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정통성 깨지고 전문성 떨어뜨리는 등 사실상 해체되는 것 주장
【에너지타임즈】 원자로설계개발단을 둘러싼 한국전력기술 조직개편이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전문인력과 기술이 흩어지면서 기술경쟁력이 유실될 수 있다는 일각의 반발과 여론에 부딪힌 것이다.
한국전력기술(주) 등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문제가 된 한국전력기술 원자로설계개발단은 1985년 원자력 기술 자립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원자력과 관련된 기관을 중심으로 출범했으며, 1997년 1월 한국전력기술로 이관된 바 있다.
원자로설계개발단은 원자로 개발과 함께 원자로 설계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한국형 표준원전인 OPR-1000과 한국형 신형가압경수로(APR-1400) 등을 개발하는 한편 우리나라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운영되는 원전의 원자로를 설계하고 있다.
특히 이 조직은 한국전력기술 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사실상 한국전력기술 인력이 이 조직에 갈 수 없고, 반대로 이 조직의 인력이 한국전력기술 본사로 갈 수 없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대부분 인사가 조직 내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한국전력기술이 지난 7월 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 이 문제는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국전력기술은 경영시스템 혁신추진반을 구성한 뒤 안정적인 사업영역 확대와 성장동력 기반의 조직시스템 개선 등을 골자로 한 경영효율화 추진방안을 검토했으며, 원자로설계개발단을 사장 직속의 독립조직에서 자사 원자력본부로 이관하는 것을 검토했다.
본지 취재 결과 한국전력기술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원자로설계개발단 인력을 가동원전사업처·열전소자사업처·원자력융합기술처·원자력사업기술처 등으로 분산 배치하는 방안보다 원자력본부 내 별도로 두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전력기술에 따르면 현행 원자력 조직은 1차 계통인 원자로 설계 부문 357명(원자로설계개발단)과 2차 계통인 원자력 설계 부문 1140명(원자력본부), 연구개발 부문 139명(전력기술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전력기술은 새로운 기술개발에 대한 수요와 사업개발의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현행 체계에서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고 판단한 뒤 원자로설계개발단을 원자력본부로 일원화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한국전력기술은 최근 관심이 높아진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등 차세대 원자로를 개발하고 설계하기 위해 원자로설계개발단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한국전력기술이 추진한 조직개편에 반발했던 일각은 원자로설계개발단이 한국전력기술 원자력본부 산하로 옮기게 되면 고유의 인력이 다른 부서로 옮겨갈 가능성이 농후하고,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원자로설계개발단이란 정통성을 깨지고 조직의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번 조직개편을 원자로설계개발단의 해체로 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자로설계개발단 인사는 사실상 자체적으로 이뤄져 조직개편이나 인사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전력기술은 22일 자료를 내고 원자로설계개발단 등의 조직개편과 관련해서 진의와 다른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주주 등 이해관계자 우려가 깊어진 상황이라고 밝히면서 상장회사로서 책임을 다하고 일련의 상황들을 수습하기 위해 현재 진행되는 조직개편을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