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한전‧가스공사…요금 정상화 앞으로 관건
한숨 돌린 한전‧가스공사…요금 정상화 앞으로 관건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2.12.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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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과 가스공사 회사채 발행 한도 6배와 5배로 각각 늘어나
전력구입대금 지급 불능과 LNG 구매 대금 못 내는 상황 피해
빚으로 버티는 차입경영 기조인만큼 근본적인 해법 되지 못해
정부 에너지요금 정상화에 대한 불가피성 연인 어필하고 있어
28일 국회(서울 영등포구 소재)에서 열린 제401회 국회 제4차 본회의에서 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28일 국회(서울 영등포구 소재)에서 열린 제401회 국회 제4차 본회의에서 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에너지타임즈】 연료비 급증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한전과 가스공사가 한숨 돌리게 됐다. 채권 발행 한도를 늘리는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한전의 적자나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줄이는 대책이 아니어서 요금 정상화가 앞으로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한전 회사채 발행 한도를 높이는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을 상정해 재석 199명 중 찬성 166명, 반대 9명, 기권 24명으로 통과시켰고 한국가스공사법 개정안도 재석 199명 중 찬성 175명, 반대 4명, 기권 20명으로 통과시켰다.

한전법 개정안은 한전 회사채 발행 한도를 한전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에서 5배로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경영 위기 상황을 해소하는 등 긴급하게 필요할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승인을 받아 6배로 발행할 수 있다는 내용 또한 담고 있다.

앞선 지난 8일 본회의에 한전법 개정안이 상정됐으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지는 한편 여당 의원이 불참하면서 부결된 바 있다. 다만 한전 자금줄이 막혀 전기요금이 폭등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여야는 지난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한전법 개정안을 상정해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 장관과 한전은 금융시장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한전 사채 발행 최소화와 재무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과 함께 2027년 12월 31일까지만 유지하는 5년 일몰 조항이 추가됐다.

이로써 한전의 전력구입대금 지급 불능과 차입금 상환 불가 등으로 대국민 전력공급 차질과 전력시장이 마비되는 국가 경제 전반의 대위기 우려는 당장 해소된 셈이다. 당분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가스공사법 개정안은 가스공사 회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 4배에서 5배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가스공사도 회계상 당장 회수가 불가능한 미수금이 쌓이면서 한전과 마찬가지로 사채 발행 한도인 29조7000억 원이 연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자칫 사채 발행 한도가 확대되지 않으면 가스공사는 LNG 구매 대금을 내지 못해 LNG를 들여오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었다.

가스공사가 디폴트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대국민 가스 공급 중단은 물론 첨두부하를 담당하는 가스복합발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수급난까지 유발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다만 한전법과 가스공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당장 유동성 위기에선 해방됐으나 그동안 쌓인 한전의 적자와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인데 유일한 대안으로 에너지요금 정상화가 손꼽힌다.

한전법과 가스공사법이 통과되더라도 에너지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인데 사채 발행 한도를 확대한다는 것은 빚으로 버티는 차입경영 기조를 유지한다는 뜻인 만큼 한전의 적자와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해소하는 것에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에너지 요금 정상화에 대한 불가피성을 연일 어필하고 있다.

15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창양 산업부 장관과 박일준 산업부 제2차관이 대화하고 있다.
15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창양 산업부 장관과 박일준 산업부 제2차관이 대화하고 있다.

지난 15일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국회 출석해 내년도 전기요금 관련 기준연료비 상승분이 kWh당 50원 이상이 될 것 같다면서 최대한 물가 당국과 협의해 전기요금에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분기마다 조정되는 연료비조정요금은 최근 3개월간 실적연료비에서 최근 1년간 기준연료비를 뺀 것으로 산정되고 있다. 기준이 되는 기존연료비를 정해놓고 실제로 소비된 실적연료비를 비교해서 그 차이만큼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것이다.

올해 연료비조정요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기준연료비는 2020년 12월부터 2021년까지 1년간 평균 연료비인 kg당 338.87원. 이 기간 유연탄 가격은 kg당 120원에서 145원으로 20.6%, LNG 가격은 504원에서 608원으로 20.7%로 각각 인상되면서 2022년도 기준연료비 인상분은 kWh당 9.8원 올리는 것으로 산정됐고 올해 4월과 10월에 각각 반영된 바 있다.

내년도 기준연료비는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1월까지를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올해 3/4분기 누계 LNG 가격은 톤당 61만6400원에서 115.1% 상승한 132만6000원, 유연탄 가격은 톤당 123.5달러에서 187.4% 상승한 354.9달러로 집계됐다.

단순 계산으로 올해 기준연료비가 연료비 20% 올라 kWh당 9.8원 올랐으나 내년 기준연료비는 3/4분기 누계 연료비가 150% 수준으로 올라 최소 kWh당 50원 이상은 올라야 한다는 것이라고 이 장관이 설명한 것이다.

다만 그는 기준연료비 kWh당 50원 인상 요인을 내년 전기요금에 모두 반영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철규 의원(국민의힘)은 내년 기준연료비 상승분이 50원 이상이라는 이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인 kWh당 50원을 모두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들린다고 지적하자 이 장관은 “기준연료비 상승분 인상 요인이 50원 정도 형성됐고 내년에 모두 반영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도 전기‧가스요금을 많이 올렸으나 내년엔 상당폭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가격을 통해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분기별로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 에너지 가격 흐름”이라고 언급하면서 “어쨌거나 올리게 되면 인상 폭은 상당폭이 될 것이고 이로 인해 한전채 등 발행 규모도 올해보다 대폭 줄여나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7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난 27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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