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1분기 7.8조 적자 충격…예고된 참사 돌파구 없어 답답
한전 1분기 7.8조 적자 충격…예고된 참사 돌파구 없어 답답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2.05.13 18: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상 최대치 기록한 지난해 연간 5.8조 적자보다 무려 2조나 많아
발전공기업 연료비 전년比 92.8% 급등과 전력구입비 111.7% 뛰어
증권가 올해 적자 17조와 자본잠식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 전망
전력그룹사 부동산 내다 팔고 해외사업 정리 등 고강도 대책 추진
전기계량기. (사진=뉴시스)
전기계량기. (사진=뉴시스)

【에너지타임즈】 한전이 올해 1/4분기에 8조 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다. 전력판매량은 늘었으나 영업비용이 70%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낸 만큼 연간 17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13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2022년 1/4분기 한전 매출이 전력판매량 증가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지난해 동기 대비 9.1% 늘어난 16조4641억 원, 영업비용이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늘어난 영향을 받아 67% 늘어난 24조2510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그러면서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8조3525억 원 줄어든 –7조7869억 원을 기록했다.

한전이 1/4분기 사상 최대 수준의 적자를 낸 것인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5조8601억 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심각한 수준인 셈이다.

이로써 한전은 지난해 2/4분기부터 적자 전환 후 4분기 연속 적자 수렁에 빠졌다.

한전의 영업이익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이유는 전력수요가 늘면서 매출이 늘어났으나 LNG‧유연탄 등 연료 가격이 가파르게 오름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에 연료비 변동분이 반영되지 않아 원가 부담이 불어나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비율이 상향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한전 적자가 불가피했던 과거의 유형과 같은 현상인데 지금은 전력판매량이 많아지며 적자 규모가 커지는 이른바 두부보다 콩이 더 비싼 것이다. 1/4분기에서도 전력판매량이 늘어난 점은 한전 적자를 부추긴 꼴이다.

올해 1/4분기 한전 경영상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력판매수익은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올라 지난해 동기 대비 4.5% 늘어난 15조3784억 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악의 한전 적자를 기록하게 만든 발전공기업 연료비는 지난해 동기 대비 92.8% 급증한 7조6484억 원,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는 이 기간 111.7% 뛴 10조5827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또 발전설비와 송‧배전설비 취득에 따른 감가상각비도 8.3% 증가한 6조199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증권가는 한전의 올해 연간 적자가 17조 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현재 연료비 단가 수준이 이어지면 한전의 자본잠식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매월 사채로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분명 정상은 아니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전도 자구노력에 드라이브를 건다.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한전이 부동산 등 자산을 내다 팔고 해외사업을 정리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전 등 전력그룹사는 국제 연료 가격 급등으로 인한 재무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모두가 참여하는 형태로 확대 구성하기로 했다.

특히 전력그룹사는 보유 중인 출자 지분 중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 지분을 제외하고 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보유 부동산의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전력그룹사는 현재 운영‧건설 중인 모든 해외 석탄발전소 매각 원칙 정립을 포함한 해외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전력공급과 안전경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투자 시기를 조정하고 강도 높은 비용 절감에 역량을 집중한다.

이뿐만 아니라 발전공기업은 연료비를 포함한 발전단가를 줄이는 노력을 강화하고 한전은 연료비 등 원가변동분이 전기요금에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한편 한전 사채발행액은 한국전력공사법에 의거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할 수 없게 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 누적 차입금은 39조1000억 원에 달했으며, 지난달까지 50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전의 연간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한전은 2008년 고유가 여파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적자, 2009년과 2010년은 저유가 영향으로 흑자, 2011년과 2012년은 고유가 영향으로 적자, 2013년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이 인상돼 흑자,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전기요금 동결에도 불구하고 흑자, 2018년과 2019년 적자, 2020년 저유가로 흑자, 2021년 적자 등으로 집계된 바 있다.

한전은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연료비연동제도를 도입했으나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한전은 이 제도 도입 첫 분기인 지난해 1/4분기에 국제유가 하락을 고려해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3원 내렸으나 같은 해 2/4분기와 3/4분기엔 전기요금 인상 요인 발생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을 동결시켰고, 4/4분기에 kWh당 3원 인상해 원상 복귀하는 수준으로 조정했다.

또 올해 1/4분기와 2/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동결됐다. 다만 4월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 인상으로 kWh당 전기요금을 6.9원 인상한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