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고는 방폭장치 니킹때문”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고는 방폭장치 니킹때문”
  • 윤병효 기자
  • ybh15@energytimes.kr
  • 승인 2010.07.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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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접근 방식 감압정 해결책, 한 달 소요 예상
‘천천히 가는 게 빨리 간다’ 교훈 주는 사례
[인터뷰]-최종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에너지타임즈 윤병효 기자] 지난 4월 20일 미국 멕시코만의 심해유전 시추 중 일어난 기름유출 사고가 8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무그룹이 조사한 결과 하루 유출량은 3만5000~6만배럴로, 이달 초까지 약 333만배럴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미 정부는 밝혔다. 사고 책임자인 BP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감압정 방법이 완전히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약 한 달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 역시 해저시추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분명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내 석유시추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최종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로부터 사고의 원인과 우리의 대처방법 등을 들었다.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고의 원인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보도된 기사들을 분석해보면 근본적 원인은 방폭장치(BOP·그림)의 이상에서 비롯된 것 같다. 시추공에 설치되는 방폭장치는 사고 발생 시 기름유출을 방지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부터 방폭장치(BOP)에 니킹(nicking, 깨짐)이 있다는 신호가 있었지만 현장에서 이를 무시하고 계속 작업을 진행하다 결국 기름이 걷잡을 수 없이 용출되면서 화재가 발생해 유출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지만 별일 아니라고 자만한 것이 대재앙이 됐다.(원유시추선인 딥워터 호라이즌 호의 침몰로 원유호스가 잘려 나가면서 원유가 유출되기 시작했다.)


 

▲왜 현장에선 니킹현상을 무시했다고 보나.

-해저 5000피트(약 1500m)에 방폭장치를 설치하기 전까지는 지상에서 압력실험 등 충분한 점검이 이뤄졌을 것이다. 이는 아주 기본적인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심해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수시로 이상 유무를 체크하고 이상이 있다면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것이 안 된 것이다. 근본적 배경에는 거액의 시추비용이 있다. 심해시추는 하루 최소 50만에서 100만달러 가량이 소요되는데, 언론 보도를 보면 작업이 40일 가량 지연됐다고 한다. 결국 BP와 시추를 맡은 트랜스오션이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사고 징조를 별일 아닌 것으로 여기고 작업을 계속 진행하다 큰 사고로 이어졌다.


 

▲현재 해결방법으로 실시하고 있는 감압정은 어떤 것인가.

-원유가 나오는 시추공에 머드(진흙)를 채워 저류층 압력을 낮추는 것이다. 처음에는 탑 킬(위에서 뚜껑을 덮은 뒤 머드 주입) 방식을 시도했으나 용출압력이 너무 세 실패했다. 지금은 다른 시추공으로 뚫고 들어가 사고 시추공에 수평으로 접근한 뒤 밑에서 머드를 채우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기름 유출량이 처음에는 1000배럴이었다가 지금은 6만배럴로 보도되고 있는데 얼마 가량으로 보고 있나.

-기름 유출량을 추정하는 방법이 있다. 해상위로 유출된 기름의 농도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아직 항공사진을 보지 못해 추정이 힘들지만 전문가들이라면 항공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미 정부가 140억달러의 피해보상금 예치를 요구하는 등 BP의 책임비용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파산설까지 나오고 있는데 정말 파산할 것으로 보는가.

-그렇진 않을 것이다. 이런 사고를 대비해 광구 운영자들이 보험에 가입하는데 일단 이번 사고는 피해액이 너무 커 보험사의 보상 한도는 훨씬 넘었을 것이다. 피해 보상액이 크긴 하지만 미 정부가 한 번에 요구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요구하기 때문에 BP로선 감당이 가능하다. 또한 BP는 세계 석유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누구도 파산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석유공사도 해저시추를 하고 있다. 이번 사고를 통해 우리가 대처할 점이 있다면.

-사실 우리로선 크게 대처할 점은 없다. 이번 사고는 심해시추 도중 일어난 것인데, 우리는 아직 심해시추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석유공사의 해저시추는 1000피트 이하의 대륙붕에서만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사고 발생 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다만 국내기업이 심해유전의 운영권자로 있고, 시추를 해외기업에 맡겼을 경우에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사전 계획을 철저히 준비하고, 사고에 대비한 매뉴얼도 충분히 보유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다 해도 현장 작업자들과 함께 침착하게 매뉴얼대로 대응한다면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시추업계에 ‘Go Slow to Go Fast’란 말이 있다. 천천히 가는 게 더 빨리 간다는 뜻이다. 철저히 계획하고 천천히 작업하는 게 느려 보일 수 있지만 결국엔 더 빠르게 일을 끝낸다.
석유산업은 거대한 자연을 상대하기 때문에 우리 인간들은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작업에 임해야 한다. 이번 사고로 교훈은 얻되 너무 겁먹거나 위축될 필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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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밤순 2010-07-10 01:17:47
최종근 서울대교수님의 훌륭한 인터뷰 기사 잘 읽었습니다. 윤병효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멕시코만 기름확산을 막기위해 '기름수장치를 개발하여 BP사에 제공하기위해 해당부처들의 문을 두드렸으나 문은 굳게 닫처 지금도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BP사에 세부도면 제공과 기름수거장치를 제공하는 두가지 방법에서 장치관련은 국내 제작경우 약1개월과 5억원의 비용(정부)이 추산됩니다. 최종근교수님께 부탁드리고 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