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
【에너지타임즈】시대적 변화를 읽지 못하는 조직은 도태의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석탄공사가 그랬고, 현재 발전5사가 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석탄공사는 우리나라 공기업 1호로 자타가 공인하는 공기업 맏형으로서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으나 지금은 자본잠식상태의 초라함으로 인식되고 있다. 연탄수요가 최고점을 찍었던 1988년부터 추진된 구조조정은 아직도 지루하게 진행 중이다.
국민연료 변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해는 1983년. 가스공사가 설립되면서 난방연료가 연탄만 가능하다는 공식이 깨졌기 때문이다.
난방연료 변화가 감지되던 당시 석탄공사 최고경영자의 역량이 부족했음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석탄공사 최고경영자 자리는 군인출신 등 대부분 비전문가로 채워져 있었다. 역대 석탄공사 최고경영자들의 사진을 보다보면 군복을 입은 사진들이 심심찮게 눈에 들어온다.
석탄공사에게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3년 가스공사가 설립되기 전 석탄공사는 정부로부터 조직 내 가스본부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다. 당시만 해도 연탄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당시 최고경영자나 조직은 정부의 이 같은 제안에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를 읽어내고 대응방안을 내놨어야 할 최고경영자가 이를 간과한 셈이다.
그 결과 도시가스배관망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장되면서 그 동안 국민연료로 손꼽히던 연탄은 변방으로 점차 밀려났고, 결국 연탄은 국민연료의 자리를 도시가스에게 내준데 이어 서민연료란 수식어마저 위협받고 있고 있다.
그렇다면 당시 경영진이 내부출신 등 전문가로 선임됐으면 어땠을까.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요즘 발전5사도 과거의 석탄공사를 닮아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석탄발전 등을 줄이는 한편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에너지전환정책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발전5사 최고경영자 역할이 정부의 정책과 함께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발전5사 신임사장 인선작업을 살펴보면 전문성보다 배경이 중시되는 분위기가 읽히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현재 결정된 것은 없지만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의 대부분이 외부출신이다. 물론 이들이 비전문가라는 것은 아니지만 내부출신들의 역할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간과되는 분위기다. 그 동안 발전5사 중 내부출신이 1~2명을 유지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혁신적이면서도 진취적인 강력한 리더십도 필요하지만 조직을 다독이는 한편 스스로 조직이 변화의 길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내부출신 최고경영자는 오랜 기간 조직 내 몸을 담고 있으면서 구성원과 지근거리에서 함께 호흡했다는 것만으로도 당장 닥친 변화의 물결에 혼란을 주지 않고 스마트하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발전5사는 구조적으로 5개 회사지만 큰 맥락에서 분위기를 공유하는 문화가 있다. 혁신적이면서도 진취적인 강력한 리더십과 내부조직을 다독이면서 스스로 조직이 변화의 길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리더십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때 발전5사 간 긴장관계가 유지되고 선의의 경쟁이 가능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전환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를 희망한다면 이 같은 생태계를 반드시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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