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은 위대한 역사…수력발전은 소중한 역사
원전은 위대한 역사…수력발전은 소중한 역사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3.06.2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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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력발전 해방 당시 비중 92% 이르는 등 주력 발전원 역할
발전용 댐 홍수 조절 등 비공식 업무 공식 업무로 인정받아
수문을 통한 방류는 매출 포기하고 댐수위관리를 위한 조치

 

<기획연재> 물처럼 살아가는 발전소 사람들

수력발전 역사와 발전용 댐 둘러싼 오해·진실

박석현 한강수력본부 수력운영실장

이범석 한강수력본부 발전운영부장

김태순 한강수력본부 수자원관리부장

윤준희 한강수력본부 설비기술부장

 

한수원 한강수력본부 앞마당에 설치된 휘호석.
한수원 한강수력본부 앞마당에 설치된 휘호석.

【에너지타임즈】 한수원에 원전이란 위대한 역사가 있고, 수력발전이란 소중한 역사도 있다.

해방 전후로 발전 비중 90%를 웃도는 주력 발전원으로 큰 역할을 했던 수력발전이 최근엔 청정에너지로서 주목을 받아 새로운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그리고 숱한 시간 묵묵히 물처럼 수력발전을 지켜온 사람들도 있다.

수력발전은 물의 낙차를 이용해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원이다. 댐을 건설해 물을 가두고 가둬뒀던 물을 낙하시켜 수차를 돌리면 수차와 연결된 발전기가 함께 돌아가면 전력이 생산된다. 수차는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 발전기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준다.

현재 일반화된 발전원인 원전과 석탄발전, 가스복합발전 등이 수력발전 원리를 기본으로 개발됐다. 다만 다른 점은 수력발전은 물을 이용하고, 나머지 발전원은 열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수력발전은 1878년 프랑스에 건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한반도 최초의 수력발전소는 1905년 북한 평안북도 운산군 일대에 건설된 운산수력발전이다. 이 발전소는 동양금광회사가 운산금광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발전설비용량 550kW급으로 지어졌으며 금광이 문을 닫으면서 폐지됐다.

남한 최초의 수력발전소는 1931년 전북 정읍시 일대에 건설된 운암수력발전이다. 이 발전소는 발전설비용량 5120kW급으로 건설됐고, 1985년 폐지됐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은 대륙침략을 위한 병참 기지화할 목적으로 중공업 시설을 수자원과 지하자원이 풍부한 한반도 북부와 서부지역에 집중적으로 건설하고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한 수력발전소를 건설했다. 그래서 북한에 수력발전소가 많이 있는 것이다.

1945년 8월 15일 해당 당시 한반도 발전설비용량은 172만2653kW. 수력발전이 158만6153kW, 화력발전이 13만6500kW였다. 발전설비용량 기준 비중이 무려 92%에 이르는 등 수력발전은 명실공히 주력 발전원이었다.

이때 남한의 발전설비용량을 살펴보면 수력발전 6만2240kW와 화력발전 13만6500kW 등 모두 19만8740kW였다. 한반도 전체 발전설비 중 남한에 있는 발전설비는 11.5%에 불과했고, 이러던 중 북한이 1948년 5월 14일 단전을 단행하자 남한은 극심한 전력수급난을 겪었다.

한국전쟁 당시 화천수력발전을 두고 남북이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이유 중 하는 화천수력발전이 남한 전력생산량 30%를 공급했기 때문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수력발전은 충분히 소중한 역사다.

발전용 댐인 화천댐 전경.
발전용 댐인 화천댐 전경.

수력발전소 운영을 위해선 댐이 필요하고, 이 댐은 크게 발전용 댐과 다목적용 댐으로 나눠진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발전용과 다목적용이란 다른 이름이 붙어 있으나 그 기능이 다르지 않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발전용 댐은 공기업인 한수원 사유재산인 반면에 다목적용 댐은 정부에서 소유하고 수자원공사이 위탁·관리하고 있는댐이다. 또 한수원은 발전 후 용수를 무상으로 방류하지만 수자원공사는 발전 후 용수를 판매하고 있다. 한강으로 흐르는 물은 발전용 댐에서 무상으로 방류되는 용수와 수자원공사가 판매하는 용수가 섞여 있는 것이다.

일각은 한수원이 수력발전 가동을 우선순위에 두고 발전용 댐을 운영함으로써 홍수피해를 유발하고 용수공급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을 한다. 그런데 사실이 아니다. 한강으로 흐르는 물을 판매할 수 있는 용수가 제한적이고 부족할 뿐이지 용수가 없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발전용 댐은 1974년부터 제한 수위를 도입해 홍수 조절에 나서는 등 이미 다목적용으로 활용되고 있고, 해방 당시 90%를 웃도는 비중과 달리 현재 전력계통에서 수력발전 의존도가 크게 줄었기 때문에 굳이 용수공급보다 전력공급에 우선순위를 필요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이뿐일까. 상·하류 지역에선 수위에 맞춰 관광산업과 삶의 터전이 형성돼 있고, 수위가 유지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발전용 댐을 전력생산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이를 종합해 보면 발전용 댐이지만 전력생산을 중심으로 댐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자 환경인 셈이다.

그래서 지난 35년간 한수원과 수자원공사가 지루하게 갈등을 빚었던 댐 일원화 문제도 발전용 댐이 이미 다목적용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인정해 발전용 댐을 다목적용으로 활용하자는 대안이 그래서 나올 수 있었다. 발전용 댐의 비공식적 업무가 공식적인 업무로 인정받은 것으로 그간 갈등의 씨앗이었던 발전용 댐과 다목적용 댐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 것이다.

한수원은 한강수계를 포함해 전국에 10곳 수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건설된 수력발전은 댐 준공 기준으로 보성강수력발전(1935년)·청평수력발전(1943년)·화천수력발전(1944년)·칠보수력발전(1945년), 한국전쟁 이후 건설된 수력발전은 괴산수력발전(1957년)·춘천수력(1965년)·의암수력발전(1967년)·팔당수력발전(1972년)·강림수력발전(1978년)·강릉수력발전(1991년) 등이다.

한수원에서 운영하는 수력발전 발전설비용량은 6270MW, 우리나라 수력발전 발전설비용량의 84.4%다.

한수원은 화천·춘천·의암·청평·팔당·도암·괴산·강림댐을 운영하면서 수도권에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용수공급을 하고 있고, 칠보·보성강댐을 운영하면서 영산·섬진강권역에 안정적인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한강수계 댐은 계단식으로 구성돼 있다. 북한 임남댐(일명 금강산댐)에서 흘러나온 물은 한수원이 관리하는 화천댐으로 유입되고, 춘천·의암·청평·팔당댐을 거쳐 수도권을 관통해 서해로 빠져나간다. 이들 댐은 연계 운영되고 있으며, 최북단 화천댐에서 방류가 이뤄지면 팔당댐까지 연쇄적으로 방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일각은 수문으로 방류되는 물을 보고 한수원이 매출을 올린다고 오해를 하지만 그렇지 않다.

댐수위를 조절하는 방법은 발전용 수로를 통해 배출되는 발전방류와 댐의 수문을 통한 방류로 나눠진다. 발전방류로 댐수위를 낮출 수 없다고 판단될 때 수문을 열어 방류하게 되는데 이때 방류되는 물은 전력을 생산하지 않는다. 실제로 수문을 열었다는 것은 댐수위조절을 위해 한수원이 매출을 포기했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한강수력본부 수력통제센터.
한강수력본부 수력통제센터.

한수원 수력발전을 운영하는 300명 남짓 한강수력본부 직원들이 가장 긴장하는 기간은 매년 6월 21일부터 9월 20일까지인 홍수기다. 이 기간에 장마와 태풍, 집중호우 등으로 연간 내리는 비의 2/3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댐수위관리가 필요한 시점이어서 그렇다.

한수원은 홍수기를 앞두고 댐수위를 선제적으로 낮춰 댐을 관리하고 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댐의 물을 다 비운다면 아무리 많은 비가 와도 국민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주지 않겠지만 그럴 순 없다. 용수공급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더 큰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수원은 최대한 정확도를 높인 강수량 예측을 바탕으로 홍수기 대비해 댐수위를 낮추는 한편 한강수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임남댐 무단 방류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홍수기 대응 의사결정은 집중호우 등 특이사항 발생 시 수자원통합운영센터는 예보된 강수량과 유입량 예측, 저수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발전방류로 가능한지와 수문으로 방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수문을 통한 방류는 발전방류보다 무려 30배 이상이나 많다. 예를 들어 100톤의 물을 발전방류로 방류한다면 수문으론 3000톤 이상의 물을 방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자원통합운영센터는 발전방류로 댐수위조절이 가능하다면 스스로 결정하게 되지만 수문을 열어 방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방류량과 시간 등을 결정한 후 홍수통제소로부터 수문 방류 승인을 받아 수문을 개방하게 된다. 한수원이 임의대로 수문을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한수원 한강수력본부가 기상청 데이터와 함께 미국·일본 등의 기상 전망 등을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홍수기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겠지만 지역별 편차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본지는 홍수기를 앞두고 소중한 수력발전 역사를 묵묵하게 물처럼 지켜오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필요한 친환경에너지로 주목을 받는 수력발전을 물처럼 진화시켜온 이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지난 5월 초 취재된 내용임을 알려드립니다).

팔당수력 전경.
팔당수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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