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How safe is safe enough ?
(얼마나 안전한 것이 충분히 안전한 것인가)
<칼럼>How safe is safe enough ?
(얼마나 안전한 것이 충분히 안전한 것인가)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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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9.0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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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원자력학회 회장)

기차와 비행기 중 어느 것이 더 안전한 교통수단일까? 대개 사람들은 당연히 싱거운 질문으로 여기고 깊은 생각없이 기차에 표를 던질 것이다. 그러나 통계로 보면 아마 크게 놀랄 것이다.

지난해 캐나다 토론토 출장을 갔을때도 그 지역 신문에서 기차의 위험도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기사를 본 일이 있다. 이렇듯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과 실제 사실은 틀린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는 이것을 인지 위험도(risk)라고 한다.

이러한 인지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중요 요인들은 우선 사건에 대한 불이해(“원자력은 어려워”), 영향과 빈도에 대한 편향적 평소 인지(“Pu 1g으로 백만 명을 죽일 수 있데”), 개입불능에 대한 무력증(“자동차는 내가 운전하지만 비행기는 사고 시 기도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위에 의한 집단공포(Panic 현상)로 사고가 일어나면 우리는 다 죽는다라는 히스테릭 현상 등이다.

위험도는 결과(consequence)와 빈도(frequency)의 곱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자주 일어나는 사건과 대형사고에 대한 공학적 위험도와 인간의 인지 위험도가 다르게 평가되고 있다. 원자력에 대한 안전도는 다르게 평가되는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그동안 원자력은 원폭의 이미지와 두 차례의 대형사고로 그동안 많은 안전성 향상 노력과 설비 개선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인지 안전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언론의 상업적인 ‘알 권리’ 그리고 ‘생활적 보상 심리’까지 더 해져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진통을 겪어 왔다. 

가장 어려운 숙제는 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그리고 How safe is safe enough? 일 것이다. 사실 안전 목표에는 상한 목표와 하한 목표가 있다. 상한목표는 특정 설정치 이상 절대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하한목표는 최소한 그 정도를 만족시키면 안전하다고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속도제한 100km/h는 상한 목표이자 하한 목표이다. 60km/h로 달리던 차가 90km/h로 속도를 올렸다고 해서 그 차가 1.5배로 과속했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종종 원자력분야에 관한 한 언론보도에서는 예외이다. 기준치가 0.1인데 0.001로 운전되는 발전소가 고장이나 사고로 0.01의 방사능이 배출되는 경우 우리는 곧장 10배의 방사능이 배출되었다는 기사를 볼 수 있다.

물론 원자력은 강력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시사적으로 민감하며 대형사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조심해도 부족함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원자력 설계나 운전에서의 상?하한 목표는 공학적으로 모든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충분히 보수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기준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또한 우리의 우수한 전문가들이 그 동안의 경험과 지식으로 평가된 것이다. 따라서 원자력의 안전은 이러한 전문가들을 우리 국민이 신뢰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 얼마 전 국내 원전사고에서 우리 국민이 똑같은 사고원인 분석도 외국NGO의 결론을 듣고서야 인정했던 사례를 보더라도 우리의 전문가를 불신하는 풍조가 얼마나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비록 우리 원자력계 뿐만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자주(自主)는 국방이나 경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원자력을 포함한 모든 산업안전도 자주성이 확보돼야 한다. 우리의 안전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한 안전 전문가를 확보하고 그들의 결론을 믿어 줘야 한다. “안전합니까? 예. 이만하면 안전합니다. 아 그렇군요.” 이것이 바로 진정한 “How safe?”에 대한 “Safe enough” 일 것이다.

지난달 23일부로 우리 원전 20기 전 호기 OCTF(무고장 안전운전)을 달성했다. 이는 우리 원전이 얼마나 안전하게 운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큰 성과이기도 하고 또한 수출을 향해 온 힘을 쏟고 있는 우리 원자력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을 책임져야 할 우리로서는 더욱 조심스럽기만 하다. 항상 사고는 자만, 방심 그리고 타성에서 기인한 인적 실수에서 생기고 실제로 전 사고의 60%가 인적실수에 기인하고 있다. 보다 조심하고 어떤 경우에서도 전문가로서의 책임과 신념을 가질 때 원자력의 르네상스는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국민의 신뢰와 더불어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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