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용 댐 유효용수 공급 가능…데이터 입증
발전용 댐 유효용수 공급 가능…데이터 입증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2.11.0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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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발전용 댐인 화천·팔당댐 다목적용 전환 시범사업 추진
발전용 댐에서 방류되는 무효용수…유효용수 전환 가능여부가 관건
화천댐 초당 22.2㎥ 팔당댐 124㎥ 상시 방류…가능하다 결론 나와
화천댐 유효저수율 30% 늘고 팔당댐 기준으로 기여도도 13% 늘어
체계적인 분석 통한 화천·팔당댐 운영으로 발전 수익 큰 변화 없어
상시 방류 따른 지역주민 영향 부정보다 긍정 영향 준 것으로 분석
인공지능 등 접목 물 관리 가능한 수자원통합운영센터 구축해 운영

【에너지타임즈】 1984년 감사원이 팔당댐 관리권을 한전에서 수자원공사로 이관할 것을 요구하며 시작된 물 전쟁. 36년간 이어진 이 전쟁은 2020년에야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발전용 댐이라서 용수관리가 어렵다면 다목적용으로 활용한다면 해결되지 않겠느냐는 명쾌한 해법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수원은 2020년 5월 환경부와 자사에서 소유한 발전용 댐이자 용수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화천댐과 팔당댐을 다목적용으로 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비슷한 모습, 같은 방식으로 건설됐으나 제도적인 측면의 다른 용도를 극복하자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발전용 댐은 수력발전 가동 후 물을 방류, 다목적용 댐은 용수에 활용할 수 있는 물을 상시 방류하는 임무를 가진다. 2020년 5월부터 2년간 추진된 이 사업은 발전용 댐이 다목적용 댐처럼 상시 방류가 가능하냐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본지 취재 결과 화천댐은 초당 22.2㎥ 이상과 팔당댐은 초당 124㎥ 이상을 상시 방류했음이 확인됐다. 물리적으로 발전용 댐이 다목적용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용수공급이 가능하단 얘기다.

정헌철 한수원 한강수력본부장은 “한강수계에서 발전용 댐을 운영한 지 70년이 됐고, 앞으로 70년, 앞으로 100년 수도권의 안정적인 용수공급과 홍수조절에 역할을 한다는 것이 입증됐다. 앞으로도 한수원 한강수력본부 직원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본지는 지난 36년에 달하는 물 전쟁을 살펴보면서 해법인 화천·팔당댐이 다목적용 댐으로 활용하는 시범사업 추진 결과를 바탕으로 발전용 댐의 용수관리 가능 여부와 함께 그에 따른 환경변화 등을 살펴본다. 

한수원 한강수력본부 앞마당에 설치된 휘호석.
한수원 한강수력본부 앞마당에 설치된 휘호석.

지난 36년간 지루하게 이어졌던 물 전쟁.

한강수계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양평에서 만나 서해로 빠져나간다. 북한강은 발전용 댐인 화천댐과 다목적용 댐인 소양강댐에서 방류된 물이 의암댐에서 만나 팔당댐까지 이르고 있고, 남한강은 다목적용 댐인 충주댐에서 출발해 팔당댐까지 이르고 있다.

그동안 수자원공사 측은 용수 부족과 가뭄·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물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수원에서 보유한 발전용 댐에 대한 물 관리를 요구해왔다. 반면 한수원 측은 이미 한강홍수통제소 등으로부터 통제를 받고 있어 정부의 물 관리에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맞서왔다.

실제로 한강수계 물은 지류에서 흘러나오는 하천수, 다목적용 댐에서 방류되는 유효용수인 공업·생활용수, 발전용 댐에서 방류되는 무효용수인 발전용수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기준은 제도적인 측면에서 분류가 가능하다.

발전용 댐은 수력발전을 목적으로 건설됐기 때문에 수력발전 가동 후 방류되는 물은 제도적으로 버려지는 물로 정의돼 있어 판매할 수 없는 물이다. 반면 다목적용 댐은 생활·공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건설됐기 때문에 판매할 수 있는 물이다. 따라서 생활·공업용수 측면에서 보면 발전용 댐의 물은 무효용수, 다목적용 댐의 물은 유효용수가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강수계에는 같은 양의 물이 흐르고 있다. 그렇지만 산업발전에 따른 생활·공업용수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판매할 수 있는 용수, 이른바 유효용수가 제한적이어서 용수 부족이란 지적이 나오게 된 것이다.

한수원 팔당댐 대국민 프로젝트로 개선된 팔당댐 전경.
한수원 팔당댐 대국민 프로젝트로 개선된 팔당댐 전경.

1984년 시작된 물 전쟁은 36년간 이어졌으며, 2020년 발전용 댐의 다목적용 활용이란 해법이 나오면서 이 전쟁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4대강 사업이 추진됐던 이명박 정부를 제외하고 전두환 정부부터 모든 정부에서 물 전쟁은 이어졌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현행체계란 결론을 냈다. 다만 박근혜 정부에서 한수원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정부는 기능조정방안으로 한수원에서 운영하는 발전용 댐의 관리를 수자원공사에게 위탁·운영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정책은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지만 댐 관리의 범위를 두고 한수원 측은 용수공급과 홍수조절, 수문 조작 등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의 댐 관리를 주장했고, 수자원공사 측은 소프트웨어 등과 함께 댐의 보수와 정비를 비롯해 그에 따른 조직 운영 등 하드웨어적인 기능까지를 주장하면서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홍수와 가뭄 등에 능동적으로 운영·관리하는 한강수계 발전용 댐을 다목적용 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명쾌한 해법을 제시했는데 제도적으로 발전용 댐에서 배출된 물을 다목적용 댐에서 배출되는 물과 같이 활용하자는 것이다. 무효용수를 유효용수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2019년 기준으로 한강수계에서 생활·공업용수로 공급이 가능한 물량은 다목적용 댐인 소양강·충주댐에서 방류되는 연간 40억㎥인데 반해 계약물량은 36억㎥이다. 앞으로 공급이 가능한 생활·공업용수는 4억㎥만 남은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소양강·충주댐에서 방류한 용수를 기준으로 하류에서 생활·공업용수를 판매하고 있다.

이 기준이라면 생활·공업용수 공급 가능 물량은 화천댐 방류량과 관계없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으로, 이 같은 이유에서 화천댐이 많은 양의 물을 방류하더라도 제도적으론 용수 부족이 불가피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유효용수를 늘린다면 용수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인데 화천댐에서 방류된 물을 무효용수로 볼 것이 아니라 유효용수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현행법상 정부는 발전용 댐의 수문을 강제로 조작할 수 없게 돼 있어, 한수원은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수문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물을 관리해 왔다. 정부가 발전용 댐을 통제·관리할 수 없다는 점이 물 전쟁의 빌미가 돼 온 셈이다.

당시 정부는 발전용 댐을 통제·관리할 수 있다면 용수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발전용 댐을 다목적용으로 활용이 가능한지를 평가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 시범사업은 한강수계 용수공급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화천댐과 팔당댐을 대상으로 2020년 5월부터 2년간 추진됐다. 현재는 시범사업 기간이 끝났지만 사실상 연장돼 운영되고 있다.

이 시범사업은 용수공급 측면에서 화천·팔당댐을 다목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으로, 핵심은 안정적으로 상시 용수공급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그래야만 생활·공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유효용수로 활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자원공사 측은 발전용 댐이 발전 여부에 따라 용수를 공급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수력발전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면서 발전용 댐의 다목적용 전환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박석현 한수원 한강수력본부 수력운영실장은 “한국전쟁 이후 수력발전 비중은 전력구성에서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이후 원전과 석탄발전 등이 대거 보급되면서 수력발전 비중이 크게 낮아져 주파수 조정 등으로 활용이 제한됐고 이마저도 양수발전 보급 확대로 그 기능이 축소되면서 용수관리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발전용 댐이 다목적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이번 시범사업 기간 화천댐은 비홍수기 기획계획공급량에 의거 초당 22.2㎥를 상시 방류하는 한편 홍수기에 제한 수위와 수문 방류 절차에 의거 운영되도록 설정됐다. 팔당댐은 평시 25.5m, 홍수 시 24.5m, 비상시 24.0m 등 운영 수위를 유지하면서 초당 124㎥를 상시 방류하는 것으로 설정됐다.

박석현 실장은 “(이번 시범사업은) 홍수기 때 이·취수를 하고 그 물을 다음 해 홍수기까지 물을 계획적으로 가둬 계획적으로 발전하는 방식으로 운영됐고, 화천댐에서 정해진 방류 물량에 따라 세밀하게 이수를 하는 것”으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범운영 기간 중 화천댐 기본계획 공급량인 초당 22.2㎥와 팔당댐 책임방류량인 초당 124㎥ 이상 상시 방류가 이뤄져 안정적인 용수공급 능력이 있음이 확인됐다. 화천댐과 팔당댐이 물리적인 측면에서 다목적용으로 활용할 수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한수원이 분석한 화천댐 다목적 활용 효과에 따르면 한수원이 시범운영 후 안정적인 용수공급을 위해 유입량을 최대한 비축한 결과 화천댐 유효저수율은 시범운영 이전 대비 31.2%에서 30% 늘어난 41.8%로 집계됐다. 또 다목적용 댐과의 연계 운영으로 소양·충주댐 유효저수율은 시범운영 전 52.7%에서 15% 증가한 60.6%로 나타나기도 했다.

팔당댐 유입량 기준으로 상류 댐 기여도 평가 결과 화천댐 기여도는 시범운영 전 6.38%에서 13% 증가한 7.21%로 조사됐다.

박석현 실장은 “(이번 시범사업은) 화천댐을 다목적용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느냐를 지난 2년간 꾸준히 시험해 왔고, 데이터로 최종 증명된 것”으로 평가하면서 “화천댐은 발전용 댐으로서 발전을 하기 위한 댐이었으나 (이번 시범사업 기간) 다목적용으로서 역할을 분석해보니 수도권에 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댐”이란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화천댐은) 소양강댐이나 충주댐과 더불어 큰 용량을 가진 댐으로써 충분한 물을 공급하는 등 다목적용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수원은 이번 시범사업 기간 중 수력발전 가동에 따른 수익이 줄어드는 등 영향을 미쳤으나 곧 제자리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실장은 “(화천댐의 다목적용으로 전환은) 정해진 물량을 방류하는 것이어서 발전 부문에서 약간의 손실이 있었으나 1년 정도 운영하면서 좀 더 체계적으로 분석해 운영한 결과 정해진 물량을 방류하면서도 발전 수익이 제자리를 찾아오는 등 나름의 노하우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번 시범사업 기간 중 지역주민에겐 부정적인 영향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박 실장은 “(화천댐의 다목적용 전환은) 지역주민에게 영향을 미칠 물의 양이 아니기 때문에 정해진 물량이 정해진 시간에 방류되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주민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그는 “화천댐의 경우 방류되면 의암댐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후 팔당댐까지 한강수계 패턴 변화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현재 한수원은 수자원통합운영센터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한강수계 모든 정보가 집중되고 있는 곳으로 한강수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관제할 수 있고 대응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임남댐(일명 금강산댐) 수위까지 관측할 수 있는 고성능 CCTV까지 갖추고 있는 한편으로 한강수계 작은 지류까지 관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정헌철 한수원 한강수력본부장은 “수자원통합운영센터는 4차 산업혁명 기술 접목으로 인공지능(AI)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구축됐고, 실질적인 물 관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본부장은 “이 센터에서 많은 자료를 축적한다면 수도권 용수공급과 홍수조절에 많은 역할을 하는 등 대한민국 물 관리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발전용 댐인 화천댐 전경.
발전용 댐인 화천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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