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지만 고향에 가지 못하는 발전소 사람들
추석이지만 고향에 가지 못하는 발전소 사람들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9.09.1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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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숙 서부발전 사장 추석 앞두고 현장안전점검 차 태안화력 방문
제13호 태풍 링링으로부터 태안화력 지켜 낸 현장 방문해 현장점검
교대근무자와 일일이 악수하고 일일이 눈빛을 마주치며 격려하기도
태안IGCC 주제어실 방문 최초 전문가이자 최고 전문가 될 것 독려
태안화력 1~10 주제어실서 긍정적인 사고로 업무 매진 당부하기도
교대근무자 3~4평 남짓 전용식당 방문해 불편 없는지 일일이 살펴

【에너지타임즈】 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소 사람들에게 민족의 대명절인 한가위는 어떤 의미일까. 따지고 보면 어제와 다르지 않고 내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비를 제외하면 발전소는 1년 365일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미에서 보면 발전소 가동은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다. 다만 발전소 사람들에게 외로움과 싸워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잠재적인 위험요인인 셈이다. 모두가 고향으로 발걸음을 서두르지만 이들은 발전소를 지켜야하는 숙명을 갖고 있어서다.

그래서 한가위 등 명절을 앞두고 발전회사 경영진들은 유독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고, 현장안전점검이란 명목으로 발전소 사람들을 살피는 것 또한 이들의 숙명이다.

물론 발전소 사람들은 경영진들의 발전소 방문이 그리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일단 영전이다 뭐다 챙길 것이 많아 번거로움으로 이어지고 솔직한 말로 경영진이 현장을 다녀간다고 해서 발전설비가 더 안전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경영진들은 현장으로 가야한다. 왜냐하면 경영진과 현장근로자 간 적당한 긴장감은 안정적인 발전소 운영의 원동력인 동시에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 같은 행보는 불필요한 간섭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면 관심이기 때문이다. 또 경영진과 발전소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기도 하다.

본지는 추석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10일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의 태안화력 현장안전점검현장을 동행했다.

지난 10일 태안화력 주제어실을 방문한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이 추석연휴에도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지난 10일 태안화력 주제어실을 방문한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이 추석연휴에도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서부발전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전국 사업소를 대상으로 한 추석연휴 안전취약시기 대비 경영진 현장안전점검을 기획했다.

이번 점검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시행했던 제13호 태풍 링링 대비 특별현장점검에 이어 안전관리에 느슨해질 수 있는 추석연휴기간 안전을 도모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실무진이 1차로 사전점검을 했고, 경영진이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이 현장안전점검 차 태안화력을 방문한 지난 10일 충청지역을 포함한 중부지역에 적잖은 비가 내렸다.

김 사장은 당초 일정보다 1시간이나 앞당겨 15시경 태안화력에 도착했다. 대충 현장만 둘러보고 돌아갈 심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날 현장안전점검이 종료되는 시점이 1시간가량 앞당겨졌어야 했으나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안전점검 시간은 당초 계획했던 2시간보다 1시간 늘어났던 셈이다.

제13호 태풍 링링이 북상하던 당시 그는 이미 두 번이나 태안화력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만나지 못한 직원들이 많다고 부연했다. 그가 태안화력 방문을 서둘렀던 배경은 더 많은 직원들과 만나고 싶었던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현장으로 이동하는 미니버스 내에서 한 간부직원은 “사장님 안전모를 바꿔드려야 될 것 같다”고 언급하면서 해당 직원에게 지시했다.

이 간부직원은 겉으로 보기 큰 이상이 없어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겉으로 보면 새것으로 보이지만 (김병숙 사장) 안전모는 곳곳에 찍힌 자국 등이 있어 위급상황에서 안전모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겉으로 보이는 것이 모두가 아니다”면서 “안전장비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방문한 김 사장 일행은 제13호 태풍 링링으로부터 태안화력을 지켜 낸 현장을 먼저 찾았다. 태안화력은 이 태풍의 길목에 있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제13호 태풍 링링에 대비해 가장 많은 신경을 썼던 부분은 정비 등에 필요한 부품 등을 발전소 내로 반입하는 문이라고 했다. 덤프트럭 한 대 정도가 오갈 수 있는 크기의 이 문은 셔터형태로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심한 바람이 불 경우 크게 흔들릴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찢겨질 경우 발전소 내부로 바람이 유입돼 발전설비를 파손시키거나 발전소 내벽을 밖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하면서 외벽이 파손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태풍이 관통한다고 발전소가 훼손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언급한 뒤 “그 원인이 있을 것이고 직원들과 그 원인을 찾은 결과 이 문이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폐쇄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강철프레임으로 덧대어 흔들림을 없도록 용접을 한 결과 역대급 태풍에도 조금의 흔들림 없이 태안화력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사장 일행은 발전소 내 모두 6곳 주제어실을 모두 방문했다. 이번 현장안전점검은 추석연휴기간에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교대근무자들을 만나기 위한 것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태안화력 내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일근근무자와 교대근무자로 나눌 수 있는데 본사의 경우 대부분이 일근근무자이지만 사업장인 태안화력 근로자 대부분은 교대근무자다.

실제로 이번 추석연휴기간 태안화력 교대근무자들은 대부분은 발전소를 떠나지 못했다. 연휴기간은 모두 4일이지만 이들은 적어도 2번 이상 출근을 해야 한다. 4조 2교대이기 때문이다.

1시간 남짓 거리에 고향이 있는 교대근무자들은 추석연휴기간 내 잠시나마 고향에 다녀올 수 있지만 그 이상이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향 방문을 사실상 포기할 수밖에 없다. 물론 추석연휴 전후로 고향을 다녀올 수 있지만 학교를 다니는 자녀를 뒀다면 가족들과 함께 고향을 방문하는 것은 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태안화력 내 근무하는 교대근무자들은 명절이 다가오면 왠지 모를 허전함과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그렇다면 태안화력 교대근무자들을 만난 김 사장은 무슨 말을 했을까.

이날 그는 태안IGCC 주제어실을 비롯해 태안화력 1~10호기 주제어실을 방문해 근무 중인 교대근무자들과 일일이 손을 맞잡고 눈을 맞췄다. 악수를 하는 것만도 상당한 시간이 소외될 정도였다.

그는 태안IGCC 주제어실을 방문해 교대근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모두발언을 통해 IGCC는 발전설비라기보다 화학플랜트에 더 가깝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더 열악하다는 점과 함께 현장근로자 애로사항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어 그는 태안IGCC는 대한민국 최초의 IGCC인 점을 감안하면 현장근로자들의 노력이 얼마나 필요했는지를 알 수 있다면서 이들을 IGCC 최초의 전문가이자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김 사장 일행은 태안IGCC 주제어실에 이어 태안화력 1~10호기 주제어실로 발길을 옮겼다. 태안화력 1~10호기 주제어실은 모두 5곳이다.

이곳에서 김 사장은 주제어실별로 현장에 묵묵하게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교대근무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추석명절을 보낼 때 발전소 직원들은 발전소에 남아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 뒤 스스로 이 위기를 극복하고 긍정적인 사고로 업무에 매진해 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또 그는 “불만은 추진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에 격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면서 힘을 모아 서부발전 힘을 보여주자고 교대근무자들을 격려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주제어실별로 현안문제에 대한 경영현황을 공유하면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근무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특히 김 사장은 태안화력 3·4호기 주제어실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3~4평 남짓 교대근무자들이 이용하는 식당을 방문해 간이싱크대 서랍과 소형냉장고를 일일이 열어보면서 등 불편함이 없는지를 살폈다. 교대근무자들은 주제어실을 비우지 못하기 때문에 이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도 하고 야간근무일 경우 이곳에서 컵라면 등 야식을 해결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김 사장은 태안화력 5·6호기 주제어실 방문시간을 조금 더 할애했다. 다른 주제어실보다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태안화력 5·6호기는 서부발전의 아픈 손가락 중 하나다. IMF사태 당시 지어지면서 비용절감 차원에서 전반적으로 작게 지어졌기 때문에 주제어실도 다른 주제어실에 비해 작아 근무자들의 불편이 남다른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태안화력 주제어실을 방문한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이 교대근무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0일 태안화력 주제어실을 방문한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이 교대근무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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