 전력수요 예측의 정확성에 달려있다. 이번 9차 계획에서는 연간 전력수요 증가율을 8차 계획의 1.3%로 0.3% 낮은 1.0%로 추정했다. 산업구조가 중화학산업 중심에서 금융·서비스·IT 등 선진국형 산업으로 변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 전력수요 증가율을 1%대로 낮게 예측했다. 그러나 변수는 4차 산업의 확산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율이다. 이점이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발표가 1년이나 지연된 주된 원인이기도 한데 현재로서는 정확하게 가늠하기가 어렵다. 아울러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전기자동차 보급을 확대하고 1차 에너지를 전기화하게 되면 전력수요 역시 크게 증가할 것이 확실하나 이 역시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점은 지속적으로 검토 보완되어야 할 사항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사항은 최대전력수요와 설비예비율이다. 2034년 기준 최대전력수요 102.5GW로 추정하고 발전설비 실효용량이 125GW가 되도록 계획했다. 즉 설비예비율을 22%로 계획했다. 8차와 동일하게 유지한 결과이다. 실효용량 125GW를 얻기 위해 2034년까지 건설하기로 한 총 발전설비용량은 193GW다. 이 가운데는 신재생 발전설비 77.8GW이 포함돼 있으며, 신재생 발전설비의 실효용량은 10.8GW 정도 될 것으로 추정했다. 신재생 발전은 변동성이 커서 총 설비용량의 14%만 실효용량에 반영했다. 기존의 화력과 원전 등은 실효용량을 거의 100%로 간주한다.

결과적으로 제9차 전력수급계획과 이전의 계획과 가장 큰 차이점은 전력생산의 경제성뿐만 아니라 환경성을 고려한 것이다. 2030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목표(1.93억 톤) 이행방안으로서 석탄발전량 비중을 40.4%(2019년)에서 29.9%(2030년)로 감축하기로 했다. 폐지되는 30기의 석탄발전소 중 24기는 LNG발전소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상은 표면적인 계획인바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되고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

첫째 9차 계획에서는 2034년도 기준 최대전력 14.8GW(12.6%) 절감을 목표로 했다. 고효율기기 보급 확대와 부하관리(DSM), 전기자동차 이용한 피크수요관리 등 신규 수단의 활성화를 전제로 한 것이다.

둘째 신재생 발전설비의 계통접속을 원활하게 하고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송전망 투자와 분산에너지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곧바로 전기요금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석탄발전소를 LNG발전소로 대체함에 따라 발전비용 상승은 불가피하며, LNG 역시 석탄발전의 절반수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란 점 또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한계이다. 석탄발전량과 LNG발전량 합계 즉 화석연료 발전량 비중이 2018년 기준 독일 45.5%, 영국 44.4% 그리고 프랑스는 7.8%임에 비해 한국은 2030년 기준 53.2%다. 탈원전이 진행 중인 독일은 수력과 바이오연료 포함 신재생 발전량 비중이 이미 40%를 상회하고 있으나 석탄발전량 비중이 30%나 된다. 영국은 석탄 발전량 비중(2.4%)이 매우 낮은 대신 LNG발전량 비중(41.9%)이 가장 높다. 따라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LNG발전 비중을 줄이기 위해 원전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원자력 발전 비중(69.9%)이 매우 높은 반면 화석연료 의존도가 매우 낮고 신재생 발전량(8.1%) 역시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기후변화 대응-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는 동일하지만 각국이 추진하는 방법은 서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은 탈원전정책을 펴고 있는 독일과 한국이 화석연료 의존도가 가장 높고 그만큼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혁신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이상은 산업부가 지난 24일 공청회에서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정책 의지와 앞으로 남은 과제에 대한 분석한 결과다.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거나 질타하는데 그치지 않고 각계의 지혜를 모아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해결함으로써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은 여러 나라들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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