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전력기술 선진화를 위한 제언
<칼럼>전력기술 선진화를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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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5.2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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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규 공학박사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전력산업은 전력계통을 기반으로 하고, 전력계통은 20세기 인류가 이룩한 위대한 공학적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전력계통은 전력산업의 요소가 되는 발전, 송전, 배전, 판매, 계통운영제어에 관한 전력기술이 유기적으로 적용되어 구축된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류가 창조한 가장 큰 시스템이다. 전력산업의 성장은 전력기술 발전을 촉진했고, 전력기술의 발전은 전력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전력산업의 성장을 크게 전력사업(Metering and Billing), 전력기술(Electric Power System Technology), 전기이용(Electricity Use)의 3대 축의 발전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전력사업의 핵심은 전력계통을 건설하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공급된 전기를 계량하고 투자비와 적정 이윤을 회수하기 위한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전력기술은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데 필요한 설비와 시스템을 개발해 안전하고 경제적인 전력계통 구성이 이뤄지도록 한다. 전기이용의 증대 즉 전력수요 성장은 전력사업과 전력기술의 발전을 이끈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발생하기 전까지 전력산업의 발전은 사실상 미국이 주도했다. 전력수요의 고도성장을 기반으로 미국 전력계통은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연계하는 초대형 시스템으로 발전했고, 원자력 발전, 단위기 발전용량증대, 가스터빈발전기, 초고압 송전, 장거리 직류송전, 중앙급전제어시스템(EMS), 전력 Pool 운영, 계량 및 정산시스템 등 현재의 전력계통과 전력시장의 기본골격이 되는 기술을 완성했다.

오일쇼크 이후 전력수요 성장이 정체되면서 미국이 주도하던 전력기술의 발전도 답보 상태에 접어들게 됐다. 이후 산업구조 조정과정을 통해 전력기술의 상당 부분이 미국 외 다국적 기업으로 매각됐다.

최근 미국이 전력기술의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즉 자주 발생하는 광역정전을 방지하기 위한 전력계통의 혁신과 스마트그리드로 상징되는 새로운 전력기술의 개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가격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기술개발과 향후 전력계통의 리모델링에 소요되는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 내재되어 있다. 왜냐하면 전력계통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새로운 설비와 시스템으로 개체되어야 하고, 새로운 에너지 기술은 새로운 전력계통을 필요로 하는 데, 이에 대체되는 전력기술로서 스마트그리드는 대단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등 전력기술 선진국들 역시 새로운 전력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스마트그리드 기술 개발을 위한 로드맵 작성 등 이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각국은 각자의 강점을 내세워 새로운 전력기술을 개발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자체 시장의 규모가 크므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반도체, 휴대폰, 조선, 자동차 제품에서와 같이 전력기술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앞으로 전력기술은 제품기술보다는 시스템기술이 보다 중요한 요소가 되리라는 점이다.

한편, 우리나라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전력 신기술 개발을 추진해왔다. 전력산업기반조성을 위한 전력산업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05년부터 총예산 약 2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한국형 에너지관리시스템(K-EMS)개발을 비롯한 전력 IT 중대형 전략과제  10대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사업들은 현재의 전력계통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스마트그리드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핵심기반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전력 신기술개발에서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진다고 할 수 없다.

문제는 정부의 중점 지원으로 개발된 기술이 상용화에 이르게 하는 데 있다. 흔히 얘기하기를 연구·개발된 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소위 죽음의 계곡(The Valley of Death)을 통과해야 한다고 한다. 전력 IT 10대 사업은 2009년에 1개 사업, 2010년에 7개 사업, 2011년에 1개 사업, 2012년에 1개 사업이 종료된다.

여기서 개발된 기술을 실증시험하기 위한 Test Bed 구축 사업이 2013년에 완성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현재 구상하는 Test Bed로는 10대 사업의 핵심기술을 모두 수용할 수 없으며 또 그렇게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 둘째, 사업 종료와 Test Bed 시험간의 시차가 크다.

연구개발된 기술을 상용화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소요된 노력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 대형 사업으로 개발된 기술을 유실하지 않고 실용화까지 이르게 하기 위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전력 신기술 개발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주요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전력 신기술 연구개발사업을 조금 일찍 착수했다. 이들 연구사업 결과를 엄밀히 평가하여 실용화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전력기술의 선진화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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