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댐 논란 1년 만에 고개…수자원공사 신(神)이라야 가능
괴산댐 논란 1년 만에 고개…수자원공사 신(神)이라야 가능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8.08.3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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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도지사 괴산댐 관리 수자원공사로 이관 건의
고수위 운영으로 집중호우 등 취약해진다는 점 지적
한수원 근원으로 저수용량 부족 따른 것이라고 일축
政 댐 수위 통제할 때 발전·다목적용 구별하지 않아

【에너지타임즈】 지난해 7월 20일 12시 10분경 괴산수력 행정동 옥상에서 목을 매 스스로 세상을 등진 한 사람이 있다. 괴산수력 직원이 그를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당시 괴산수력 소장이었다.

그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었고,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수력발전에 정통한 그는 정년퇴직 후 괴산에서 여생을 보낼 계획을 갖고 이 지역에 보금자리를 이미 마련했다고 한다.

그가 떠난 자리를 본 한수원 직원들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고 기억하고 있다.

4일 전 충청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괴산수력도 괴산댐 방류를 시작했다. 그러자 괴산댐 하류지역에 침수가 이어졌다. 괴산수력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수해를 키웠다고 지역여론은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한 언론은 괴산수력 직원들이 피신했다고 보도했다.

확인결과 괴산수력에 근무했던 직원 15명은 전원 비상근무를 하고 있었으며, 집중호우로 괴산댐 수위가 증가하자 직원 2명이 수위계 고장으로 계측이 불가능해지자 위험을 무릅쓰고 댐으로 올라가 수동으로 수위를 측정했다. 이 모습이 오해를 샀던 것이다.

이어 이 언론은 괴산댐이 발전용 댐인 탓에 수위조절 실패로 이어져 하류지역 피해를 키웠다면서 발전용 댐인 괴산댐을 다목적용으로 전환됐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논조를 이어가기도 했다.

결국 그의 죽음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지역여론 등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셈이다.

그리고 최근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괴산댐 관리를 수자원공사로 이관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면서 이 논란은 1년 만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수자원공사가 신(神)이란 전제조건이 붙는다면 이 주장은 합리적일 수 있다. 다만 괴산댐 규모를 키우지 않는 상황에서 이 주장을 둘러싼 명분은 부족함이 없잖아 있어 보인다. 정부가 댐 수위를 통제할 때 발전용 댐과 다목적용 댐을 구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충북도에서 내놓은 이 대책은 관리자만 바꾸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수원 괴산수력 전경.
한수원 괴산수력 전경.

괴산댐은 광복 후 절대적으로 부족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1957년 2월 준공됐다.

괴산댐 유역면적은 671㎢로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소양강댐 유역면전인 2703㎢ 대비 1/4 수준으로 넓다. 그러나 저수용량은 1500만 톤으로 소양강댐 29억 톤 대비 1/193에 불과하기 때문에 소규모 댐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수원은 괴산댐 하류 취수시설에 하루 20만 톤 용수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봄철 가뭄에 전력생산보다 하류지역 농업용수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괴산댐 관리를 수자원공사로 이관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괴산댐을 현재 발전용에서 다목적용으로 용도를 변경하자는 취지로 요약되는 부분이다.

이 도지사는 괴산댐이 발전용 댐이란 점을 감안할 때 전력생산을 위해 괴산댐 수위를 고수위로 운영하고 있어 집중호우와 홍수 등에 미흡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이 전력생산을 이유로 집중호우에도 불구하고 괴산댐 수위를 고수위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요약된다. 그러면서 수자원공사가 괴산댐을 관리할 경우 전력생산에 대한 압박이 상대적으로 줄어 집중호우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같은 주장을 한 배경이 되고 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한수원 측은 일축하고 있다. 이 같은 논리라면 괴산댐 관리가 수자원공사로 이관될 경우 되레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수원은 용수를 무상으로 공급하지만 수자원공사는 용수를 유상으로 공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 도지사 논리를 적용해 보면 수자원공사는 용수 자체가 곧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감안할 때 괴산댐을 고수위로 운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괴산댐 수위를 둘러싼 논의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정부가 발전용이든 다목적용이든 구분하지 않고 댐 수위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2년 한강대홍수 이후 1973년 정부는 한전(現 한수원)이 관리하는 한강수계 발전용 댐 관련 원활한 홍수조절을 위해 매년 6월 21일부터 9월 20일까지를 제한수위를 설정·운영하고 있다.

발전용 댐이나 다목적용 댐의 수위는 댐 하부부터 ▲저수위 ▲제한수위 ▲만수위 ▲계획홍수위 등으로 정해져 있다. 저수위는 수력발전이 가능한 수위다. 그리고 제한수위는 홍수조절에 대비한 수위다.

한수원에서 운영하는 괴산댐 저수위는 131.65m, 제한수위는 134m. 반면 수자원공사에서 운영하는 소양강댐 저수위는 150m, 제한수위는 190.3m다. 충주댐 저수위도 110m, 제한수위도 138m다. 다목적용 댐도 수력발전설비를 운영하는 만큼 홍수조절을 위한 제한수위를 저수위보다 높게 정하고 있다.

특히 한강수계 발전용 댐인 화천·춘천·의암·청평·팔당·괴산댐과 다목적용 댐인 충주·소양강·횡성·충주조정지댐 등 10개 댐은 1999년 ‘한강수계 댐 통합 운영규정’이 제정된 후 용수공급과 홍수조절을 우선해 운영되고 있다.

2011년 가뭄과 홍수로 인한 재해방지와 수자원에 대한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댐과 보 등의 연계운영규정’이 제정돼 괴산댐을 포함한 대부분 댐은 정부 통제를 받아 수위와 용수사용량을 계획하고 방류승인절차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발전용 댐이든 다목적용 댐이든 사업자가 임의대로 수위를 조절할 수 없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괴산댐 관리가 수자원공사로 이관될 경우 괴산댐 수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이 도지사 주장은 어불성설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도지사가 이 같은 주장을 하게 된 배경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괴산댐 하류지역이 침수되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이 도지사는 문 대통령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수원이 전력생산을 위해 괴산댐 수위를 높게 운영했을 개연성을 설명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한수원 측은 지난해 7월 16일 충북 괴산지역 수해발생 관련 괴산댐 수위상승은 댐 상류지역 단시간 집중호우에 따른 불가항력적 상황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당시 괴산댐 상류인 미원면지역 6시간 강수량이 290mm로 기록됐으며, 11일 뒤 괴산지역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당시 괴산수력은 지난해 7월 5일 괴산댐 수문을 개방한 후 홍수조절을 위해 제한수위인 해발고도 134m 기준으로 수위조절을 했고, 집중호우가 시작된 11일 뒤인 16일 06시경 2~3시간 후 댐 수위에 영향을 미칠 것을 감안해 이날 07시경 1개 수문 추가 방류를 시작으로 12시까지 7개 수문을 순차적으로 개방해 수위를 조절했다.

모든 수문이 개방됐음에도 불구하고 상류지역 집중호우에 따른 수위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괴산댐 수위는 이날 13시 10분경 계획홍수위를 넘어섰고, 최고수위는 해발고도 137.60m로 댐 범람수위 5cm를 남긴 상태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당시 괴산수력은 비상발령으로 소장과 직원들을 비상소집한데 이어 댐 수위 상황에 따라 13시 10분 댐 붕괴 비상대처계획 주의단계부터 13시 50분까지 경계단계까지 순차적으로 발령했다.

댐 수위가 계획홍수위를 초과될 것으로 예측한 괴산수력은 이날 10시 37분경에 괴산군청에 주민대피를 요청했다.

한수원 고위관계자는 “당시 괴산댐은 집중호우로 1시간 이내에 만수위까지 차올랐다”면서 “관리와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저수용량이 적은 소규모 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수용량이 크다면 물을 많이 가둬놓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 홍수조절기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도지사가 지난해 집중호우로 인해 괴산지역만 피해를 봤다는 것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서 발간한 2017년 홍수피해상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충북도 4개 시·군 60곳 349만3635㎡, 충남 2곳 시·군 16곳에서 41만3300㎡ 면적에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피해가 큰 청주·괴산·천안 등 3곳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따라서 괴산댐 인근에만 괴산댐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는 이 도지사 주장은 사실과 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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