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문제 해법은? 그리고 앞으로 전력시장은?
전력망 문제 해법은? 그리고 앞으로 전력시장은?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2.10.1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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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서울국제전력시장 콘퍼런스…에너지전문가 다양한 의견 개진
김승완 교수 先 송전계획 後 발전계획 등 전력망 혁신안 4가지 제시
조영탁 교수 수요 줄이면서 전력망 문제 해결하는 혁신안 추가 제시
재생E 연계 ESS…차익거래 통한 경쟁력 확보될 수 있도록 진화해야
韓 전력시장 교과서 없는 시장…다변화 통해 시장 안정성 향상 기대
현물 100% 韓 전력시장…계약 중심으로 시장 운영 해법 제시하기도

【에너지타임즈】 윤석열 정부가 시장을 중심으로 한 전력시장을 운영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전력시장 변화에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지난 7일 서울에서 전력거래소 주최 ‘제18회 서울국제전력시장 콘퍼런스(The 18th Seoul 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Electricity Market)가 열렸다.

이날 콘퍼런스는 전력시장의 변화에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인산인해를 이뤘다. 전력시장이 변화하면서 발전사업자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는 환경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 발전사업자는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만 하면 됐으나 앞으로 발전사업자는 발전소 입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수용성과 함께 송전환경까지 살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실 계통 기반 하루 전 시장이 도입된 바 있다. 발전사업자는 발전만 가능하다면 입찰을 할 수 있었고 당일 송전 제약 등으로 발전을 하지 못하면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었으나 이 시장이 도입되면서 발전을 하더라도 송전 제약이 있다면 입찰을 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비용을 보전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실시간 시장과 계약시장이 점진적으로 도입되면 발전사업자는 더 전략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민원 등으로 인해 전력망이 제때 건설되지 못하면서 발생한 전력망 문제가 전력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본지는 이 자리에서 나온 발언을 바탕으로 전력망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살펴보는 한편 전력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지난 7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서울 강남구 소재)에서 전력거래소 주최 제18회 서울국제전력시장 콘퍼런스(The 18th Seoul 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Electricity Market) 패널토론에서 조영탁 한밭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지난 7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서울 강남구 소재)에서 전력거래소 주최 제18회 서울국제전력시장 콘퍼런스(The 18th Seoul 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Electricity Market) 패널토론에서 조영탁 한밭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전력망 문제…전력 안보 위협
전력망 혁신 방안 5가지 제시

이날 김승완 충남대 교수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전력망 문제 대안으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첫 번째로 송전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발전계획을 수립하자는 대안을 내놨다. 공통으로 발생하는 수요지를 대상으로 송전선로를 먼저 건설해서 전력망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과거엔 발전소 건설 기간이 길어 송전계획이 후행하더라도 문제가 없었으나 이 같은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그는 수요지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을 해당 지역에서 공급하는 이른바 분산 에너지를 손꼽았다. 현재 전력망 문제 25%가량만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수용성이 문제가 될 것으로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세 번째로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는 등 발전소가 집중적으로 위치한 공급지역에서 수요가 큰 지역으로 직접 연결하는 초고압 직류송전(High-Voltage Direct Current)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재 상용화된 기술이긴 하지만 높은 투자비와 함께 고장이 잦다는 문제가 있어 이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과제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ESS를 활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내놨다. 재생에너지 단지와 수요지를 연결하는 송전선로 양 끝에 ESS를 설치함으로써 특정 시간에 집중되는 혼잡도를 줄여 전력망 건설을 줄여 계통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재생에너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충분한 대안이 있고 다양한 노력이 있어 손에 잡히는 솔루션을 갖고 있어 (위에 제시한 전력망 혁신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패널토론에서 국내적 전력 안보란 표현을 쓰면서 이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전력망으로 봤다. 인구밀도가 높고 산지가 많고 수용성이 높지 않은 그런 특징이 다른 국가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특별하게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으로 수요관리를 손꼽았다. 수요가 줄어든 만큼 전력망 확충을 줄일 수 있고 피로도를 낮추는 그런 역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서울 강남구 소재)에서 전력거래소 주최 제18회 서울국제전력시장 콘퍼런스(The 18th Seoul 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Electricity Market) 패널토론에서 조영탁 한밭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지난 7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서울 강남구 소재)에서 전력거래소 주최 제18회 서울국제전력시장 콘퍼런스(The 18th Seoul 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Electricity Market) 패널토론에서 조영탁 한밭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전력망 문제해결 대안 분산전원
에너지전문가 의견 조금씩 달라

김승완 교수가 제시한 전력망 혁신안 중 분산 에너지에 대한 패널들의 의견은 조금씩 달랐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전력시장에서 분산 에너지를 해결하기보다 별도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은 의무구매, 독일은 보조금, 덴마크는 배출권 부여 등 별도 지원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우리나라도 별도 지원 제도가 없다면 분산 에너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탄소중립연구본부장은 “우리 전력 시스템은 중앙집중형으로 대규모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원거리에 있는 수요지까지 수송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오랫동안 이 구조로 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본부장은 “재생에너지가 전남지역과 일부 경상지역에 집중되는 반면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과 거리가 멀어 전력망을 건설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역적으로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고 수요가 집중되는 수도권에 태양광발전을 설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서울 강남구 소재)에서 전력거래소 주최 제18회 서울국제전력시장 콘퍼런스(The 18th Seoul 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Electricity Market) 패널토론에서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지난 7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서울 강남구 소재)에서 전력거래소 주최 제18회 서울국제전력시장 콘퍼런스(The 18th Seoul 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Electricity Market) 패널토론에서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재생E 연계 ESS 시장 연계 필요
美 재생E 가치 ESS 연계로 높여

김승완 교수가 제시한 마지막 전력망 혁신 방안 중 하나로 제시한 ESS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패널들의 의견이 나왔다. 전력시장과 연계돼야지만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관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연구원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경우 태양광발전 자원이 우수한 지역으로 태양광발전 보급이 늘어나면 날수록 태양광발전에 대한 가치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태양광발전 사업자는 ESS를 연계함으로써 태양광발전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음을 소개했다.

김 연구원은 태양광발전 간헐성으로 낮아지는 가치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ESS로 대체함으로써 충분한 수익을 내면서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역별로 시간별로 전기요금이 달라 전기요금이 낮을 때 ESS에 저장했다가 전기요금이 높을 때 ESS를 통해 전력을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현지에서 태양광발전 비용을 10년 만에 90% 끌어내리는 등 성공의 역사를 만든 것처럼 고가인 ESS도 10년 내 90%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선 ESS 경쟁력이 전력시장에서 오기 때문에 우리 전력시장도 ESS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영탁 교수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도 미국의 모델을 따라가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우리나라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 교수는 ESS를 단순 저장기능에다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보전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펴다 보니 충·방전이 많아 화재가 발생하는 등 ESS 정책에 절대적인 타격을 줬다고 진단하면서 제주에서 ESS 충·방전은 오히려 계통 운영을 방해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처럼) ESS를 전력시장과 연계시켜 전력가격 차익거래로 가야하고, 가상발전소(VPP)는 재생에너지를 자원화시키는 효과를 내고 이 과정에서 ESS가 연계될 수밖에 없는데 ESS가 전력시장과 연계시키는 방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그는 “보조 서비스 시장에서 ESS를 정책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장주기 전력 저장장치로 ESS를 활용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권 연구원도 “앞으로 재생에너지가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된다고 봤을 때 그에 따른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공통적인 부분 중 하나는 ESS 경제성인데 미국의 경제성과 한국의 경제성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한국의 ESS) 하드웨어에서 (비용적인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으나 소프트웨어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지역에 따라 전력가격이 다르고 몇만 가지 가격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ESS 사업자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우리나라와 다른 부분을 손꼽았다.

지난 7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서울 강남구 소재)에서 전력거래소 주최 제18회 서울국제전력시장 콘퍼런스(The 18th Seoul 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Electricity Market) 패널토론에서 김형관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연구원이 발언하고 있다.
지난 7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서울 강남구 소재)에서 전력거래소 주최 제18회 서울국제전력시장 콘퍼런스(The 18th Seoul 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Electricity Market) 패널토론에서 김형관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연구원이 발언하고 있다.

 

시장 다양화되면 안정성 향상
계약 중심 시장으로 운영돼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전력망 대응 방안으로 손꼽히는 ESS도 결국 전력시장이 다양화돼야지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이어졌는데 현재 전력시장의 문제점과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도 이 자리에서 이어졌다.

조영탁 교수는 우리 전력시장에 대해 “소매시장이 막혀 있고 도매시장에서 변동비와 정산조정계수로 규제를 하는 등 왜곡된 형태로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시장”이라고 언급하면서 “(우리나라는) 하루 전 시장 하나만 있는데 (외국에서 실제로 운영되는) 실시간 시장과 계약시장이 만들어지면 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조 교수는 “우리 전력시장은 연료비가 뛰었을 때 대응이 어려운 부분이 있고, 가격 신호가 없다는 것이 더 큰 위기”라고 지적하면서 소매요금이 올라가면 소비자는 소비를 줄이게 되면서 도매요금이 떨어져 완충장치를 할 수 있다는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전기요금이 폭등했을 때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나 정부는 이미 모두 조정하고 있고 그래서 연료비가 올라가면 한전 적자가 나타나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유수 본부장은 현재 전력도매시장 구조하에서 전기요금을 눌러놓고 도매시장에서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등 규제가 심한 시장구조라고 우리나라 전력시장을 진단했다.

이 본부장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면서 전력시장 문제와 전력망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데다 최근 연료비가 급등하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전력시장은 현물 100%로 운영되는데 사실은 가격입찰이 바람직하고 계약 중심으로 시장을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연료비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현물시장으로만 가면 더 문제가 심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계약 비중을 상당 부문 할애하고 현물시장은 수급균형을 맞출 수 있어야 할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지난 7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서울 강남구 소재)에서 전력거래소 주최 제18회 서울국제전력시장 콘퍼런스(The 18th Seoul 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Electricity Market) 패널토론에서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탄소중립연구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지난 7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서울 강남구 소재)에서 전력거래소 주최 제18회 서울국제전력시장 콘퍼런스(The 18th Seoul 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Electricity Market) 패널토론에서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탄소중립연구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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