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발전 수소 생태계 조성 방점…여수‧인천 주목
남동발전 수소 생태계 조성 방점…여수‧인천 주목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4.01.03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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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공기업 첫 로드맵 수립 등 요란하지 않게 수소 전환 준비
수소 경제 전환 앞당길 수 있도록 독자적 노선보다 상생 선택

【에너지타임즈】 지금의 발전공기업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할 때 떠오르는 단어는 위기 그 자체다. 그렇지만 위기의 또 다른 이름은 기회다.

발전공기업은 기후변화 압박에 취약한 기업 중 하나다. 그리고 남동발전은 발전공기업 중에서도 가장 취약하다. 2001년 발전공기업이 한전으로부터 분사될 때 남동발전은 매각 1순위로 결정되면서 매각이 수월할 수 있도록 사업 포트폴리오가 디자인됐다.

분사 당시 우리나라 전력시장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발전원 중 하나인 석탄발전이 남동발전에 대거 몰렸다. 다른 발전공기업에 석탄발전이 1~2개 정도 배정될 때 남동발전엔 무려 4개가 배정된 것이다.

남동발전 석탄발전 현황을 보면 코어급 석탄발전으로 가장 오래된 석탄발전소인 삼천포화력과 국내 최초로 800MW급으로 본격적인 건설을 시작한 영흥화력과 함께 중유발전에서 순환유동층 발전방식으로 건설되던 여수화력과 무연탄을 연료로 하는 영동화력 등 4곳이나 된다. 현재 영동화력은 바이오매스발전으로 전환된 상태다.

실질적으로 남동발전을 압박한 제도는 신재생에너지의무화제도(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다. 이 제도는 발전설비용량 500MW 이상을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남동발전은 RPS 의무물량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어 공격적인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게 됐고, 그 결과 2021년 RPS 의무물량의 공급과 수요를 맞추게 됐다.

이맘때 김회천 남동발전 사장은 취임했다. 취임 일성으로 위기의식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나섰고 RPS에 대응한 남동발전의 공격적인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는 계속됐다.

그 결과 남동발전은 신재생에너지 물량을 2021년 1177MW에서 2022년 1247MW, 2023년 1332MW로 늘렸다.

이로써 남동발전은 RPS 의무물량을 채운 것은 물론 추가로 20% 수준인 물량 155MW를 확보함으로써 RPS 의무물량 확대에 대응이 가능한 기반을 닦았다.

특히 남동발전은 공격적인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재무 건전화를 도모하기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요금이 급등하고 전기요금이 급등하면서 SMP가 크게 올랐다.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은 연료가 필요 없는 발전원이다 보니 SMP가 오르면 오르는 만큼 수익이 창출됐기 때문이다.

남동발전은 이렇게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놓고 미래 사업으로 손꼽히는 수소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큰 위기는 큰 기회를 가져오는 것처럼 남동발전은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남동발전 본사 전경.
남동발전 본사 전경.


암모니아‧수소 결국 발전연료
수요 창출로 생태계 조성 견인

남동발전은 미래 생존전략으로 석탄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암모니아발전과 가스복합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수소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발전사 사업인 발전사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발전 연료 측면에서 보면 수소와 암모니아는 하나의 연료다. 암모니아는 수소 3개와 질소 1개가 결합한 물질이고 수소화합물이라고 불리기 때문이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11월 제2회 수소의 날 기념식에서 발전공기업 최초로 단체‧개인 부문에서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수소산업 진흥과 수소 경제 활성화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구체적인 공적을 살펴보면 남동발전은 발전공기업 최초로 수소 사업 중장기 추진전략과 로드맵을 수립하는 한편 수소‧암모니아 터미널 구축을 통한 수소 생태계 기반 조성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른 수소 활용 분산전원 사업모델 개발, 수소 전주기 핵심기술개발 등을 통해 안전하고 깨끗한 수소발전 생태계 구축에 역할을 했음을 인정받았다.

남동발전은 발전공기업 중에 수소 사업에 뒤늦게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요란하지 않게 수소 경제로의 전환을 준비했던 것이다.

남동발전이 발전공기업 최초로 수립한 수소 로드맵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강경완 남동발전 수소융합실장은 “남동발전 수소 로드맵은 생태계 구축이란 측면에서 접근했고, 청정에너지로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단시간 수소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설정하고 각자가 맡은 역할을 다할 때 생태계는 조성된다. 남동발전 수소 로드맵은 다양한 주체들이 상생으로 수소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남동발전 수소 로드맵은 연료란 측면에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석탄발전과 가스복합발전 연료가 석탄과 천연가스인 것처럼 암모니아발전과 수소발전 연료가 암모니아와 수소란 시각에서 출발했고, 발전사는 안정적인 연료 공급망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소를 가동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석탄발전에 암모니아를 혼합연소하면 암모니아발전이 되고, 가스복합발전에 수소를 혼합연소하거나 수소를 전소하면 수소발전이 된다. 석탄발전과 암모니아발전 차이와 가스복합발전과 수소발전 차이는 연료인 셈이다.

강 실장은 “(남동발전 수소 로드맵은) 어떻게 하면 단기간에 수소 경제로 전환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를 담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남동발전은 수소 생태계에서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수소 생태계 구축은 수소 경제로 전환을 앞당길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고, 중복 투자 등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남동발전 측은 내다봤다. 이른바 독자적 노선보다 상생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남동발전이 주목하고 있는 지역은 전남 여수와 인천이다. 단기적 측면에서 여수, 중‧장기적 측면에서 인천에 주목하고 있다.
 


암모니아발전 최적 요건 갖춘 여수
여수화력 청정수소 시장 진출 준비

전남 여수는 암모니아발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남동발전이 주목하고 있다. 암모니아발전 연료인 암모니아를 공급받을 수 있는 인프라와 함께 암모니아발전을 전환할 수 있는 석탄발전소인 여수화력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한민우 남동발전 수소융합실 차장은 “올해 청정수소 입찰 시장이 개설될 예정인데 현재 남동발전은 여수화력을 대상으로 입찰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하면서 “여수화력은 안정적으로 암모니아를 공급받을 수 있는 인프라와 함께 암모니아발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개설되는 청정수소 입찰 시장에서 여수화력이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연료인 암모니아 공급 인프라와 암모니아발전 혼합연소 비율을 높일 수 있는 발전방식, 국산화된 설비 등이 손꼽히고 있다.

첫 번째로 여수에 암모니아 공급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추고 있다.

암모니아는 농업용 비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고, 이 비료를 만드는 대규모 공장이 여수에 있다. 여수에 암모니아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인근에 민가가 없어 주민 수용성에 대한 부담도 적어 증설이 상대적으로 쉽다.

이를 기반으로 남동발전은 단기적으로 암모니아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연료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는 암모니아발전으로 전환이 상대적으로 쉬운 발전방식으로 여수화력이 건설됐다는 것이다.

석탄발전 발전방식은 미분탄 발전과 순환유동층 발전으로 나눠진다. 국내에 건설돼 운영 중인 대부분 석탄발전은 고열량 석탄을 분쇄해 연소하는 미분탄 발전으로 건설됐다. 반면 순환유동층 발전은 저열량 석탄 등 다양한 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됨에 따라 연료를 완전히 연소시킬 수 있도록 보일러 내부에 모래를 순환시키는 발전방식이다.

순환유동층 발전은 화로에 불을 피울 때 휘적거리면 불이 꺼지지 않고 화력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로 흔히 소각장에서 볼 수 있는 기술이다.

순환유동층 발전이 암모니아발전에 유리한 이유는 매개체가 없으면 연소가 안 되는 암모니아 특성 때문이다. 그래서 100% 암모니아발전이 없는 것이다. 순환유동층 발전은 보일러 내에서 연료를 순화시키기 때문에 암모니아 혼합연소 비율을 높일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세 번째 장점은 여수화력 설비를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한 것이다. 이미 국산화가 이뤄진 것으로 암모니아 혼합연소에 필요한 기술이 개발된다면 바로 적용하는 것은 물론 바로 개조도 가능하다.

한 차장은 “올해 청정수소 입찰 시장이 개설되면 남동발전은 여수화력으로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동발전은 올해 개설되는 청정수소 입찰 시장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이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면 암모니아발전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암모니아발전이나 수소발전을 하게 되면 비싼 연료인 암모니아와 수소를 사용함에 따라 발전단가가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경제급전인 우리나라 전력시장에서 경쟁력이 없게 되기 때문에 암모니아발전과 수소발전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우리 전력시장에 별도의 시장을 만들어 암모니아발전과 수소발전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개설되는 청정수소 입찰 시장에 참여하게 되는 사업자는 2027년까지 암모니아발전을 위한 연료 공급망을 확보하고 발전설비를 개조해 2027년부터 암모니아발전을 하게 된다.

특히 남동발전은 여수화력을 시작으로 특수목적법인 석탄발전소인 고성하이발전과 강릉안인발전을 대상으로 암모니아발전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린수소 생산 최적의 여건 인천
석유공사 협업 공급망 확보 기대

남동발전은 중‧장기적 측면에서 인천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강경완 남동발전 수소융합실장은 “인천은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인천 앞바다에서 건설되는 해상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수전해로 그린수소를 생산해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김진 인하대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인천 앞바다에서 개발 중인 해상풍력발전 설비용량은 4968MW에 달한다. 이를 기준으로 수소 생산량을 추정한 결과 연간 1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남동발전 사업장인 영흥화력 설비용량이 4800MW(800MW×6기)임을 고려할 때 발전설비용량 기준으로 현재 인천 앞바다에서 개발 중인 해상풍력발전 용량이 큰 셈이다. 게다가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해상풍력발전 개발 여지가 더 남아 있음은 인천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부분이다.

인천지역 그린수소 생산 성패는 해상풍력발전 보급 확대에 있다. 정부는 해상풍력발전을 중요하게 보고 있고, 지자체인 인천시도 적극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전망이 밝다.

실제로 해상풍력발전은 재생에너지 중에서 가장 현실성 있는 발전원으로 손꼽힌다. 해상에 설치되다 보니 민원에서 자유로운 측면이 양질의 풍력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대규모 건설이 가능한 장점을 갖고 있다.

다만 인천에서 해상풍력발전을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니다.

김진 교수는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1단계로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생산된 청정수소의 도입·저장·유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 선행될 필요가 있고, 2단계로 인천에 건설된 해상풍력발전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해 청정수소 전주기를 완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해상풍력발전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인 반면에 암모니아·수소 수요가 당장 발생하기 때문에 남동발전은 청정수소 도입·저장·유통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재생에너지 생산한 그린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수입해 수소를 저장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남동발전은 상당한 암모니아·수소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설계수명이 다한 석탄발전은 가스복합발전으로 대체되고 가스복합발전은 수소발전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에너지 정책 방향이 잡혀 있다.

남동발전은 삼천포화력과 영흥화력을 가스복합발전으로 대체해야 하고, 이렇게 건설된 가스복합발전은 수소발전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남동발전의 암모니아·수소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에서 청정수소 도입·저장·유통 인프라가 필요한 것이다.

게다가 남동발전은 이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여건 또한 갖고 있다. 영흥화력은 8호기까지 건설되는 것으로 추진됐으나 현재 6호기까지만 건설되고 이후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이 부지를 활용할 수 있고, 또 인근에 활용할 수 있는 부지가 상당히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동발전은 안정적인 암모니아·수소를 공급받기 위해 석유공사와 협력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이 수소·암모니아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석유공사는 중동과 북미 등 수소·암모니아 생산거점과 동북아를 대표할 수 있는 수소·암모니아 생산·유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석유공사가 인천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대규모 암모니아 수요를 창출하는 남동발전 영흥화력이 있고 영흥화력이 대체 사업으로 전환된다면 청정수소 수요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과 함께 수도권에 있는 가스복합발전이나 열병합발전 등도 에너지 정책에 의거 수소 혼합연소나 전소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충분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어 그렇다. 청정수소 도입·저장·유통 사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석유공사는 석유 사업을 통해 구축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청정수소를 확보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갖추고 있다. 실제로 중동과 북미 등 유전이 있는 산유국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청정수소를 생산해 암모니아 형태로 수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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