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투쟁 예고…탄광노동자는 왜?
살인적인 투쟁 예고…탄광노동자는 왜?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2.02.11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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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公 노조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96%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
생존권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입갱 투쟁 불사하겠다 엄포
10일 석탄공사 본사(강원 원주시 소재) 앞에 걸린 정부의 석탄 감산 정책을 규탄하는 플랜카드.
10일 석탄공사 본사(강원 원주시 소재) 앞에 걸린 정부의 석탄 감산 정책을 규탄하는 플랜카드.

【에너지타임즈】 탄광노동자들이 살인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생존권도 모자라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자 탄광노동자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탄광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이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대한석탄공사노동조합은 정부의 일방적인 석탄 감산 철폐와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총파업 찬반투표를 10일 진행한 결과 노조원 669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96%인 645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총파업은 가결됐다.

이날 총파업이 결정돼 조만간 구체적인 일정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지만 갱내에서 농성하는 입갱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갱 투쟁은 탄광노동자들의 투쟁 강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천 미터에 이르는 갱내에서 농성하는 것으로 대형 사고로 이어져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99년 9월 한전에서 발전공기업이 분사돼 민간에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전력산업구조개편이 발표되자 탄광노동자들은 국내에서 생산된 석탄을 소비하는 무연탄발전소 운영 발전공기업의 매각을 반대하면서 첫 입갱 투쟁을 닷새간 한 바 있다.

또 탄광노동자들은 2016년 석탄산업 기능조정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의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에 반발해 입갱 투쟁을 계획했으나 철회한 바 있고, 2019년 탄광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안전대책을 요구하며 입갱 투쟁을 예고했으나 안전 인력 20명을 배정하는 것에 합의하면서 농성을 풀었다.

입갱 투쟁은 탄광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투쟁인 만큼 죽음의 투쟁으로 알려져 있다. 갱내 온도는 30℃를 웃돌고 습도 또한 90%를 넘는 극한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기 때문이다.

탄광노동자들이 총파업이 결정되기도 전에 입갱 투쟁을 계획했던 이유는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던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부가 3년간 100만 톤으로 석탄생산량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석탄생산량은 40만 톤에 달했다.

이 정책은 탄광노동자들이 총파업을 하게 된 도화선이 됐고, 1988년 석탄생산량 정점을 찍은 후 추진됐던 석탄산업 기능조정으로 쌓인 현장 피로도는 기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탄광노동자들은 석탄산업 기능조정으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고, 이 여파에 따른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

탄광노동자 측은 그동안 정부는 석탄산업 기능조정 과정에서 석탄생산량을 줄인 만큼 인력구조조정 강도를 높여왔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석탄생산량을 줄인 만큼 인력을 줄이는 공식으로 석탄산업 기능조정을 했다는 것이다.

석탄산업 기능조정은 탄광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으로 이어졌고 이 피로도는 탄광노동자들의 분노로 이어졌다. 탄광은 일반 공장과 달리 석탄생산량과 필요인력을 비례적으로 줄일 수 없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탄광에서의 작업장은 석탄을 생산하면 할수록 지하로 더 깊어지는 만큼 갱목 등 관리해야 할 시설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탄광노동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3명이 하던 일을 2명이 하고, 또 2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하는 상황에 이어 최근엔 1명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곳곳에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석탄공사에서 운영 중인 탄광은 시한폭탄이라는 것이다.

광산노동자들이 분노하게 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탄광노동자들은 지난달 작성된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전업 지원금과 위로금을 삭감하겠다고 겁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탄산업 기능조정과 달리 최근 에너지전환에 따른 석탄발전소 근로자에 대한 고용불안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와 시민단체 등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것 또한 이들을 분노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손꼽힌다.

실제로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에서 첫 번째로 이뤄진 에너지전환은 난방 연료가 연탄에서 도시가스로 전환된 것이다. 다만 석탄발전소 노동자와 달리 재교육 등 아무런 대책 없이 탄광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렸고 아무런 대책 없이 지금도 내몰리고 있다.

특히 탄광노동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석탄산업 구조조정 이후 탄광노동자들이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로드맵 요구하고 있고, 열악해진 작업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한편 협력회사 포함 석탄공사 직원은 2016년 2514명에서 5년 뒤인 2021년 1600명으로 36%나 줄었으며, 이 기간 석탄생산량도 100만8000톤에서 39만8000톤으로 줄었다.

또 석탄공사는 올해도 직원 120명을 줄이고 석탄생산량 6만5000톤을 줄이는 기능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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