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력산업에서의 두 가지 문제
<칼럼> 전력산업에서의 두 가지 문제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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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7.0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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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규 박사(한국전기연구원)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에 보고된 올해 여름철 전력공급 안정대책을 살펴보면 전력수요 증가가 전력생산을 생산하는 발전설비의 증가를 앞지르고 있어 이상 고온이 발생할 경우 계통의 안정운영에 상당한 주의를 요하고 있다.

이는 불시의 설비 고장을 대비해 계통의 안정운영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예비력이 계통안정 운영기준에서 정한 400만kW보다 작아 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가용 예비력이 낮을 때 대형 발전기가 정지하거나 초고압 송전선로의 고장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전기공급을 통제하든지 혹은 최악의 경우 광역 정전사태에 이를 수 있다.

무더운 여름 전기공급이 중단되는 경우를 생각해보라. 거리 신호등이 나가고,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정지되고, 냉장고 음식이 상하게 되고, TV도 볼 수 없고, 선풍기 바람 없이 무더운 밤을 보내야 한다.

이와 유사한 상황이 지난 겨울철에 이미 발생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계통설비에 큰 고장이 발생하지 않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이전에는 최대 전력수요가 냉방수요가 많은 여름철에 발생했는데 지난 겨울에는 난방 수요가 급증해 전력수요가 여름철 최대수요를 능가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전력설비의 유지관리와 계통운영기술의 발전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지만 고장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여름철에는 전력설비 사고의 가장 큰 요인이 되는 기상이변, 즉 태풍이나 낙뢰를 동반한 폭우 등이 빈번해 전력설비의 관리와 계통의 안정운영에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전력수급안정 측면에서 살펴보면 신규 발전소 건설이 이뤄지면서 상당히 개선될 전망이다. 그러나 전기소비 증가속도와 전력유통설비 확충측면에서 이러한 여건이 쉽게 개선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전기소비는 빠르게 증가하는데 비해 전력설비의 건설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력설비 건설에 대한 민원이 급증하면서 전력설비의 건설기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큰 사회적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전기사용을 선호하면서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설비의 건설을 반대하는 이율배반적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즉 내가 전기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되 이에 필요한 전력설비는 너희가 알아서 하라고 주장한다.

이 이면에는 또 다른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전기가 사용에 편리한 만큼 무한정 충분하게 공급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과 전력설비 건설에 대한 민원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전기소비 증가속도는 전력산업의 효율성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고, 전기요금은 전력의 생산과 유통에 소요되는 비용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에 필수적인 폐기물 처리에 따른 갈등과 비용, 대용량 전력을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수송하는 데 필수적인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에 대한 민원, 발전소 건설에 따른 환경제약 등이 대표적인 문제 사례이다.

전기요금이 올라서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전기요금이 올라가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전기를 효율적이지 않게 마구 사용해 생산비용이 오르게 하고, 님비(NIMBY) 현상으로 전력설비 건설이 지연되는데 따른 추가비용 발생에 기여하고 있다. 전력설비 건설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연기처럼 사라지는 돈이다.

전력산업에 한정해 살펴보면 문제 해결 방안은 쉬워 보인다. 전기요금을 전기소비가 지나치게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는 수준까지 올리면 되지 않을까? 물론 전기요금만으로 모든 문제를 일시에 해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전기소비가 지나치게 빠르게 증가해 전력산업의 효율성을 해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고, 모두가 혜택을 받는 전기공급에 필수적인 전력설비의 확충이 적기에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며, 또한 신기술의 적극 도입을 통해 계통의 성능을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

여기서 또 두 가지 문제가 대두된다. 전력산업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의 관점에서 전기요금은 어떻게 정해야 하는 것일까? 

또한 전력설비의 건설에 따른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어떻게 마련되어야 하는가? 특히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민원은 발전소에서 소비지역에 이르는 송전선로의 경과지를 따라 발생한다.

수요지 인근에 발전소 입지를 확보하는 방안에서부터 초고압 송전선로의 신규건설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 등 모든 가능한 대안에 대해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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