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 부쳐
[기고]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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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2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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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에너지타임즈】 교육문제와 에너지문제에 관한한 국민 모두가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여부를 일반시민이 참여한 소위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결정했다. 그리고 오는 7월엔 대입개편공론화위원회를 운영키로 했다. 교육문제와 에너지문제는 국민 모두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직접 의견을 묻는 게 바람직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으로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높은 전문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사안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국민들의 결정에 맡기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신고리원전 5·6호기 문제는 원전 2기의 건설여부에 국한하는 문제였지만 연중 수립을 목표로 진행 중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향후 20년간 국가에너지정책의 뼈대를 세우는 작업이다. 이에 근거해서 정부는 국정운영계획을 수립하고, 기업은 사업을 전망하고 계획하며, 청소년들은 자신의 진로 설계에 참고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5년마다 갱신하는 에너지기본계획은 일관된 철학과 기조 그리고 깊이 있는 연구와 분석을 바탕으로 수립해야 한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주관으로 지난 23일에 부산에서 개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역별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담으려고 하는 주요정책과제는 ‘국민의견 수렴’, ‘수요관리중심 정책’, ‘안정적 공급확보’, ‘분산형 전력시스템 구축’, ‘환경과 안전의 조화’ 그리고 ‘신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 등으로 요약된다.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과 비교해서 전반적인 정책기조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러나 동일한 과제임에도 실행계획엔 현격하게 다른 점이 발견된다. 새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중의 하나인 에너지전환정책 즉 환경성 강화를 목표로 단계적으로 원전과 선탄발전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한다는 정책을 전제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한다는 점이다.

제2차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기본방향이 대동소이하고 세계적인 흐름에 비추어도 합리적이므로 기본방향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이나 문제점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첫째 제대로 된 계획수립을 위해서는 충분한 근거와 경험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어야 하며, 과거 정책 대한 엄정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달리 어떠한 이유에서든 목표를 미리 정해놓고 그에 맞추어 계획을 수립한다면 이는 계획이 아니라 정책의지 실행을 위한 시나리오일 뿐이다. 필요에 따라 계획도 수립하고 동시에 시나리오도 작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만일 시나리오를 계획으로 오도할 경우 예기치 않는 큰 부작용과 국민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는 기본계획 수립방식이다. 총 5개의 분과 70여명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이 계획안을 작성하여 정부에 권고하는 방식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식으로 보인다. 하지만 10개월이란 제한된 기간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한두 명씩의 전문가가 참여하여 논의하는 방식으로는 분야 간 이해와 조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에너지기본계획과 같은 포괄적이고도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데는 매우 미흡한 방식이다. 과거 정책 이행결과를 분석하고 추적함은 물론 미래를 전망하고 각각 요소의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일은 단기간에 소수인력으로 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워킹그룹에는 정책을 책임질 정부 관계자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권고안의 성격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정책 수립과 이행에 대한 책임이 모호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점은 지금이라도 보완이 필요하다.

끝으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단지 새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신념이나 의지가 아닌 명확한 사실과 근거를 바탕으로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계획을 수립하므로 써 국가발전의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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