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전거 타기가 활성화 되려면
<칼럼> 자전거 타기가 활성화 되려면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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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7.0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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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선 본부장(한국에너지재단 사업운영본부)
한동안 중단했던 자전거 출퇴근을 몇 주 전부터 다시 시작했다.

에너지절약과 나눔을 지향하는 에너지재단의 직원으로서 나 한 사람의 출퇴근을 위해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명분에 건강까지 고려해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한 것이 지난 2008년 초였다.

그 해 말 겨울 폭설 등으로 잠시 자전거를 묶어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지하철에서 할 수 있는 짧지만 매우 유용한 독서의 재미에 빠져 어느새 1년반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출퇴근 길이 편도 20㎞여서 짧은 거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는 곳과 근무하는 곳이 모두 자전거 전용도로가 설치되어 있는 강변을 끼고 있고,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건물에는 샤워장까지 마련돼 있어 자전거 출퇴근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좋은 조건에서도 자전거 출퇴근을 하지 않는다면 자전거를 생활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책읽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다시 자전거를 꺼내 먼지를 닦고 타이어 공기압과 브레이크를 점검했다.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고 내 몸 속 불필요한 영양을 태우는 자전거 출퇴근의 장점과 미덕은 모두가 아는 상식이므로 생략하기로 하자.

내가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한 2008년 이후 자전거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과 분위기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 하기 위한 참으로 많은 시도와 노력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 시작은 바로 ‘녹색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8월15일 이명박 대통령은 건국 60년 경축사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 즉 새로운 비전의 축으로 제시했다.

이후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발족해 ‘녹색성장 국가전략’과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자전거는 녹색성장의 동반자로 규정되기에 이르렀다.

지자체마다 자전거 도로를 정비, 확충하기 시작했고 제한적이지만 지하철에도 자전거 소지자 전용칸이 마련됐다. 또 서울 송파구와 경남 창원시, 대전광역시, 경기 고양시 등이 속속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주는 공공자전거제를 도입했다.

또 대전은 공공자전거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하기 시작했고 여수시는 지자체로서는 처음으로 모든 시민을 자전거보험에 가입시켜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발맞춰 인터넷 검색포털사이트인 네이버는 최근 지도서비스에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자전거 길찾기 서비스’ 기능을 추가했다.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아이디어를 짜내고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환영받아 마땅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저녁 약속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시내 운행을 해보면서 도심에서 자전거를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은 2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강변 둔치와 다리의 자전거 도로는 크게 개선됐지만 시내 도로는 여전히 자전거를 거부하고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와 전용주차장과 샤워시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의식, 자전거의 성능과 품질, 도로교통 관련 법규 등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가 활성화되기 위해 갖춰야 할 인프라가 한두가지가 아니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도심 어디든 사람이 걸어서 갈 수 있어야 하고 따라서 자전거가 갈 수 있어야 한다.

실제 강변 둔치를 벗어나면 서울 도심에는 자전거 통행이 거의 없다. 자전거가 다닐 수 있도록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보도블럭에 선을 그어 만든 자전거도로에는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거나 가로수가 한 가운데를 가로막고 있다. 아니면 기존의 자동차 차로를 줄여 만든 도로 다이어트 방식의 자전거 도로가 곳곳에 만들어져 있는데 폭이 좁고 그마저 지자체마다 달라 자전거를 타기가 여간 궁색스럽지 않다.

그렇다고 자동차 도로로 나서면 자동차 운전자들의 위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의 목표대로 자전거의 교통분담률을  2012년 5%로 확대하려면 먼저 도로교통법상 차인 자전거의 법적 지위가 실제 도로에서도 보장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종합적인 대책이 만들어져 추진돼야 할 것이다.

자전거가 녹색성장의 동반자가 평가받는 것은 자전거가 지구의 미래를 지켜줄 녹색 교통수단이라는 점 때문이다. 레저로서의 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예산과 정책 수립의 우선 순위는 단연 출퇴근 등 교통수단으로서의 역할에 두어져야 한다.

강변 둔치가 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자동차를 대체하는 데는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책의 수립과 예산 편성에 앞서 관련 부처 장차관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들과 실무담당 공무원들이 일정기간 자전거로 출퇴근해 보도록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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