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설비 컨디션 끌어올리는 '서부발전'…신산업·시장 개척 이어지나?
발전설비 컨디션 끌어올리는 '서부발전'…신산업·시장 개척 이어지나?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0.02.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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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사업소별 분산돼 있던 플랫폼을 본사로 통합한 M&P센터 구축한 뒤 운영
이 플랫폼 구축 후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시스템 개발하고 구축한데 이어 고도화
지능형예측분석시스템 개발과 표준화에 이어 전국사업소에 구축하며 가능성 열어
석탄발전·가스복합발전 국한돼 있던 대상을 재생에너지 등 모든 발전설비로 확대

【에너지타임즈】 과거 발전소 운영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손꼽혔던 요소는 경제성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단순하게 전력을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의 안전성도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발전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발전설비 컨디션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함으로써 현장근로자들을 보호하고 그에 더해 효율을 끌어올리면서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발전회사들은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국서부발전(주)은 일찍이 발전설비 컨디션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자연스럽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내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모델은 현장 내 위험요인으로부터 현장근로자와 발전설비를 지켜낼 수 있고 발전효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서부발전이 그 동안 보유 발전설비만 관리하면 된다는 오랜 관행을 깨고 보편적인 발전설비 운영과 관련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장을 미리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장정지비율을 낮추는 것이 골자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실시간으로 발전설비를 모니터링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생성된 빅-데이터 활용 발전설비 진단·분석·처방 등이 가능한 다양한 시스템을 갖추고 고도화시키는 작업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23개월 전 취임한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이 발전기자재 국산화와 함께 발전설비 예방정비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역점을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엔지니어이면서 한전 전력연구원 원장 출신인 그의 이력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서부발전 본사 내 운영 중인 M&P센터(Monitoring & Prognostic Center).
서부발전 본사 내 운영 중인 M&P센터(Monitoring & Prognostic Center).

서부발전 본사 내 운영 중인 ‘M&P센터(Monitoring & Prognostic Center)’.

이 센터는 천재지변이나 전력수급난 등이 발생했을 때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운영되는 종합상황실과 달리 상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부발전 직원 5~10명은 이곳에서 상시적으로 근무하면서 서부발전에서 운영하는 석탄발전·가스복합발전·재생에너지 등 모든 발전설비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재 이 센터는 발전소 현장이 아닌 본사에서 발전설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는 한편 보다 효율적인 정비시점과 정비항목을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발전설비가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요인과 고장요인에 대한 객관적이면서도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처방을 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동안 발전소 현장에서 관리되고 조치되던 부분이 본사로 통합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전환됐다는 점이 큰 의미를 갖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장기술진에만 의존하던 것에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발전설비 진단·분석·처방 등 과학적인 측면이 더해지면서 최상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된 셈이다.

일찍이 서부발전은 이 같은 행보를 이어왔다.

서부발전은 2012년 태안발전본부 등 일부 사업소에 조기경보시스템을 도입해 활용하면서 발전설비 컨디션을 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첫발을 내딛었고 2018년 김병숙 사장 취임과 함께 본사에 M&P센터를 설치했다.

현장에서만 통용되던 발전설비 관리가 본사로 일원화된 것인데 발전설비를 관리하고 정비할 수 있는 노하우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후 서부발전이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은 이 플랫폼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구축한 뒤 고도화시키는 것. 하드웨어 구축에 이어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엔지니어 출신이자 전력연구원 원장을 지낸 김 사장의 이력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서부발전은 R&D과제를 통한 예측분석시스템 개발 등 발전설비 예측진단 전문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이상한 징후를 조기에 발견함으로써 발전설비 불시고장 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지능형예측분석시스템을 개발하고 표준화시킨데 이어 전국 사업소에 이 시스템 구축을 지난해 6월 완료했다.

이 시스템은 표준화과정을 거치면서 데이터통합 연계 통한 발전운영부문 빅-데이터 구축, 데이터 가속화엔진으로 시스템 속도 12배 향상, 사용자 맞춤형 트렌드 구성 등 성능과 편의성이 대폭 개선됐다고 서부발전 측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서부발전은 예방정비관리모델 확대 개발을 위해 30년간 정비관리이력데이터를 누적·관리해온 미국 전력연구원과 협업으로 발전설비 고장원인·이력·위치 등 정비 관련 주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데 이어 사내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보유 중인 발전설비에 대한 중요도·운전환경 등을 특성별로 분류한 뒤 최적화된 정비기준을 표준화하기도 했다.

특히 서부발전은 이 과정에서 석탄발전·가스복합발전에 국한돼 있던 발전설비 비즈니스모델 범위를 재생에너지로 확대하는 등 모든 발전설비로 확대하기도 했다.

서부발전은 가스복합발전 등 발전설비 정비를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해 활용 중인 예방정비관리모델(Western Power Preventive Maintenance Model)을 풍력발전설비로 확대한데 이어 최근 현장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바 있다.

이 모델은 발전설비 단위기기 중요도·운전횟수 등의 환경을 감안해 8가지 등급으로 분류한 후 점검항목·점검주기를 자동으로 설계하는 등 정비기준을 최적화한 서부발전 고유의 예방정비관리모델이다. 고장을 미리 감지해 고장정지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정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인 셈이다.

이와 함께 서부발전은 지난달 전국 사업장 내 안전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모바일영상관제시스템 구축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서부발전은 현장에서 활용 중인 스마트모바일기기를 통해 재난과 발전설비 고장 등 위기상황발생 영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함으로써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개발된 스마트모바일영상관제시스템을 전국 사업장에 구축을 최근 완료했다.

이 시스템은 현장영상을 본사 재난종합상황실과 중앙제어실에 전송함으로써 체계적인 초동대응과 2차 피해예방이 가능하도록 개발됐으며, 사업장 내 다른 모바일기기와 영상을 공유함으로써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엄경일 서부발전 발전운영처장은 “발전설비 컨디션은 수익성과 직결되는 부분”이라면서 “예측이 가능한 고장을 미리 찾아낼 수 있고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고장정지를 줄일 수 있어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서부발전은 전담인력을 보강하고 다양한 4차 산업기술들을 접목시켜 발전전원 구분 없이 안정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서부발전은 발전설비를 최적의 컨디션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력을 집결시켜 표준화된 발전설비 운영·관리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부발전은 자사에서 운영하는 발전설비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4차 산업기술들을 접목시켜 최적의 컨디션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 플랫폼은 앞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은 “서부발전에서 그 동안 발전설비를 운영하면서 생성한 빅-데이터와 쌓은 운영노하우는 발전설비운영서비스산업이란 새로운 산업과 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뒤 “앞으로도 서부발전은 다양한 4차 산업기술을 접목하는 등 석탄발전·가스복합발전·재생에너지를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표준화시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부발전은 김병숙 사장 취임 직후 국내 기업 제작 활성화를 위해 서부발전에서 집중적으로 추진키로 한 5대 핵심설비인 ▲보일러 ▲터빈 ▲펌프·팬 ▲밸브·모터 ▲제어설비 등과 현장수요가 높은 3대 소모성 기자재 국산화 개발 등의 내용을 담은 구체적인 중장기 계획인 발전부문 기자재·원천기술 국산화를 선도할 수 있는 로드맵을 2018년 수립한 바 있다.

그 같은 노력을 결과 서부발전은 지난해만 발전설비 국산화율을 3.6% 끌어올리면서 119억5000만 원에 달하는 유형성과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부발전은 모두 229건의 국산화과제를 추진했으며, 그 결과 서부발전 발전설비 국산화율은 기존 22.2%에서 3.6% 늘어난 25.8%로 향상됐다. 또 외산기자재를 국산기자재로 대체함으로써 119억5000만 원의 유형성과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유형성과는 ▲고가 외산기자재 국산화로 대체하여 비용 19억4000만 원 절감 ▲석탄분쇄설비 핵심부품과 가스터빈 압축기 필터 등 가시적 성능개선 통한 수익 62억2000만 원 증대 ▲발전용수분석설비와 석탄하역기 주기교체부품 등 다른 호기 확대 적용을 통한 기대성과 28억 원 ▲현장설명회 참여 신규 중소기업 14곳 진입 지원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 9억9000만 원 등이다.

이에 앞서 서부발전은 2018년 6월 김병숙 사장 주도로 발전설비 기술자립 위한 국산화에 착수했으며 이후 발전업계 최초로 전담조직을 구성한데 이어 기술개발에 적합한 국산화로드맵 수립, 중소기업 기술개발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필요한 발전설비 테스트베드(Test-Bed)제도를 과감히 제도화하는 등 국산화를 선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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