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만에 찾아온 ‘백호의 해’
반세기만에 찾아온 ‘백호의 해’
  • 김부민 기자
  • kbm02@energytimes.kr
  • 승인 2009.12.3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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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수호신, 신성함과 용맹함의 대표적 상징
2010년 경인(庚寅)년의 새해가 밝았다. 올해 범띠는 특히 호랑이 중에서도 60년 만에 돌아오는 백호랑이의 해다.

주역에서 경인년의 경은 금(金)의 기운으로 쇠를 상징하며 서쪽과 백색(百色)을 나타낸다. 12간지에서 인이 호랑이를 뜻하기 때문에 경인년을 백호랑이 해라 한다.

호랑이는 힘과 용기의 상징이다. 때문에 호랑이의 가죽 등은 권력자나 장수들의 용맹함과 위엄을 나타내는 뜻으로 널리 쓰였다.

조선시대 무관 관복의 흉배에 수놓아진 호랑이는 당시 관리들이 깔고 앉았던 호랑이 가죽과 함께 부귀와 권세를 나타냈다. 무관들의 거처나 군대 시설물의 장식병풍으로 썼던 호렵도(虎獵圖)역시 무관들의 용맹함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또한 호랑이의 용맹성은 군대를 상징하여 무반(武班)을 호반(虎班)이라 했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이야기와 그림의 소재로 자주 등장했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과 호랑이 이야기에서 호랑이를 잡은 효자·열녀, 은혜를 갚은 호랑이에 이르기까지 호랑이를 주제로 한 이야기들은 인간 세상의 모든 관계를 빗대어 보여준다.

조선 후기의 대학자 연암 박지원은 우화소설 ‘호질’에서 호랑이를 빌려 당시 조선의 위선적인 양반들을 질책했다. 고구려 무덤벽화나 도관(陶棺)에 보이는 백호(白虎), 제례악기인 '어'에서도 호랑이를 볼 수 있다. 왕의 무덤을 지켜준다는 석물 중의 석호(石虎) 역시 호랑이다.

특히 백호는 영물로 행운을 가져다 준다해 신성시 여겼다. 풍수에서는 청룡·주작·현무와 함께 사신(四神)으로서 서쪽 지킴이 역할을 했다.

백호는 일반적으로 황색 호랑이에 비해 온순하며 잘 뭉치는 경향이 있다. 다른 맹수들과 달리 형제간의 우애도 두터운 편이지만 싸워야 할 때는 결코 물러섬 없는 특유의 용맹함을 발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야생 호랑이는 1922년 경주 대덕산에서 포획된 이후 자취를 감춘 상태다. 이제는 동물원에 가야지만 볼 수 있는 상징 속의 동물로 남게 됐다.

그렇다면 현대인에게 호랑이는 어떤 의미일까. 의외로 호랑이는 우리 일상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마스코트는 호랑이를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로 변화시킨 ‘호돌이’였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의 엠블럼도 호랑이다. 푸른 색 바탕에 흰색으로 수놓아져 있는 호랑이는 흡사 백호의 형상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한반도를 형상화 할 때도 흔히 비유되는 호랑이는 우리 민족 고유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범띠의 사람들은 정의감이 투철하며 약자를 돕고 꿈을 향해 돌진하는 지도자적 성격을 지닌다. 지기 싫어하는 성향이 강해 일단 목표가 한 번 정해지면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꼭 해내고 마는 스타일이 많다.

또한 뛰어난 리더십과 화술로 많은 사람들을 지휘하는 위치에 선다. 하지만 지나친 성급함으로 생각과 몸이 일치하지 않아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범띠는 인내를 갖춘다면 크게 성공하는 운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늘날에도 강력한 카리스마와 뛰어난 능력을 겸비한 정치가, 스포츠 선수 등을 호랑이에 빗대어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부지런하면서도 강인한 호랑이의 성향은 한국인의 특성과 닮아있다.

묵묵히 자신의 영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백호랑이의 정기가 전역에 퍼져 올 한해도 국내외 곳곳에서 희소식이 들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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