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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전원믹스…조각 맞추는 퍼즐놀이 아냐<김진철 에너지타임즈 편집국장>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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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18  18: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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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전원믹스는 우리나라 전력공급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지금처럼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이고 그 자리에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에너지를 채우겠다는 단순계산은 위험하다.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이 세계적인 추세라지만 소프트하고 안정적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은 필수불가결요소다.

아무리 고가의 옷이라도 때와 장소에 맞지 않거나 몸에 맞지 않으면 그게 무슨 소용일까. 전원믹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사정과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전환될 경우 몸에 맞지 않은 옷처럼 불편할 수 있다. 전원믹스는 단순하기 조각을 맞추는 퍼즐놀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은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이는 한편 그 자리에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에너지로 채워나갈 것임을 공식화한 바 있다.

물론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은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도 큰 흐름에 이견을 두지 않고 있지만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전업계도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눈치다. 그래서 이들은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는 논의과정에 함께 하자고 정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눈치다.

솔직히 이들의 목소리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이유는 정권이 교체되어서야, 야당이 여당이 되어서야 대화를 하자고 나섰다는 것. 게다가 야당과도 소통하지 못한 원전업계가 시민들과 얼마나 소통을 했을까 싶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원전업계는 그 동안 원전의 위치를 감안할 때 문 대통령이 공약을 이행할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한 가운데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강한 드라이브를 걸자 적잖게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보니 여론을 움직일만한 논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원자력학계를 중심으로 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여한 한 기자는 공기업에서 원전을 운영하다보니 반핵단체 등으로부터 공격을 많이 받는다면서 원전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한 바 있다. 물론 토론에서 자신의 견해를 펼치는 것은 크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지만 원전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는데 힘써야 할 이 시점에 논점에서 벗어난 주장이 나오니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게다가 더 웃긴 것은 원자력산업회의는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에 버젓이 원전을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제목을 달아 내보내기도 했다.

자칫 이러한 모습은 원전업계가 정부에 어깃장을 놓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그렇잖아도 정부가 안전을 이유로 탈 원전을 선언한 가운데 민영화시키겠다는 논리는 누가 보더라도 곱지 않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원전업계는 안전하고 저렴한 탓에 신(新)기후체제에 대응할 수 있고, 미세먼지 주범인 석탄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발전전원은 원전뿐이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전혀 진일보되지 않은 논란에다 아직도 전기요금을 낮추는 역할을 원전이 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웃을 정도다.

원전업계의 이 같은 행동들이 꼴사납기 그지없지만 중요하게 봐야할 것은 원전과 석탄발전, 가스발전, 신재생에너지 등이 갖고 있는 가치를 제대로 평가한 뒤 전원믹스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 우리나라 사정과 여건 등을 감안한 전원믹스 황금비율을 찾는 것이 지금 정부에서 해야 할 일임에 분명하다.

지금처럼 여론에 떠밀려 전원믹스를 단순한 조각 맞추는 방식으로 추진한 결과 에너지정책에 혼선을 준 사례가 있다. MB정부에서 추진했던 녹색성장정책이 그것이다. 발전전원별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면밀한 검토 없이 추진되면서 실패한 정책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11년 9월 15일 15시경 발생했던 9.15 순환정전사태를 아픈 기억이지만 되새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 당시 30℃를 웃도는 이상기온으로 인해 냉방부하가 급증했고, 추석연휴를 보낸 근로자들이 공장 등 산업현장으로 속속 복귀하면서 전력수요가 급작스럽게 폭주했다. 당일 10시경 전력수요가 떨어져야 할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전력수요가 계속 늘어났고 결국 예비전력은 바닥을 쳤다. 그리고 이날 오후 뒤늦게 찾아온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냉방부하가 폭증했고, 전력거래소는 순환정정이란 극단의 카드를 빼들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혼란에 빠졌다.

겉으로 보기엔 전력수요예측이 빚나간 결과로 보이지만 당시 발전설비용량은 충분했다. 다만 하계피크를 보낸 발전기들이 대거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면서 급작스럽게 늘어난 전력수요에 대응하지 못했다. 급작스런 전력수요도 문제였지만 일반적으로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더라도 일정수준의 예비전력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동계피크에 대비하다보니 무리하게 추진했던 부분이 있다. 그 이유는 예비전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에서 기인한다.

당시 MB정부는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녹색성장정책을 폈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추진됐고, 이는 고스란히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됐다. 그 결과 가스발전과 석탄발전 건설이 대거 취소되거나 보류됐다. 발전5사는 지금과 같이 존폐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보급계획이 경제성을 이유로 더뎌지고 민원 등에 발이 묶이면서 무산되는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누수가 발생했다. 9.15 순환정전사태는 그런 측면에서 촉발됐다는 것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원믹스를 조금 흔들었을 뿐인데 9.15 순환정전사태 이후 전력수급난은 한 동안 이어졌고, 또 다른 형태의 여파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9.15 순환정전사태 이후 정부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가스발전과 석탄발전 건설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건설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가스발전이 먼저 상업운전을 시작하면서 전력수급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때 함께 건설되기 시작했던 석탄발전은 최근에서야 건설공사를 마무리 짓고 시운전을 하거나 상업운전을 하고 있다. 전원믹스가 흔들리면서 발생한 부작용은 9.15 순환정전사태와 달리 전력이 크게 남아도는 현상으로 현재 이어지고 있다.

9.15 순환정전사태는 전원믹스를 고려하지 않은 MB정부의 녹색성장정책이 만들어낸 병폐 중 하나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분산전원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분산전원은 아직까지 정착되기까지 거쳐야 할 검증과정이 분명 있다. 분산전원으로 대변되는 구역전기사업 관련 최근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월 9일 10시 28분경 부산정관에너지 내 송·수전용 변압기 1대가 폭발했다. 이 여파로 주파수가 흔들리면서 부산정관에너지 발전설비가 가동을 멈췄다. 그 결과 부산정관에너지 공급권역인 정관신도시 내 공동주택 2만2800여 가구에 대한 전력공급이 중단됐고 부산정관에너지 공급권역에 블랙아웃이 발생했다. 분산전원이 이론적으로 실효성이 있어 보이지만 중앙급전방식의 백업기능을 갖춰야 한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쉽게 설명하면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에너지의 경우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선 지금처럼 중앙급전방식으로 백업기능을 할 수 있는 발전전원이 뒷받침해줘야 가능하다. 자주국방이 가능해졌다고 해서 국방외교를 단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가 갖고 있는 지리·환경적인 약점이 먼저 극복돼야 하고 전력계통에서의 검증, 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보완돼야만 전력계통에서 발전전원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게 된다.

특히 1000MW급 원전 1기를 대체하기 위해 적어도 3000M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가 필요하고 24시간 가동되기 위해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기본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에너지가 전력계통에 정상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뒷받침되기 위해선 이를 받쳐줄 수 있는 발전전원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스마트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전원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에너지안보’란 단어가 있다. 전원믹스는 에너지안보를 유지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에너지정책방향이 정해지면서 가스발전 관련 주가가 파죽지세로 뛰고 있다. 실제로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인다면 그 공백을 신재생에너지로 채워나가겠다지만 실제로는 가스발전이 그 자리를 매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가스발전 발전단가가 국제유가 급락으로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 급등할지 모를 일이다.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린다면 가스발전 발전단가는 크게 늘어나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는 세계시장의 논리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 셰일가스도 앞으로 성장할 시장으로 손꼽히지만 환경파괴 등을 이유로 언제든지 위축될 수 있음이 현실이다. 그래서 가스발전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으로 전원믹스가 구성됐다고 가정할 때 천연가스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안정적인 전력공급체계는 크게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원전과 석탄발전이 과도하게 보급된 가운데 발전연료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전기자동차 보급을 공약으로 낸 만큼 전기자동차 보급이 전력수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도 없는 상태다. 일정수준으로 전기자동차가 보급이 될 경우 야간의 남는 전력을 이용할 수 있어 에너지저장장치 역할을 하겠지만 급격하게 보급되면 전력계통에 무리한 영향을 줘 전력수요를 부추길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전원믹스의 황금비율을 찾아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처럼 검증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면서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인다면 과거의 사례에서 보듯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보급된 신재생에너지가 안정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은 원전이나 석탄발전, 가스발전 등 기존 발전전원의 몫이다.

하나를 빼고 하나를 채우는 방식의 에너지정책은 유치원생도 할 수 있는 정책이다. 좀 더 면밀하게 살피고 안정적으로 친환경에너지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혜안을 꿰뚫어본 뒤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분명 정부의 몫이다.

원전업계도 싸기 때문에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벗어나 원전이 갖고 있는 가치를 찾고 정부와 협의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내는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원전업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싸고 신(新)기후체제에 대응할 수 있는 발전전원이라면 원전을 제외한 발전전원의 존재가치는 없다. 그렇지만 각국은 자국에 맞는 전원믹스를 구성하고 있다.

전원믹스는 조각을 맞추는 퍼즐놀이처럼 결코 단순한 것이 아님을 정책결정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에너지정책이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말이 결코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그리고 또 안정적인 전력공급체계 위에서 4차 산업혁명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이 기술은 안정적인 전력공급체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이 다 무슨 소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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