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자원공사·광해관리공단 통합…政 폐광지역 버리나?
광물자원공사·광해관리공단 통합…政 폐광지역 버리나?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8.03.0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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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자본금 증액 불발에 따른 궁여지책으로 만들어진 대책 손꼽혀
폐광지역주민 반발로 사회적 문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해
최선이 아닌 차선인 만큼 태스크포스 결정과정에서 문제점 지적돼

【에너지타임즈】MB정부에서 촉발된 해외자원개발사태가 폐광지역진흥에 사용돼야 할 재원에까지 손을 대는 지경에 이르렀다. 폐광지역주민에 대한 복지 향상과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에 사용돼야 할 재원과 밑천이 광물자원공사 빚잔치에 동원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광물자원공사에서 추진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실태를 점검한 결과 광물자원공사 자본잠식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자생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데 이어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을 통합하는 방안을 지난 5일 정부에 권고(안)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궁여지책으로 나온 대책이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MB정부 해외자원개발사태가 완전히 매듭지어진 것이 아닌데다 당장 5월에 만료되는 광물자원공사 회사채를 막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투자자들이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을 통합하겠다는 정부대책을 얼마나 신뢰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투자자가 이 대책을 신뢰하지 않을 경우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은 공염불이 되고 마는데 괜한 혼란을 부추겨 논란만 키운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정부의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광물자원공사 법정자본금 증액 실패가 현재 화를 키운 것으로 조심스럽게 분석되고 있다.



폐광지역 종자돈…결국 빚 갚는데 유용?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는 8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을 통합하는 정부권고(안)를 보고할 계획이다. 보고를 받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이달 말 열릴 회의에 이 안건을 상정시켜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먼저 광해관리공단노동조합이 정부의 이 같은 대책에 제동을 걸고 있다.

최재훈 한국광해관리공단노동조합 위원장은 “낙후된 폐광지역 환경·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 광해관리공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광해관리공단에서 집행하는 재원은 폐광지역주민 복지향상과 폐공지역 경제 활성화에 사용되도록 정해져 있다”면서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이 통합된다면 이 재원은 고스란히 광물자원공사의 빚을 갚는데 사용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광해관리공단은 광해방지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이란 역할을 부여받아 2006년 설립됐다. 설립 이후 광해관리공단은 광해방지, 훼손지역복구, 광해방지 조사연구·기술개발, 폐광지역진흥,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 석·연탄산업지원, 해외광해방지 등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광해관리공단이 수행하는 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폐광지역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강원랜드 지분 51%를 보유함에 따라 발생하는 배당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정부와 광물자원공사 측은 그 동안 광해관리공단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유용하는 것이 아니라 재무제표를 건전하게 만들어 줌으로써 회사채 발행에 도움을 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내다보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강원랜드 지분보유에 따른 배당금에 광해관리공단 운영비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이 통합될 경우 폐광지역에 사용돼야 할 이 재원은 광물자원공사 운영비로 유용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강원랜드 배당금은 목적성을 상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광업부문 후행사업에 사용되도록 정해진 이 재원이 선행사업과 후행사업에 사용되도록 재정립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폐광지역으로 가야할 재원은 광물자원공사에서 안고 있는 빚 청산에 결국 사용되는 셈이 된다. 최악의 경우 폐광지역주민 복지 향상과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재원의 종자돈인 강원랜드 지분도 매각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되고 있다.

최 위원장은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 통합은 결국 거대 적자공기업 재탄생이고 앞으로 동반부실이 예상되고, 통합 후 3~4년 내 부채로 인한 정부의 재정부담이 예상되는 고육지책”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광물자원공사 부채의 근본적인 해결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는 통합은 국민에게 또 다른 고통과 대국민 정책 신뢰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합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광해관리공단노조는 집단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당장 오는 9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1인 시위를 시작으로 청와대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해관리공단노조 반발과 함께 폐광지역 반발도 관측되고 있다. 현재 폐광지역에서 광해관리공단 조직이 커지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큰 반발이 없으나 실상이 드러날 경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에너지기능조정 당시 석탄공사가 폐업할 수 있다는 얘기에 폐광지역주민들이 막장투쟁을 벌이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강경한 입장을 내세운 바 있다.


급박해진 유동성…결국 최선 아닌 차선

그렇다면 광물자원공사 속사정은 어떨까.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을 통합하는 것에 대한 광물자원공사 내부에는 긍정적인 시각과 함께 부정적인 시각으로 나눠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먼저 한국광물자원공사노동조합은 최근 MB정부와 정부당국자, 광물자원공사 경영상황을 무시하고 특정한 사업에 과도한 투자를 결정한 전임경영진 책임자를 밝힐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다. 애매한 입장인 것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다만 이방희 광물자원공사노조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의 통합하겠다는 대책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인위적인 인적구조조정이 배제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위원장이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으로 평가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태스크포스가 광물자원공사에 대한 정부권고(안)를 서둘러 낸 이유는 오는 5월 만기되는 회사채 5억 달러(한화 5347억 원가량)가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된 배경은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광물자원공사 법정자본금을 2조 원에서 3조 원으로 늘리는 법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당시 이 법안이 부결된 배경은 해당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의결되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 이 법안이 본 회의에서 부결된 것인데 헌정사상 두 번째일 정도로 이례적인 일로 기록돼 있다.

그러면서 광물자원공사는 오는 5월 만료되는 회사채를 막을 회사채 발행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따라서 광물자원공사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건전한 재무제표를 만들 필요가 있었고 궁여지책으로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을 통합하는 대책을 정부가 내놓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법정자본금 증액 실패…결국 문제 키워

정부가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을 통합하겠다는 대책이 궁여지책으로 만들어진 대책임은 광물자원공사 법정자본금을 증액하는 법안이 상정되고 부결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이 법안은 현재 2조 원인 광물자원공사 법정자본금을 4조 원으로 증액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국광물자원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2017년 8월 발의됐다. 그 동안 MB정부 해외자원개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던 여당의원이 발의했다는 점과 이 문제에 대해선 여야가 모두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 그것이다.

여당의원들은 광물자원공사 경영상황이 일순간에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과 저유가기조에 따른 투자확대적기란 점을 고려할 때 법정자본금을 2조 원에서 4조 원으로 늘려 광물자원개발의 역량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법률안소위원회를 열어 이 법안을 심의했다.

이 자리에서 당시 최남호 산업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은 과거에 평가했던 금액을 기준으로 해외자산매각이 된다고 했을 경우 2022년경 광물자원공사 자본잠식이 없어지면서 200억 원 정도의 여유가 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200억 원은 자산가액 변동여부와 원자재가격 변동여부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광물자원공사 법정자본금은 1조 원 정도만 증액해도 괜찮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정부도 통합에 대해 크게 염두하고 있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여야의원들은 정부에서 법정자본금을 4조 원에서 3조 원으로 낮추자는 의견에 대해 원안을 고수하자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 법안을 대표발의 했던 송기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자본금 한도는 해외차입금의 이자율과 맞물려 있는 탓에 광물자원공사가 가능하면 자본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광물자원공사 자본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채권자들은 광물자원공사에 여력이 있다고 보고 이자율을 좀 더 낮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유섭 의원(자유한국당)도 앞으로 광물자원공사가 경영정상화 절차를 밟기 위해선 2조 원의 자본금이 증액돼야 한다고 보고를 받았다면서 1조 원만 증액한다면 또 다시 자본금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조배숙 의원(민주평화당)도 광물자원공사 자본금을 2조 원으로 증액할 경우 당장 2조 원을 출자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한선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면서 2조 원을 증액하는 것이나 1조 원을 증액하는 것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여야의원들은 광물자원공사 자본금 2조 원 증액의 필요성을 거듭 어필하고 있음은 의미하는 바가 큰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정치권도 통합보다는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필요성에 더 무게를 둔 측면이 없잖아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서 정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광물자원공사 법정자본금은 2조 원에서 3조 원으로 증액된다는 것으로 수정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에 나선 홍영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MB정권 당시 광물자원공사는 해외자원개발에 뛰어든 공기업으로 회사채 발행을 했다가 실패한 회사라고 지적한 뒤 광물자원개발에 투자를 했다가 실패를 하면서 누적적자가 3조 원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공기업도 실력이 없거나 부패로 인해 잘못 경영을 한다면 문을 닫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적어도 광물자원공사 현재 재무상태를 낱낱이 국민에게 보고하고 회생가능성이 있는지 더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이 법안은 찬성 44표, 반대 102표, 기권 51표로 부결됐다.

광물자원공사 법정자본금 증액 법안이 부결되면서 광물자원공사 유동성문제가 크게 불거졌고, 정부는 대안으로 광물자원공사 재무제표를 당장 건전하게 해줄 광해관리공단과 통합하는 대안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초 근본대책…결국 엑스트라로 전락

정부와 태스크포스가 광물자원공사에 대한 자생력 불가란 결론을 낸 것은 법정자본금 증액 법안이 부결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방희 위원장이 말하는 최선은 아니나 차선이란 말은 이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관련 광해관리공단노조 측은 태스크포스 정부권고(안)가 졸속으로 처리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재훈 위원장은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 통합에 대해 반대하는 태스크포스 위원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론을 도출한 것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설명하면서 태스크포스 결정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지난 5일 열렸던 태스크포스 전체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졸속처리에 대해 반대의사를 크게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이 통합된다고 하더라도 회사채 발행을 가능하게 할지 여부도 불투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부가 광물자원공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이 지속될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에너지노조 한 관계자는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 통합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고 전형적인 대책 없는 정부의 꼬리 자르기로 비춰지기에 충분하다”면서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해외자원개발을 현재 사태까지 이르게 한 자를 발본색원하고 보다 지속가능한 대책을 만들어내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당초 정부가 세웠던 대안은 무엇일까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 5일 산업부에서 낸 태스크포스 정부권고(안) 참고자료에 나와 있는 보완대책이다.

태스크포스는 광물자원공사가 비상경영계획에 따라 자체 유동성을 확보하고 필요할 경우 정부 차원의 유동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보완대책으로 광물자원공사 채무불이행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유동성 관리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태스크포스는 유동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정부가 부채에 대한 명확한 해결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고 조달청과 광물자원공사로 분산된 비축기능에 대한 조정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하는 한편 해외투자자산에 대해선 사업별 경제성을 면밀히 검토해 매각여부 등 처리방향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태스크포스에서 낸 보완대책은 대표적인 부실사업으로 손꼽히는 볼레오사업 등 부실사업을 처리하는 반면 건전한 사업을 지속할 것이란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조달청에서 운영하는 비축사업을 광물자원공사에 이관된다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고 이는 곧 재무제표를 건실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달청에서 하는 광물자원 비축사업은 단순한 비축의 개념보다 경제비축으로 수익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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