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유사석유 단속 현장의 씁쓸함
<기자의 눈> 유사석유 단속 현장의 씁쓸함
  • 윤병효 기자
  • ybh15@energytimes.kr
  • 승인 2009.09.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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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관리원 수도권지사가 지난 18일 새벽 인천 남구 매립공사현장의 유사경유판매 현장을 단속한다기에 동행 취재에 나섰다.

현장에 먼저 도착한 뒤 주로 판매가 이뤄지는 곳을 멀리서 지켜볼 수 있는 곳에 차량을 세워두고 유사석유 판매업자와 이를 공급받을 덤프트럭들을 잠시 기다렸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유사석유를 실은 탱크로리 차량이 먼저 도착했고, 뒤이어 덤프트럭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첫 번째 차량이 공급받는 것을 목격하고 두 번째 차량이 공급받기 시작할 때 현장을 급습했다.

탱크로리 호스가 트럭의 연료탱크에 꽂혀 있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고, 판매업자도 연료가 100% 등유라고 자백했기에 불법행위 여부를 더 이상 따질 필요도 없었다.

조금 놀란 것은 판매업자가 주부였다는 것이다. 동절기엔 등유를 판매하고 하절기엔 대리기사를 하며 두 자녀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는 그녀는 수입이 점차 줄어들자 유사석유를 판매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애써 참던 눈물을 끝내 흘렸다.

옆에서 연신 담배를 피고 있던 트럭운전사가 한마디 했다. “하루 수입에서 리터당 1500원이나 하는 경유값을 치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판매업자든 수요자든 모두가 현재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유사석유를 찾고 있었다.

정부는 기름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유류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신에 기름값이 인하되도록 수평거래허용, 정유사 공급가 공개, 마트주유소 등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서민들 피부로 다가오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는 듯하다. 정부가 끝까지 높은 유류세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지난해처럼 일정기간만이라도 세금을 감면하는 특단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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