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원전종사자 소신발언 논란…忠心인가? 反逆인가?
한 원전종사자 소신발언 논란…忠心인가? 反逆인가?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7.08.0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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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KPS 처장 기고문 게재로 논란 불거져
기고문 삭제…풀리지 않는 의혹 ‘보직변경’
시범케이스로 읽혀지며 소신발언 원천봉쇄

【에너지타임즈】문재인 정부 출범 후 탈원전정책에 대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 원전종사자가 탈원전정책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기고문을 게재함으로써 보직해임이란 불이익을 당했다는 글들이 인터넷을 떠돌면서 이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이 논란은 이른바 ‘시범케이스’로 읽히면서 자칫 탈원전정책에 대한 원전종사자의 소신발언이 철퇴를 받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면서 탈원전정책 관련 찬성목소리만 있을 뿐 반대목소리가 반영될 수 없는 공론화구조가 고착화돼 버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원전업계에 따르면 임천석 한전KPS(주) 한빛3발전처 처장은 지난달 27일 ‘우리나라 원자력의 미래’란 제목으로 국민일보에 기고문을 게재했다. 현재 인터넷상에서 이 기고문은 볼 수 없도록 삭제된 상태다. 이에 앞선 6월 21일 조선일보에 ‘원자력산업의 경쟁력’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한 바 있으며, 이 기고문 또한 현재 인터넷상에서 볼 수 없도록 삭제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후 임 처장이 기고문을 언론에 게재했다는 이유만으로 보직해임이란 소식이 블라인드 등 소통채널을 통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이 논란은 증폭됐다. 특히 주무부처가 해당 기고문을 삭제할 것을 종용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당시 블라인드 등에 게재된 내용을 살펴보면 원전종사자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임 처장이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 때문에 보직해임을 당했습니다. 내용을 보니 모두 맞는 말인데 불이익처분을 받았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임 처장은 제가 잘 아는 분이라 전화로 위로의 말을 전하였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글을 유추해 볼 때 임 처장은 이미 지난 6월 21일 조선일보 기고문으로 보직해임을 당했음이 원전업계에서 보는 시각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국민일보 기고문까지 반영되면서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전KPS 측은 임 처장 관련 원전업계에 떠도는 글처럼 징계성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면서 지난 1일부로 본사 ‘원자력산업처’에 기술역으로 발령을 낸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임 처장이 사업소에서 본사로 온 것은 임 처장의 기술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결과론적으로 임 처장은 사업소에서 본사로의 보직변경으로 매듭지어지는 분위기지만 풀리지 않는 의혹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한전KPS 인사는 크게 정기인사와 수시인사로 나눠지는데 일반적으로 정기인사는 매년 연말에 이뤄졌다. 다만 수시인사는 뜻하지 않은 결원 등 필요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다만 임 처장의 잇따른 기고문으로 논란이 된 상태에서 수시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은 석연찮은 부분으로 손꼽히고 있다. 또 언론지상에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에 이미 원전업계 내 소통채널인 블라인드 등을 통해 논란이 거셌다는 점과 이미 게재된 기고문들이 삭제된 점도 의혹의 꼬리를 물고 있다.

그렇다면 임 처장의 기고문은 현재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적절치 못한 주장이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임 처장의 소신발언이 철퇴를 맞을 만큼 폭력적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달 27일 국민일보에 게재됐던 임 처장의 기고문은 탈원전정책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을 진단하면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한 현장 종사자로써의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요약되고 있다.

임 처장은 기고문을 통해 웨스팅하우스는 원전의 설계·건설·보급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해왔지만 1979년 쓰리마일원전사고 이후 미국의 신규 원전 건설 중단으로 경쟁력을 잃어가더니 1997년 영국으로 흡수됐다. 또 2006년 도시바로 흡수됐으나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원전산업의 경우 설계·제조·건설·운전·정비·핵연료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기술자립을 이룩하고 선진국으로 올라서게 됐고, 그 결과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임 처장은 웨스팅하우스 파산원인을 분석하면서 우리나라 원전기술에 대한 현재를 진단한 뒤 탈원전정책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한편 원전산업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했다.

이어 그는 대안으로 우리의 원전기술력과 경쟁력을 유지시키는 한편 수출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최소한 범위에서 신규원전건설계획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전산업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걱정만 하는 것보다 원전산업계 종사자 모두가 원전안전에 대한 신뢰성을 더욱 제고하는데 힘을 써야 할 때이고, 국내 원전에 대한 높은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만이 우리나라 원전산업의 미래를 더욱 밝혀야 할 것이란 결론으로 매듭지었다.

원전업계는 이 정도의 소신발언마저 통제를 받는다면 공론화과정에서 반대목소리는 전혀 반영될 수 없고, 두고두고 이 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이와 함께 소신발언에 대한 징계성이 공공기관 원전종사자들의 입을 막게 될 것이란 막연한 불안감이 원전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그 결과 임 처장의 기고문 논란은 일면 ‘시범케이스’로 읽히면서 원전업계에서의 소신발언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모양새가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원전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이 논란은 단순히 (임 처장의 소신발언을) 차단하는 것 이상의 영향을 원전업계에 미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뒤 “원전종사자를 침묵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임 처장이 처한 상황을 감안할 때 원전종사자 소신발언은 더 이상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원전산업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탈원전정책에 대한 반대목소리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결국 임 처장의 기고문 논란은 문제의 기고문이 인터넷상에서 삭제되는 한편 보직변경으로 포장되면서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반대목소리를 묵살하는 것으로 읽히고 있는 탓에 당분간 이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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