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 부추긴 가스공사?…꼭 그럴까? 아닐지 몰라
한전 적자 부추긴 가스공사?…꼭 그럴까? 아닐지 몰라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2.06.1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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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용 LNG 스팟 비중 1·3월 35·50% 늘며 한전 적자 키워 지적
이 기간 가스발전소 발전량 1월 11.7%↓ 2월 0.8%↓ 3월 5.9%↑
현재보다 저렴할 때 계약한 물량 반영됐다면 한전 적자 제한 역할
가스공사 인천LNG기지.
가스공사 인천LNG기지.

【에너지타임즈】 최근 연료비 상승으로 한전이 올해 1/4분기에만 8조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고 올해 30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등 당분간 암울함에도 특별한 대안이 없는 가운데 그 불똥이 가스발전용 연료를 공급하는 가스공사에 책임이 있다는 중앙일간지 보도가 나왔다.

지난 10일 중앙일보는 ‘가스공사 수요 예측 실패…한전 최악의 적자 불렀다’란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이 언론은 자사에서 입수한 자료를 인용해 한전이 사상 최대 적자를 낸 2022년 1/4분기에 LNG 수요 예측을 잘못했기 때문에 한전의 적자를 키웠고, 그 근거로 현물(SPOT) 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가스공사 발전용 천연가스 현물 물량 비중은 지난 1월의 경우 66%로 지난해 1월 31%보다 35% 늘었고, 2월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같은 48%, 3월의 경우 68%로 지난해 3월보다 18%보다 50%나 늘었다.

다만 이 자료 정확도는 현재까지 확인할 길이 없다.

본지와의 통화에서 가스공사 고위 관계자는 “영업비밀이라 현물 물량 비중을 확인해줄 수는 없으나 (관련된 수치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국내 천연가스 수급은 장기계약 물량으로 일정 물량을 기본으로 공급하고 변동되는 수요에 대비해 나머지 물량을 현물 물량으로 공급되는 구조로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장기계약 물량과 현물 물량의 비중은 경제성과 공급 안정성 등을 따져 결정된다.

지금처럼 고유가에선 장기계약으로 LNG를 도입하는 것이 경제적이나 반대로 저유가에선 현물로 LNG를 도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그래서 이를 조율하고 장기계약과 현물의 황금 비율을 찾는 것은 경제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LNG를 도입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중앙일보에서 지적한 것처럼 1월과 3월의 발전용 현물 물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면 수요 측면인 가스발전소의 신규 가동이나 가동률이 높아지는 등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만 이 자료의 신빙성은 높아진다. 다만 실제론 그런 이벤트는 없었고 되레 가동률이 줄어드는 현상이 이어졌다.

한전에서 발간한 2022년 1~3월 전력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 1월 가스발전소 발전량은 2021년 1만7278GWh에서 11.7% 줄어든 1만5252GWh, 2월 발전량도 같은 기간 1만3770GWh에서 0.8% 줄어든 1만3658GWh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3월 발전량은 1만3214GWh에서 1만3987GWh로 5.9% 늘었다.

단순 비교로 1월 가스발전소 발전량이 전년 대비 11.7%나 줄었고, 수요가 늘었을 때 늘어나는 현물 물량 비중이 35%나 늘어났다는 점은 이 자료의 신빙성을 잃게 만드는 한 요소 중 하나다.

또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발전용을 제외한 나머지 천연가스 공급물량은 지난해 대비 3.9% 늘었다면 발전용을 제외한 LNG 물량의 현물 물량은 큰 폭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도시가스협회에서 발간한 2022년 1~3월 도시가스사업 통계 월보에 따르면 2022년 1~3월 누계 공급량은 4275억4683만MJ로 지난해 같은 기간 4092억2892만5000MJ로 3.9% 증가했다.

그렇다면 이 자료의 기준이 계약한 시점이 아니라 공급된 시점이라면 과거에 계약한 현물 물량이 이 기간에 공급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10일 가스공사는 2021년 4월 석탄발전소 상한제 도입 이후 가스발전소 가동률 증가에 따른 물량을 2021년 초 대비 현물가격이 하락한 여름철부터 구매해 겨울철에 대비 경제적인 물량을 확보하는 것에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지금보다 LNG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할 때 계약한 현물 물량이 반영됐다면 이 자료에서 말하는 것처럼 발전용 LNG 현물 물량 비중은 높아져 한전 적자를 줄이는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석탄발전소 상한제가 겨울철에 해제되면서 석탄발전소 가동률이 높아져 이미 확보한 현물 물량이 지난 3월에 대거 반영되면서 현물 물량 비중이 늘어났을 가능성도 예측해 볼 수 있다.

가스공사 고위 관계자는 “현물 물량은 계약과 동시에 도입되는 것이 아니라 수송기간 등을 고려할 때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가스공사는 석탄발전소나 원전의 운전 상황에 따라 가스발전소 가동률이 변동되기 때문에 가스발전소 등 국내에서 운영되는 발전소 상황변화를 비롯한 경제전망 상향, 기온 전망 변동 등을 반영해 천연가스 수급 관리를 하고 있다.

또 가스공사는 가스발전소 등 발전소 가동 상황에 따라 정부를 비롯한 발전사 등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장기계약 물량과 현물 물량을 포함한 LNG를 도입하고 있으며, 현물 물량의 경우 정부의 승인을 받아 구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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