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미수금 폭탄…터지면 사회적 파장 불가피
가스공사 미수금 폭탄…터지면 사회적 파장 불가피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2.09.2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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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1월까지 전국 77개 저장탱크에 채울 수 있는 물량 이미 확보
원전·석탄발전 불시고장 등으로 발전용 수요 급증 없으면 대응 가능
크게 오른 가격에 따른 가스공사 미수금 문제 불거질 것으로 관측돼
내달 계획된 가스요금 조정에도 불구하고 가스공사 미수금 최대 전망
채희봉 사장 원가 부담 더는 감내하기 어렵다며 가스요금 조정 호소
가스공사 평택LNG기지에서 하역 중인 LNG선.
가스공사 평택LNG기지에서 하역 중인 LNG선.

【에너지타임즈】 유럽발 에너지 위기로 올겨울 우리나라도 힘든 겨울을 보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른 가격도 가격이지만 세계적인 공급량 부족으로 자칫하다간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인데 우리가 천연가스를 도입한 이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겨울을 무사히 넘기더라도 천정부지로 오른 가격에도 불구하고 물가 안정으로 묶어 놓은 가스요금으로 인해 사상 최대의 유보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다양한 사회적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2일 산업부와 가스공사에 따르면 현재 상황에서 원전이나 석탄발전 등의 가동률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올겨울 천연가스 수급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원전이나 석탄발전 가동률이 떨어지면 가스발전 가동률이 높아져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인데 올겨울 천연가스 수급의 최대 변수로 손꼽히는 것이다.

이번 천연가스 수급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가 유럽으로 공급하던 천연가스를 줄이자 유럽 국가들이 공급 다변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국제 천연가스 시장에서 공급물량이 부족한 현상이 이어져 수급도 어렵고 가격이 상승하게 된 것이다.

먼저 가스공사는 장기계약과 현물구매 등을 통해 확보한 LNG 물량이 안정적으로 도입되고 있어 현재까지 천연가스 수급에 차질은 없는 것으로 분석한 뒤 올겨울 추가로 필요한 물량은 국제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 적기에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최근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가스공사는 지난 7월과 8월에 상당한 천연가스 물량을 확보했고, 지난 8월까지 오는 11월 (자사) 77개 저장탱크를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 LNG 직수입회사도 올겨울 에너지 위기에 대비해 가스발전소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물량확보와 재고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비상시 가스공사와 물량교환 등을 통해 국가 천연가스 수급 안정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또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소비를 줄이기 위해 도시가스협회·에너지공단 등과 협력해 올 상반기 시행한 에너지 다소비 산업체를 대상으로 도시가스 수요 절감 프로그램을 내달부터 조기에 시행하고 난방수요가 증가하는 오는 12월부터 전국 가정용 도시가스 사용자를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이 같은 조치로 올겨울 천연가스 수급은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가격으로 발생한 미수금이 큰 문제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한국 LNG 가격지표(JKM) 기준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1월 4일 MMBtu당 29.4달러, 3월 7일 84.7달러로 최고가를 찍은 뒤 9월 5일 62.8달러로 소폭 후퇴한 상황이다.

일찍이 가스공사 미수금 문제가 발생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고유가였던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가스요금을 조정하지 않아 가스공사 미수금은 5조5000억 원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이 미수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미래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동시에 주주 이익 훼손과 공기업 부실 등의 부작용을 낳은 바 있다.

가스공사는 LNG를 도입해서 천연가스를 국내에 판매하는데 LNG 도입 비용이 전체 사업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미수금이 많을수록 LNG 도입에 필요한 비용의 차입 비중을 늘어나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금융비용 증가와 가스공사 부채 증가로 이어져 부실 공기업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받지 못한 가스요금인 미수금을 정산단가 조정을 통해 회수하고 있다.

채 사장은 “전임 정부에서 정한 오는 10월 가스요금 인상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겨울철 도입 원가의 상승과 겨울철 큰 폭의 소비량 증가로 가스공사 미수금은 훨씬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그 결과 가스공사 연말 부채비율도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내년에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천연가스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 LNG 가격이 상승하고 천연가스 특성상 겨울철 도입가격이 상승하는 등 가스공사 미수금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오는 12월 TTF 기준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MMBtu당 7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가스공사 미수금은 앞서 발생했던 최대 미수금인 5조5000억 원의 상황보다 현재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미수금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가스공사 정산단가를 통해 회수하는 기간이 크게 길어져 극심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채 사장은 “올 상반기 이후 천연가스 현물가격이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폭등함에 따라 가스공사가 원가 부담을 더는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10월부터 큰 폭의 가스요금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국내 가스요금은 국제적으로나 원가 대비해서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지난 3월 기준 주택용 가스요금은 유럽 주요국 34% 수준, 일본 49% 수준이라고 설명하면서 가스공사 가스요금은 원가 40% 정도에 불과한 수준으로 최소한 원가의 80% 이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부는 가스공사와 민간 직수입회사 천연가스 수급 관리에 대한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높은 국제 천연가스 가격 등을 고려한 천연가스 수요를 절감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2일 가스공사 스마트워크센터(서울 중구 소재)에서 ‘천연가스 수급 현황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유법민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은 가스공사와 민간 LNG 직수입회사에 올겨울 천연가스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필요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줄 것으로 요청하면서 고가의 천연가스 소비를 절감하기 위해 올겨울 도시가스 수요 절감 프로그램 시기와 대상을 확대해 시행할 계획인 만큼 가스공사와 도시가스협회 등에 이 프로그램 운영상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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