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되는 태안화력 옥내저탄장…까맣게 속 타는 서부발전
화약고 되는 태안화력 옥내저탄장…까맣게 속 타는 서부발전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9.01.07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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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화염으로 여과과정 없이 유해가스 노출돼 지역주민·작업자 위협
동시다발적인 자연발화 이어질 경우 속수무책…유연탄 모두 비워져야만 진화
여덟 번 퇴짜 받고도 관련 작업 고용노동부에 다시 요청해야만 하는 서부발전

【에너지타임즈】 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발전을 멈춘 태안화력 9·10호기, 그러면서 발전연료인 유연탄을 보관 중인 옥내저탄장이 진화는커녕 달아오르고 있다. 자연발화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인이 되는 유연탄을 소진하거나 외부로 배출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묘연하기 때문이다.

자연발화가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태안화력 9·10호기 옥내저탄장 내 자연발화는 유연탄이 남아 있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물론 자연발화 특성상 눈에 보이는 화염 등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 탓에 위험해 보이지 않을 수 있으나 유연탄 연소과정에서 일산화탄소·황산화물·질산화물 등 유해가스가 여과과정 없이 배출되는 한편 최악의 경우 자연발화에 따른 열기로 옥내저탄장이 붕괴되는 등의 2차 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지역주민과 작업자를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서부발전은 그런 이유로 불을 보듯 뻔한 차가운 여론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 대전지방공용노동청 보령지청에 보령화력 9·10호기 옥내저탄장 내 유연탄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서부발전은 이미 여덟 번이나 관련 작업을 요청했으나 보령지청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그리고 다시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왜.

서부발전 태안화력 9·10호기 옥내저탄장 전경.
서부발전 태안화력 9·10호기 옥내저탄장 전경.

한국서부발전(주) 태안화력 9·10호기는 지난달 11일 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 발생 후 고용노동부 대전지방공용노동청 보령지청으로부터 작업중지명령을 받아 발전을 멈췄다. 또 이 발전소에 발전연료를 공급하는 부두와 석탄취급설비 등도 가동을 멈췄다.

그러면서 태안화력 9·10호기 발전연료인 유연탄을 보관하는 옥내저탄장에 이 사고 8일 만인 지난달 19일부터 자연발화가 시작됐다. 70만 톤에 달하는 유연탄을 보관할 수 있는 옥내저탄장에 현재 유연탄 26만 톤이 보관돼 있다.

서부발전은 유연탄에 물을 뿌리는 살수작업을 통해 자연발화를 지연시키는 작업과 함께 더 이상 자연발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연탄을 외부로 배출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발화로 일산화탄소·황산화물·질산화물 등 다량의 유해가스가 발생함으로써 작업여건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태안화력 9·10호기 옥내저탄장 내 작업자는 방독면을 쓰고도 30분 이상 작업하는 게 힘들 정도로 유해가스가 발생한 상태이며, 자연발화가 계속 이어질 경우 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연탄 자연발화는 유연탄 저장과정 중 외기와 차단된 유연탄이 공기 중 산소를 만나 산화작용을 일으키면서 완만한 연소를 시작하게 되는 이른바 풍화현상이 반복되면서 유연탄 온도가 높아져 착화온도에 도달하게 되면 흰 연기를 내면서 연소상태에 이를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중에서도 열량이 높은 유연탄보다 열량이 낮은 유연탄이 상대적으로 휘발성을 많이 갖고 있어 자연발화가 쉽게 일어나며, 태안화력 9·10호기 발전연료는 열량이 높은 유연탄과 열량이 낮은 유연탄을 혼소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옥내저탄장 내 보관 중인 유연탄 중 상당량이 열량이 낮은 유연탄이다.

이 현상은 저탄장 내 흔한 일 중 하나로 손꼽히는 탓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있다. 다만 적절한 조치가 동반됐을 때다.

자연발화가 발생하기 전 살수작업은 자연발화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자연발화가 발생됐을 때 필요한 작업은 불도저 등 중장비를 이용해 유연탄을 뒤집어 압착한 뒤 산화작용을 봉쇄시켜 진화하는 방법과 함께 자연발화가 시작된 유연탄을 다른 장소로 옮겨 태워버리는 방법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자연발화로 인한 화재가 상당기간 진전됐을 때 진화보다 자연발화 되지 않은 유연탄을 다른 장소로 옮기는 작업으로 이어져야 자연발화에 따른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다.

현재 서부발전은 마지막 단계인 자연발화가 되지 않은 유연탄을 다른 장소로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하는 단계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서부발전에게 허용된 방법은 10톤짜리 덤프트럭으로 태안화력 9·10호기 옥내저탄장 내 자연발화가 되지 않은 유연탄을 옮기는 것. 입구가 하나이다보니 덤프트럭 1대가 들어가 유연탄을 싣고 빠져나와야지만 다음 덤프트럭이 작업을 할 수 있어 작업은 더디다. 일주일가량 진행된 이 작업으로 1000톤 남짓 유연탄이 외부로 배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서부발전은 시민대책위원회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 대전지방공용노동청 보령지청에 2차 재해예방 비상조치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허가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보령지청은 서부발전의 이 같은 요청을 번번이 불승인하고 있다.

서부발전은 태안화력 9·10호기 옥내저탄장에 보관 중인 유연탄을 빠른 시일 내 외부로 배출할 수 있도록 태안화력 9·10호기 옥내저탄장 상탄기와 태안화력 1~8호기에 유연탄을 공급할 수 있는 공용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을 보령지청에 요청하고 있다.

서부발전이 요청하고 보령지청이 불승인하는 과정이 벌써 여덟 번이나 반복됐다.

지난 4일 보령지청은 안전보건공단에서 전문가 회의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태안화력 9·10호기 옥내저탄장 컨베이어 가동 긴급성 등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아 현재 상태에서 작업을 허가하기에 무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을 받은데 이어 태안화력 9·10호기 옥내저탄장 상탄기와 태안화력 1~8호기에 유연탄을 공급할 수 있는 공용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작업에 대해 불승인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서부발전은 또 다시 이 작업을 승인해줄 것을 보령지청에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대책위원회 등의 반발과 태안화력 9·10호기 재가동이란 꼼수란 차가운 여론과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용광로처럼 달아오른 태안화력 9·10호기 옥내저탄장 불을 꺼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부발전 한 고위관계자는 “저탄장 내 유연탄만 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태안화력 9·10호기 옥내저탄장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옥내저탄장은 불도저 등 대형 중장비가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이 제한돼 있는 탓에 초동대응이 쉽지 않고 자연발화로 발생한 일산화탄소·황산화물·질산화물 등 유해가스가 쉽게 배출되지 못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노천저탄장보다 작업환경이 여의치 않다.

게다가 유연탄 보관기간이 길어진 탓에 자연발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고, 자연발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여과장치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황산화물·질산화물 등 유해가스가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되고 있다. 또 태안화력 9·10호기 옥내저탄장이 화염으로 붕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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