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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의눈
[기자의눈] 日 전력판매 개방! 화려한 겉포장에 속으면 안돼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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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20  16: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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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최근 정부가 우리의 전력판매시장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 이후 발전분할과 배전분할 등을 거쳐 전력판매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정책이 추진됐으나 발전분할 후 2003년 노사정위원회 결정으로 배전분할을 잠정 중단됐다. 이후 전력판매경쟁과 전력소매판매 등의 형태로 논란이 떠올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다 이 논란이 전력산업 구조개편 추진 16년 만에 매듭지어졌다.

정부는 전력시장에서 경쟁할 수 요소가 없고, 전력판매를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전력판매를 개방할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고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과연 그럴까. 정부의 결정이 석연찮다. 일본의 사례나 모델을 카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데 최근 전력판매시장을 개방한 것은 일본이고 실제로 지난 14일 열린 공공기관 기관장 워크숍에서 한 통신사가 일본 소프트뱅크의 전기요금과 통신요금을 결합한 상품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식화만 하지 않았을 뿐 일본의 모델이라는 것은 모든 정황에서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전력판매시장을 전면 개방했을까. 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0개 민간전력회사가 지역을 독점하는 형태로 일본의 전력산업이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 소매도시가스산업과 비슷한 모습이다. 이 와중에 일본 정부도 1990년대 전력산업의 자유화와 규제완화의 흐름을 타고 전력산업구조개편을 4단계에 걸쳐 추진키로 방향을 정하게 된다.

제1차 제도개혁은 1995년 4월, 제2차 제도개혁은 2000년 3월, 제3차 제도개혁은 2003년 4월 등 추진됐다. 다만 제4차 제도개혁이 2008년 4월 도매시장 활성화와 경쟁을 위한 제도개선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사실상 중단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2012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세계 3대 원전사고인 후쿠시마원전사고가 발생하게 됐고, 일본은 그 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전력판매시장에 대한 전면개방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4년 뒤인 지난 4월 일본의 전력판매시장은 전면 개방됐다.

일본이 갑자기 왜 전력판매시장 전면 개방이란 카드를 꺼내들었을까. 후쿠시마원전사고에 따른 일본 자국 내 원전이 전면 가동을 멈췄다. 그 결과 대체전원인 석탄발전과 가스발전의 가동이 급속히 늘어나게 됐고, 전기요금도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올랐다. 일본은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하고 있는 탓에 연료비용 상승은 그대로 전기요금에 전가됐다. 물론 일본 정부가 전기요금 급락에 대한 제어장치를 일부분 컨트롤했으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전기요금을 제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전기요금은 안정세를 찾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2014년 방한한 겐 고야마(Ken Koyama) 일본에너지경제연구소 박사는 석탄과 천연가스 등 발전용 연료의 수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흑자였던 일본이 적자로 돌아섰다. 당시 가정용 전기요금은 15∼20%, 산업용 전기요금은 40%까지 올라가면서 일본의 경제에 큰 부담을 줬다고 증언했다.

물론 지금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전기요금에 대한 일본 정부의 부담은 다소 완화됐으나 일본의 정지된 원전의 재가동은 아직도 답보상태다. 또 변화무상한 국제유가도 적잖은 부담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저유가기조가 고유가기조로 전환되면 일본은 또 다시 위기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은 전기요금 급락에 대한 일부 남아 있던 공적인 기능을 전력판매시장 전면 개방으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하면서 전기요금을 전면 시장에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석유제품시장의 모습이 그것이다. 우리 정부가 휘발유나 경유의 가격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면서 사용자는 전기요금과 결합된 결합상품을 구매하게 되면, 이들은 단일상품으로써 전기요금 수준에 대한 인지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결국 전기요금이 인상되더라도 사용자는 전기요금 인상수준이나 인하수준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결론을 낳게 된다. 그에 따른 일본 정부의 책임은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결합상품은 단일상품의 원가를 희석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일본의 전력판매시장 전면 개방은 후쿠시마원전사고에 따른 전력시장에 가해진 충격을 국가에서 해결하지 못할 지경에 놓이자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이 카드를 꺼내든 것임에 틀림없다. 그 이유는 이미 일본의 전력회사는 민영화돼 있기 때문에 제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은 우리가 1997년 외환위기에 따른 궁여지책으로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추진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답은 나온 셈이다.

일본 정부가 결합상품에 따른 전기과소비를 감수하면서까지 모든 책임을 시장에 떠넘긴 것인데 우리가 이를 카피하는 것처럼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이에 앞서 이와 관련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다양한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되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일본은 다급했지만 정도(正道)를 걸었다. 2012년 후쿠시마원전사고 후 전력판매시장 전면 개방 관련 논의를 시작했고, 자국에 맞는 로드맵을 만들어 법과 제도 손질, 1년이 넘는 시뮬레이션까지 많은 논의의 시간을 가지는 등 전력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을 만반의 준비를 해 왔다. 일본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인 질타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같은 과정을 거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전력판매사업자는 벌써 공급처를 찾지 못해 부도를 내는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올 하반기 중으로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한다. 일본의 전력판매시장 겉포장에 현혹됐다고 아니 볼 수 없다.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경우 공적인 기능이 강하다. 일본처럼 원전가동정지에 따른 위기도 없다. 전기요금 수준은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국민의 저변에 깔려 있을 정도로 낮다. 국민의 입장에서 전력판매시장을 개방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소비자 선택권은 다양하게 출시된 상품에서 상품을 고를 때 가능한 일이다. 정부에서 말하는 소비자 선택권은 단순히 유통회사를 선택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서울에서 사용하는 전기나 부산에서 사용한 전기가 다른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전력계통 특성상 전기는 다를 수 없다.

예를 들면, 한 통신회사가 전기요금과 통신요금, 인터넷요금을 결합한 상품을 출시했다고 하자. 이 회사는 매달 전기요금 5만 원 이상을 사용할 경우 인터넷요금을 면제해 준다는 결합상품을 출시했다. 매달 4만 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내는 고객은 인터넷요금 3만 원을 내지 않기 위해 전기요금이 5만 원이 될 때까지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기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

결합상품은 일반적으로 적은 마진으로 많은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갖고 있는 마케팅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전력판매사업자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전기다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결합상품을 양산할 가능성은 불을 보듯 뻔 한 일이다. 한전의 절전캠페인인 ‘전기는 국산이지만 원료는 수입입니다’란 슬로건을 민간의 전력판매사업자가 내걸 수 있을까.

이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대응 등에 따른 비용은 어디에서 충당할 것인지도 문제다. 지금처럼 한전이 에너지신산업 등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처럼 민간의 전력판매사업자가 할지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우리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자. 에너지신산업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다양한 사업자들이 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굳이 전력판매시장을 개방하지 않아도 이미 만들어진 전력시장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필요하다면 전력판매시장이 개방되는 것도 대세라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중요한 것은 궁여지책으로 전력판매시장을 전면 개방한 일본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무턱대고 일본의 모델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맞는 모델을 개발하고 공공재인 전력의 판매시장이 개방되더라도 공공성을 지킬 수 있는 제도나 법으로 규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즘 글로벌 경제위기로 많은 기업들이 앓는 소리를 한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은 도산위기에 놓여있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전기요금 관련 직·간접적으로 지원이 가능하지만 통신요금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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