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전·신재생에 매몰…답보상태인 천연가스정책
정부 원전·신재생에 매몰…답보상태인 천연가스정책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8.01.0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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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당장 2025년 천연가스수급문제 점쳐져
에너지전환정책 동력 잃을 수 있어 우려
【에너지타임즈】영하 10℃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스공사 노동자들의 1인 시위가 벌써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간절함을 메시지에 담아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에 간절함을 실어 메시지를 보내는 것.

표면적으로 이들은 관료출신인 정승일 신임 사장을 반대하고 있으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지난 9년간 MB정권과 전임정권에서 훼손된 천연가스산업 공공성을 되돌려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신임 사장 인선과정마다 투쟁이 관례화돼 버렸다는 곱지 않은 시선과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또 다시 거리로 나선 배경은 지난 9년간 훼손된 천연가스산업 공공성을 회복시켜줄 것이라 믿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에만 매몰돼 있다는 것. 기대와 다른 정부의 어정쩡한 행보를 손꼽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에너지전환정책은 상당부문 가스발전 가동률을 높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나 정작 가스발전 발전연료인 천연가스산업에 대한 정교한 정책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침묵하는 것이 문제라고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스공사 노사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명확하지 않은 현재 천연가스정책으로 2025년이 도래되면 당장 천연가스수급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지난해 11월 30일부터 청와대(서울 종로구 소재)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도 진행형이다. 이들은 연일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가스공사노조는 표면적으로 지난해 말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정승일 신임 사장 인선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가스공사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자격요건으로 제시한 공직자윤리법 제17조(제17조1항 단서의 경우 사장 선임을 위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개최 전까지 취업승인을 받아야 함)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 요건은 퇴직공직자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승인을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을 거쳐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5배수로 추천하기 전까지만 받으면 된다는 것으로 이 요건을 제시한 기관은 현재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스공사도 이번에 처음으로 이 요건을 포함했다.

이를 두고 이들은 미래에 있을 취업승인을 담보로 지원서를 제출하고 서류심사에 합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이들은 정 신임 사장의 선임을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3의 인사가 선임됐을 때 노조의 반발이 없었을까.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관측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가스공사노조는 신임 사장 인선과정에서 매번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은 뭘까.

가스공사노조는 2008년으로 MB정권 출범 후 신임 사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저지와 출근저지 등 관례처럼 신임 사장의 선임을 습관처럼 반대해 왔다. MB정권과 전임정권이 천연가스산업의 공공성을 훼손시킬 수 있는 정책을 펴온 것을 이유로 손꼽고 있다.

가스공사노조 한 고위관계자는 “어떤 사장이 오더라도 천연가스 직수입 확대에 방점을 찍은 현재 천연가스정책이 유지되는 한 천연가스산업 공공성 훼손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신임 사장 개개인 역량 문제가 아니라 훼손된 천연가스산업의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는 정교한 천연가스정책을 만들어줄 것을 가스노동자들은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스공사노조는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의 횡보를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선진화·정상화·기능조정 등을 명목으로 천연가스산업 공공성을 훼손하는 정책을 강행하기 위한 경영통제 강화와 내부출신 사장 선임을 빌미로 보복성 경영간섭 심화,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한 업무간섭 일상화, 천연가스 직수입 확대를 위한 가스공사의 천연가스산업정책연구용역 개입 등을 감안할 때 문재인 정부에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MB정권과 전임정권의 천연가스정책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가스공사노조가 MB정권과 전임정권의 천연가스정책 중 가장 문제를 삼고 있는 부분은 천연가스 직수입 활성화.

MB정권 첫해인 2008년 1월 천연가스산업 구조개편과 민영화 추진 기본방향이 설정됐다. 그 일환으로 지식경제부(現 산업통상자원부)는 천연가스 도입·도매시장 문호를 민간기업에 열어주는 것을 골자로 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 민간기업은 자가소비용으로 직수입할 수 있고 다른 곳에는 팔 수 없도록 규제를 받고 있으나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민간기업도 천연가스를 도입한 뒤 발전회사에 팔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당시 정부는 민간기업의 진출이 허용될 경우 독점으로 인한 비효율을 제거할 수 있어 국민편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발전용부터 경쟁체제를 도입한 뒤 그 성과를 봐가며 산업용에 대한 경쟁체제 도입을 결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 전임정부시절이었던 2013년 7월, 천연가스직수입자가 자가소비계획량의 30일분에 해당하는 양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만 갖추면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이 개정안으로 자가소비용 천연가스직수입자 저장시설요건을 30일분에 해당하는 양과 10만㎘ 중 많은 양에서 30일분에 해당하는 양으로 바뀌는 등 자가용 천연가스직수입자 수·출입 등록요건은 완화됐다.

이와 함께 2016년 6월 발표된 ‘에너지·환경·교육부문 기능조정방안’에 의거 정부는 가스공사가 가스 도입·도매시장을 독점함으로써 국제시장수급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가스도입단가를 절감할 수 있는 유인이 부족하다고 판단한데 이어 2025년부터 가스 도입·도매시장을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할 수 있는 체질을 갖출 수 있도록 경쟁구도를 조성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당시 정부는 가스직수입 활성화를 위해 현재 시행령으로 규정하고 있는 직수입자간 교환, 가스공사와의 판매·교환 활성화, 가스공사 시설이용요금체계 합리화 등 가스직수입자가 가스공사의 배관과 저장시설을 보다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에 나가기로 했다.

가스공사노조는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MB정권과 전임정권에서 추진한 천연가스정책이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문재인 정부에서 고스란히 반영돼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노조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에너지전환정책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장 전임정권에서 설정한 2025년 천연가스 도입·도매시장을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천연가스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전임정권이 천연가스 직수입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한 시점은 2025년. 가스공사와 발전회사 간 체결했던 장기계약이 상당부문 종료되는 한편 가스공사가 카타르와 오만과의 장기계약물량 900만 톤이 종료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가스공사 물량이 발전회사나 민간직수입사업자에게 전환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재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에서 그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데 침묵하면서 이 물량은 주인 없는 물량이 돼 버린 셈이다. 가스공사 측은 천연가스정책이 수정되지 않은 이상 섣불리 물량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한편 발전회사나 천연가스직수입사업자도 그 동안 문재인 정부에서 이를 크게 반기지 않는 분위기여서 섣불리 나설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스공사노조 고위관계자는 “장기계약물량을 확보하는 기간은 적어도 5년, 길면 7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카타르와 오만의 계약종료시점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물량확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뒤 “설령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현물시장에서 사오면 되지만 구매비용이 상승하는 문제와 함께 공급불안정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천연가스 공공성과 관련 “천연가스직수입사업자가 직수입을 하다 중단하게 되면 장계계약물량이 아닌 현물시장에서 물량을 구입해야 하고 그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도시가스요금 인상요인으로 가중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뿐만 문재인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에너지전환정책의 핵심인 신재생에너지가 기대이하로 보급될 경우 가스발전이 이를 대체하게 되는데 가스발전 발전연료인 천연가스 확보와 관련해서도 문재인 정부에서 침묵을 지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탈핵로드맵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는 손을 댔으나 천연가스정책에는 손을 대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논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은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천연가스 직수입문제는 심각하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을 살펴볼 때 가스발전 가동률을 높일 경우 천연가스수요가 늘어나게 되는데 그에 따른 정책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천연가스산업의 공공성을 확보해야만 가능하다”면서 “천연가스 공공성 확보가 계획적으로 배치돼야 할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가스공사 고위관계자도 “에너지정책은 상위단계부터 하위단계까지 쭉 이어져야 하지만 현재 에너지정책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에만 머물러 있고, 에너지전환정책을 뒷받침하게 될 천연가스정책 등은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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