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기본 못 지키는 공공기관 고위직 공모
[기자의눈] 기본 못 지키는 공공기관 고위직 공모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5.08.0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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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옛말이 있다. 공공기관 인사문제만큼은 이 속담과 사정이 조금 다르다. 하류에서의 오래된 관행은 타파되고 있는 반면 상류에서의 관행은 아직도 여전하다.

요즘 유행처럼 공공기관들은 앞 다투어 신입직원 채용 시 스펙 중심의 채용방식을 과감하게 배제하고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해 채용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미 하류에서의 스펙 중심의 관행이 타파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공공기관의 최고경영자 등 고위직 선임절차에서의 인사 관행은 변화가 없다. 일명 낙하산인사 등을 일컫는 것인데 이미 정해진 인사에 공모란 구색을 맞추는 것. 최근에도 이 같은 공모절차가 한 차례 진행됐다.

정부경영평가 E등급을 받은데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최평락 중부발전 사장이 잔여임기를 남겨두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중부발전은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한데 이어 신임사장 공모를 진행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재공모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부발전 직원들은 공모에 앞서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을 의식하면서도 내심 내부승진을 기대했다. 그러나 사실상 재공모 결정으로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이면서 중수발전 직원들의 사기는 또 다시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이번 중부발전 신임사장 공모에서 총 10명이 출사표를 냈고, 5명이 면접을 받았다. 이중 현직 상임이사 2명도 포함됐다. 그러면서 중부발전 직원들은 내부승진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았다. 그러나 면접결과 적임자가 없다는 결론이 도출되면서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정된 2명의 현직 상임이사의 재공모 응모는 가능하다. 다만 이미 한 차례 적임자가 아니라고 낙인이 찍힌 이상 충분한 명분을 얻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유력한 후보자로 알려졌던 한전 출신의 후보자도 적격자가 아니란 평가를 받았다.

결국 산업부 출신이란 결론이 도출됐다. 이유는 전임사장의 출신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데 초대 김봉일 前 사장(대림산업)을 제외하고 2대 故 김영철 前 사장, 3대 정장섭 前 사장, 4대 배성기 前 사장, 5대 남인석 前 사장, 6대 최평락 前 사장 등 모두 산업부 출신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부발전 직원들이 내부승진의 사장을 원했던 이유는 지난 2012년 한전의 경영평가에서 정부의 첫 경영평가를 받을 당시 C등급, 이듬해 C등급, 이어 D등급, 최근 발표된 정부경영평가결과 E등급을 받으면서 바닥을 친 탓이다.

그러면서 중부발전 직원들은 지난해에 이어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등급을 받음으로써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그 탓을 최고경영자에게 돌리는 분위기다. 줄곧 관료출신에다 잦은 교체에 따른 피로도가 크게 쌓였다. 이를 이유로 이들은 조직 내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고 내부출신이란 조직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중부발전 직원들이 원하는 인사는 내부출신, 관료출신 등을 떠나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다.

이 문제는 비단 중부발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공공기관의 사정도 비슷하다.

현재 공모제를 통해 고위직 인사가 선임되고 있으나 사실상 공모를 통해 옥석을 가려내는 경우는 흔치않은 일이 돼 버렸다. 이것이 정설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 아닐 수 없다.

윗물이 맑지 않으면 아랫물이 맑지 않다는 것은 진리다. 공공기관 고위직 선임, 정치권이든 관료출신이든 내부출신이든 중요한 것은 적임자다. 공모제는 옥석을 가려내는 가장 기본이 되는 제도다. 기본을 지키지 않고선 아무리 좋은 제도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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