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면 인력 더 늘어야지…진리 역주행 현장
위험하면 인력 더 늘어야지…진리 역주행 현장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3.08.0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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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옥내저탄장 지붕 구조물 석탄분진 자연발화
다른 발전소 대비 유독 화재로 악명 높은 발전소 손꼽혀
휘발성 높은 저열량탄 전량 사용 따른 구조적 한계 직면

<연재> 남부발전 삼척빛드림본부 옥내저탄장

화재 위험성↑…석탄 운전원

처음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

조만간 나올 입찰 관심 집중

남부발전 삼척빛드림본부 전경. / 사진=뉴시스
남부발전 삼척빛드림본부 전경. / 사진=뉴시스

【에너지타임즈】 2023년 5월 23일 19시 20분경 한국남부발전(주) 삼척빛드림본부(이하 삼척화력) 옥내저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현장 관계자 발언을 종합해보면 이번 화재는 삼척화력 옥내저탄장 지붕 인근 구조물에 쌓인 석탄분진 자연발화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부발전 자체 기준을 알 수는 없으나 통상 화재를 원인에 따라 분류해보면 방화와 실화, 자연발화, 천재지변에 따른 발화 등으로 나눠진다. 그래서 자연발화는 화재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최초 화재가 발생하자 석탄 운전원들이 소방호스를 들고 지붕 쪽으로 올라가 진화했다고 한다. 지붕 쪽에 소방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아 석탄 운전원이 직접 소방호스를 들고 올라간 것이다.

옥내저탄장 지붕 구조물에서 석탄분진 자연발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발전공기업이 전국에서 운영 중인 옥내저탄장은 삼척화력을 포함해 모두 5곳인데 어느 발전소에도 발생하지 않았던 유형의 화재다.

보통 옥내저탄장은 축구장보다 넓고, 20m를 웃돌 정도로 높다. 옥내저탄장 자체가 구조물인데다 석탄을 보관할 때 나누는 칸막이도 구조물이다. 그래서 옥내저탄장은 수많은 구조물로 이뤄져 있다.

석탄 운전원들은 최초 화재 진화과정에서 분진폭발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분진폭발은 분진이 열과 압력을 받을 때 갑자기 연소해 폭발하는 현상이다. 보통 석탄분진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화재 당일부터 지난 25일까지 옥내저탄장 내 구조물에 쌓인 석탄분진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분진폭발이 계속 일어났다고 했다.

현장을 지켜봤다는 한 관계자는 물을 뿌리자 사람보다 훨씬 큰 화염을 동반한 분진폭발이 발생했고, 작업자 입에서 ‘어어’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후 석탄 운전원들은 같은 달 31일까지 옥내저탄장 내 석탄 칸막이 구조물을 비롯해 모든 구조물에 쌓인 석탄분진을 제거하는 작업을 완료하고 상황을 종료했다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화재로 인명피해는 없었고, 석탄에 불이 옮겨붙지도 않았다. 지붕이 높아 불씨가 석탄에 닿기 전에 꺼질 가능성이 크고, 설령 불씨가 석탄에 떨어지더라도 불이 옮겨붙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연탄에 불을 붙일 때 번개탄을 쓰는 것처럼 석탄에 불을 붙이는 게 쉽지 않아 그렇다.

삼척화력에서 발생한 화재는 이번만이 아니다. 유독 화재로 악명이 높은 발전소 중 하나다.

한 석탄 운전원은 그동안 화재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그걸 어떻게 일일이 기억하냐”고 말했다. 그만큼 화재가 빈번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잠깐 화재 나서 끄고 한 것까지 합치면 셀 수도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전산업개발노조 측은 한전산업개발에서 집계한 삼척화력 화재 건수를 근거로 대형화재만 6여건에 이르고 중‧소형 화재 등을 포함하면 58여건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다른 발전소와 달리 삼척화력에서 화재가 유독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기본적으로 연료 품질이 다르다.

일본 석탄발전소 저탄장 화재는 흔치 않은 일이다. 휘발성분이 거의 없는 고열량탄(칼로리 7300~8100kcal/kg)만 사용해서 그렇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열량탄을 기본으로 경제성 확보 차원에서 휘발성분이 많은 저열량탄을 혼소해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보다 자연발화 빈도가 높은 것이다.

석탄 표면에서 산소와 만나면 산화 반응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면 표면 온도가 올라가는데 석탄이 쌓인 저탄장의 경우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일정 온도까지 올라가 자연발화가 발생하게 된다.

저탄장 자연발화가 표면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그만큼 진화가 어렵다. 그래서 발전공기업은 불도저 등 중장비를 이용해서 석탄을 뒤집거나 혹은 더 산화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연발화를 예방하고 있다.

결국 저열량탄이 많으면 많을수록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열량탄, 이른바 저질탄에는 휘발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그렇다.

그런데 삼척화력은 연료로 자연발화 가능성이 높은 저열량탄을 전량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다른 발전소보다 자연발화 가능성이 높은 것이고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석탄 운전원들은 최근 삼척화력 화재가 과거보다는 많이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순찰을 강화해서 화재를 조기에 발견해 진압하는 한편 일용직 인부를 투입해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진 석탄 관리를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것이다. 시설이 보강된 측면이 없지 않아 있겠지만 현장 인력이 더 투입되면서 화재가 줄었다는 것이다.

한전산업개발노조 측과 석탄 운전원들은 삼척화력 옥내저탄장이 화재에 취약한 만큼 인력이 더 투입돼야 하는데 다른 발전소 옥내저탄장 석탄 운전원보다 숫자가 되레 적다고 주장했다. 위험하면 투입인력이 더 늘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최철순 한전산업개발노조 위원장은 “삼척화력 석탄 운전원은 100명 남짓인데 다른 발전소 옥내저탄장과 비교해보면 한참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기 계약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 조만간 비하인드 스토리를 포함해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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