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증산 불구 이어지는 고유가…왜?
OPEC+ 증산 불구 이어지는 고유가…왜?
  • 정아름 기자
  • dkekckd@naver.com
  • 승인 2022.06.0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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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보여 고유가 흐름 이어가
정치적으로 불안한 처지 놓이는 등 정치적 여건 미쳤다는 분석
세계적 에너지 위기 석유파동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유럽에서 배급제 포함 어려운 정책 이어지는 우울한 전망 나와
석유생산설비 투자보다 청정에너지 투자 집중하며 발생한 현상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 컨리버유전지대. / 사진=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 컨리버유전지대. / 사진=뉴시스

【에너지타임즈】 OPEC+가 오는 7월과 8월 사상 최대 규모의 증산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CNN·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는 지난 2일 오는 7월과 8월에 하루 64만8000배럴 증산에 합의했다. 기존의 43만2000배럴 증산 계획보다 생산량을 50% 늘린 수준이다.

이 계획이 발표된 직후 뉴욕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WTI)유는 소폭 상승해 배럴당 117달러, 런던거래소(ICE)에서 거래된 브렌트(Brent)유도 117달러 선까지 반등하는 등 약세를 보였다.

OPEC+가 증산 계획을 세웠으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앞서 OPEC+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도 에너지 시장에 나타난 국제유가 급등에 대비해 증산 방침을 내놨으나 회원국 중 일부는 증산을 위한 자본과 설비 투자가 어렵다면서 목표했던 증산량을 채우지 못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OPEC+ 증산 계획이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동맹국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 등 제재로 러시아산 석유량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중심으로 OPEC+가 늘린 생산량이 이를 메우지 못해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될 것이란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OPEC+는 회원국 러시아와 관계를 비롯해 국제사회 증산 압력 사이에서 정치적으로 불안한 처지에 놓였다고 지적하는 등 정치적 여건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OPEC+ 증산 계획 발표로 OPEC+가 국제 시장에서 러시아 지위에 힘을 뺄 수준은 아니나 세계적인 에너지 인플레이션 압박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모습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 OPEC+ 증산 계획은 유럽 정상이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에 합의한 뒤 나온 결정이고 OPEC을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 관계 재개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이 같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당선 후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Jamal Ahmad Khashoggi) 살해 등 인권유린과 연관된 정권과의 관계를 피하며 사우디아라비아 서대 석유기업을 멀리하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는 자국 내 치솟는 석유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동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제안이 나오며 OPEC 최대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대상에 포함돼 있다.

카린 장 피에르(Karine Jean Pierre)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OPEC+ 의장국으로서 사우디아라비아 역할을 인식하고 있고, UAE·쿠웨이트·이라크의 노력과 긍정적인 기여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에너지 위기가 1970년과 1980년의 위기 때보다 더 나빠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CNN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업계 전·현직 관계자들은 수년간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던 상황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더해져 세계를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갔다고 진단했다. 악재에 악재가 겹치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진 것이다.

파티 비롤(Fatih Birol)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사무총장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이제 우리는 석유 위기와 가스 위기, 전기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고 이번 에너지 위기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오일쇼크보다 더 크고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 등을 시도함에 따라 에너지 가격이 지속 불가능한 수준까지 계속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는 그에 따른 공급 부족은 유럽에서 배급제를 포함한 어려운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국제에너지포럼(IEF)에 따르면 2021년 석유·가스 분야 투자액은 3410억 달러에 머물렀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인 5250억 달러보다 23%나 낮았다. 역대 최고 투자액은 2014년 7000억 달러였다.

특히 투자 부족은 투자자가 석유·가스 생산에 투자보다는 청정에너지에 투자한 것과 생산설비 투자보다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길 바라는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최근 변덕스러운 국제유가에 일부 정유업체가 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우려로 섣불리 증산에 투자하지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런 탓에 정책 입안자들이 투자를 늘리도록 투자자를 설득한다고 해도 공급 부족 현상이 해소되는 것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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