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반목으로 어수선했던 태안화력…근로자 안전으로 대동단결
그간 반목으로 어수선했던 태안화력…근로자 안전으로 대동단결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9.04.0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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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유지업무 근로자 제외한 1500여명 운집한 가운데 안전결의대회 열려
권유환 본부장, 환골탈태 각오로 안전·생명 중시하는 현장으로 바꿔야 강조
무재해·무사고 기원 북소리와 함께 안전구호 외침 태안화력 내 메아리 울려

【에너지타임즈】 지난해 12월 발생했던 태안화력 컨베이어벨트 사망사고는 태안화력 내 서부발전 근로자와 협력회사 근로자가 적대적 관계를 만들었다.

이 사고가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에 대한 응답과 함께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원인규명과 개선대책 등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숱하지만 태안화력 내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소속을 떠나 그간 반목을 뒤로하고 그 동안 굳게 닫았던 마음의 문을 열고 한 목소리로 안전을 외쳤다.

지난 4일 태안화력 내 운동장(충남 태안군 소재)에서 태안화력 내 근무하는 근로자 2500여명 중 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필수유지업무 근로자를 제외한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무재해·무사고 달성을 다짐하는 안전결의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12월 발생했던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태안화력 내 서부발전 근로자와 협력회사 근로자는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있던 것이 이날 대회를 계기로 태안화력 근로자들이 안전이란 공동의 목표에 동감하면서 이 벽을 허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회는 그 동안 반목을 걷어내기 시작한 첫걸음이자 태안화력 내 근로자들이 함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첫걸음인 셈이다.

지난 4일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충남 태안군 소재)에서 열린 태안화력 안전결의대회에서 근로자대표들이 안전선서를 하고 있다.
지난 4일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충남 태안군 소재)에서 열린 태안화력 안전결의대회에서 근로자대표들이 안전선서를 하고 있다.

지난 4일 09시 30분경 태안화력 운동장에 근로자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하더니 10시경 태안화력 내 근무하는 근로자 2500여명 중 1500여명이 모두 자리를 채웠다. 1200개 의자를 모두 채우고도 의자가 모자라 일부 근로자들은 서서 이날 대회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는 현장근로자뿐만 아니라 사무근로자 모두가 참석했으며, 사무근로자들이 엉성하게 맨 안전띠를 현장근로자들이 착용방법을 가르쳐주거나 제대로 착용할 수 있도록 돕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이와 함께 서부발전 근로자와 협력회사 근로자가 삼삼오오 모여 환담을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태안발전본부 측은 이날 대회와 관련 현재 진행 중인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조사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한편 그 결정에 따를 것을 다짐하는 한편 태안화력 내 근무하는 서부발전 근로자와 협력회사 근로자 모두가 하나의 안전공동체란 인식을 되새기기 위해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영태 태안발전본부 산업안전부 차장은 “(지난해 12월 발생하던 사고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날 안전결의대회는) 환골탈태(換骨奪胎)와 전화위복(轉禍爲福)의 마음으로 지금의 위기를 뛰어 넘어 새로운 상생의 기회를 만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 서부발전 근로자와 협력회사 근로자들은 서로가 마주치는 것조차 부담을 느낄 정도로 반목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 대회에 협력회사 근로자들이 참석했다는 점은 그 동안의 반목이 줄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날 안전결의대회장 뒤편 언덕에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입니다’란 슬로건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4일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충남 태안군 소재)에서 열린 태안화력 안전결의대회에서 권유환 태안발전본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충남 태안군 소재)에서 열린 태안화력 안전결의대회에서 권유환 태안발전본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권유환 태안발전본부 본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태안화력 가동 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문을 연 뒤 “지난해 12월에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로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비장한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태안화력에 근무하는) 우리 모두는 환골탈태 각오로 안전과 생명을 더욱 중시하는 한편 안전이 보장되는 현장을 바꾸는데 앞장서야만 태안화력은 세계 최고의 안전발전소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 본부장은 안전하고 행복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3가지를 서부발전 근로자와 협력회사 근로자에게 당부했다.

먼저 그는 “실천하는 안전이 돼야 하며 실천하지 않는 안전은 모래성”이라고 설명한 뒤 “안전하지 않다면 (근로자들은) 작업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실천하는 안전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내 가정의 안전을 챙기듯 치밀하게 현장을 점검하는 한편 안전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 무재해 사업장이 될 수 있도록 태안화력 내 모든 근로자들은 다함께 협력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공생협력을 강화해 줄 것”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태안화력 내 근무하는 모든 근로자는) 아침에 출근할 때 모습 그대로 가족으로 품으로 돌아가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중대재해가 발생되면 기업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소중한 가정이 붕괴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현장작업환경에 대한 세심한 점검과 개선을 통해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사업장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어 태안발전본부장을 비롯한 협력회사 근로자대표 등은 안전을 염원하면서 떡 커팅을 했으며, 태안화력 무재해·무사고를 기원하는 공연을 통해 북소리가 태안화력에 메아리로 울려 펴졌다.

끝으로 이날 대회에서 참석한 서부발전 근로자와 협력회사 근로자들은 우렁차게 안전구호를 외친데 이어 담당현장을 중심으로 한 현장점검에 나섰다.

한편 권 본부장은 안전결의대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장이 현장근로자 위주가 아니라 설계자나 관리자 위주로 건설되다보니 현장근로자들의 불편함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번에 크게 공감하게 됐다”면서 “역지사지를 쉽게 말했지만 실천에 부족했던 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설비를 설치할 때 근로자 이동통로를 고려하기보다 설비를 보다 경제적으로 설치하는데 초점을 맞췄던 그런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발전소 설계단계부터 현장근로자 이동통로 등 현장안전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권 본부장은 “사고 이후 수습과 함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현장근로자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을 했다”고 언급한 뒤 “매일 순찰을 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것에 분명히 한계가 있어 현장근로자들과 소통을 통해 부족한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함으로써 현장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후속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최근의 근황을 소개했다.

이와 함께 권 본부장은 “사고 직후 서부발전 근로자와 협력회사 근로자 간 마주치더라도 눈을 피할 정도로 반목이 심했지만 지금은 서로 냉수라도 한잔 나눠 마시는 그런 관계로 다시 돌아서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4일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충남 태안군 소재)에서 열린 태안화력 안전결의대회 전경.
지난 4일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충남 태안군 소재)에서 열린 태안화력 안전결의대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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