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LNG사업…가스공사 실익보다 새로운 가치 지향
제주LNG사업…가스공사 실익보다 새로운 가치 지향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7.05.0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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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인 에너지로써의 공공성 강화
자급자족 가능한 전력공급체계 확보
한국형 LNG비즈니스모델 기반 조성
안정적 공급…수요개발 여전히 숙제
【에너지타임즈】제주도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겠다는 것, 말처럼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도서지역이란 지리적 한계를 결코 넘지 못할 것이란 정설에도 불구하고 가스공사가 이 한계를 넘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5월 제주도가 산업부와 가스공사에 제주도민 숙원사업인 제주도 천연가스 공급사업을 건의했다. 이후 이 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국회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사업자인 가스공사는 이 사업을 추진키로 최종 결정했다. 그 결과는 2010년 12월 제10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에 반영되면서 표면화됐다.

그리고 7년이 흐른 지난달 26일 가스공사는 크고 작은 우여곡절을 뒤로하고 첫 삽을 떴다. 그러면서 제주도민 숙원사업도 현실에 한걸음 다가섰다.

가스공사가 실익만 따졌다면 이 사업은 결코 추진되지 못했을 것이다. 경제성 측면에서 말이 되지 않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30년 기준 투자비용은 9560억 원인 반면 회수비용은 4091억 원에 머물러 무려 5469억 원에 달하는 손실이 예상되는 사업이 바로 제주도 천연가스 공급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스공사가 이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이유는 직접적으로 제주도민의 윤택한 삶을 보장하는 것이지만 간접적으로 천연가스가 국민연료란 수식어를 갖기에 부족했던 2%를 채우는 효과와 함께 제주도내 청정연료인 천연가스를 발전연료로 하는 가스발전 가동여건 조성, 제주도내 자급자족 가능한 안정적인 전력공급체계 확보, 한국형 LNG 비즈니스모델 수출여건조성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렇지만 쉽지 않은 도전에 가스공사는 이미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2047년 기준 제주도내 천연가스 수요는 연간 50만9000톤에 이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도시가스용 천연가스 수요는 제주도내 2만5674세대와 256곳 사업장에서 각각 사용하게 될 16만1000톤,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는 한국중부발전(주) 제주복합발전(발전설비용량 200MW)과 한국남부발전(주) 한림복합발전(100MW)에서 각각 사용하게 될 34만8000톤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스공사는 제주도내 천연가스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주도 천연가스 공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LNG를 공급받아 기화시키는 터미널인 애월LNG기지 건설과 기화된 천연가스를 제주도내 전역으로 공급하는 천연가스 주배관망 구축사업으로 나눠 추진된다.

먼저 애월LNG기지 건설프로젝트는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애월항 내 7만4786㎡ 부지에 LNG생산기지를 건설하는 것으로, 가스공사는 상업운전 시점을 2019년 8월로 잡고 있다.

이 기지는 모두 9만㎘(4만5000㎘급 ×2기)에 LNG를 저장할 수 있는 저장탱크와 시간당 120톤을 처리할 수 있는 기화송출설비, 3300톤급 LNG선 2척과 예인선 2척을 접안할 수 있는 접안설비 등으로 조성된다.

권우식 가스공사 생산건설공무팀장은 기화송출설비 관련 “청정제주임을 감안해 해양오염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당 15톤을 처리할 수 있는 공랭식 기화송출설비 8기를 평상시 운영하는 한편 제주지역 내 습도편차로 인한 성정저하에 대비해 시간당 30톤을 처리할 수 있는 연소식 기화송출설비 2기를 예비설비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제주도의 변덕스러운 날씨 탓이다.

그는 “변덕스러운 제주 날씨를 감안하면 현재 계획된 건설기간은 타이트하다”면서 “설계변경 등 건설기간을 지체할 수 있는 요인이 발생할 경우 준공지연이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조금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고 현장분위기를 전했다.

당초 이 기지는 선박을 이용해 제주 앞바다에 띄우는 것으로 추진됐으나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가 발생하면서 육상으로 올라올 수 있게 됐다. 변덕스러운 제주 날씨 탓에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이로써 해결된 셈이다.

특히 가스공사는 큰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공성 강화란 측면에서 이 사업을 추진했음이 그 동안의 과정에서 묻어 있다.

도시가스 공급은 발전용 수요에 맞춰 공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보니 가스발전소 건설에 대한 주민수용성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스발전소가 건설되면 주 배관을 따라 도시가스 공급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제주도 천연가스 공급사업은 이와 반대다.

가스공사가 보편적인 에너지로써의 천연가스를 공급하겠다는 공공성 강화란 측면에서 접근한 사업임을 보여주는 이유다. 한전이 도서벽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풀이된다.

이뿐만 아니라 제주도내 청정발전연료를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제주도내 운영되는 발전설비는 신재생에너지를 제외하고 모두 벙커C유를 발전연료로 하는 중유발전소다.

중부발전은 2018년 6월 준공을 목표로 제주발전본부(제주 제주시 소재) 내 3만5871㎡ 부지에 200MW 규모의 제주복합발전 건설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남부발전은 한림복합발전(제주 제주시 소재) 발전연료를 등유에서 천연가스로 교체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한림복합화력 연료전환에 대한 계획은 갖고 있지만 현재 추진하고 있지 않으나 짧은 시간에 연료전환이 가능한 탓에 천연가스만 공급된다면 발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전력수급에 대한 자급자족으로 2006년 4월 제주 전역에 2시간 30분 동안 정전되는 대규모정전(일명 블랙아웃)사태와 같은 사고를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이 사태는 육지와 제주를 잇는 초고압직류송전(High Voltage Direct Current) 해저케이블이 손상되면서 제주도로의 전력공급이 중단됐고, 제주도내 발전설비가 기동에 실패하면서 일파만파 확산된 바 있다.

애월LNG기지에 공급되는 LNG는 어디서 오는 걸까. 이 기지는 가장 가까운 기지인 통영LNG기지로부터 LNG를 공급받는다.

가스공사는 3000톤급 LNG선 2척을 이용해 LNG를 애월LNG기지에 공급할 계획이며, 이 선박은 2019년 5월 인도를 목적으로 현재 건조 중이다.


애월LNG기지 건설과 함께 또 다른 한 축으로 천연가스 주배관망 구축사업이 추진된다.

가스공사는 애월LNG기지에서 기화된 천연가스를 제주 전역에 공급할 수 있는 20인치 천연가스 주배관망 80.09km를 2019년 8월까지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1공구와 2공구로 나눠 추진되는데 1공구는 애월LNG기지에서 제주복합발전으로 이어지는 35.63km, 2공구는 한림복합발전을 지나 서귀포로 이어지는 44.46km다.

현재 가스공사가 4600km에 달하는 천연가스 배관망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제주 전역에 80.09km를 구축해 운영하는 것은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현지 사장을 감안하면 딱히 그렇지 않다.

황동안 가스공사 공급건설공무팀 팀장은 “민원도 민원이지만 현지 제도나 환경이 열악한 탓에 쉽지 않은 사업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당장 천연가스 주배관망 노선도를 살펴보면 제주는 해안을 중심으로 발달돼 있기 때문에 해안도로가 발달돼 있다. 따라서 해안도로를 따라 주배관망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열악한 교통 환경과 함께 관광도시인 점이 발목을 잡아 노선은 내륙으로 한참 들어와 설계됐다. 그런 이유는 이 공사는 정글을 헤집고 공사를 하는 것처럼 난공사가 예상되고 있다.

제주도만의 제도도 이 공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스공급시설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거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고 있어 시·군 관리계획을 필요로 하지 않으나 제주도는 도시계획조례에 의거 가스공급시설을 도시계획시설로 인·허가를 취득하도록 돼 있다.

황 팀장은 “이 공사는 민원이나 장애물 등으로 부지와 배관노선변경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럴 때마다 제주도 조례에 따른 인·허가를 취득해야 하는데 인·허가 취득에만 대략 10개원 정도 소요되는 탓에 2019년 8월 준공을 난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가스공사는 제주도에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요청한 상태이며, 현재 이 개정(안) 발의를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제주도내 배관 매설심도도 걸림돌 중 하나로 손꼽힌다.

황 팀장은 “제주도내 지반은 대부분 현무암으로 소프트(연약)하다”면서 “도시가스사업법상 연안지역은 매설심도를 4m 유지하도록 돼 있다”고 언급하면서 “매설심도 4m 유지할 경우 자연경관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심한 민원에 부딪힐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굴착도면을 검토한 뒤 과다한 굴착으로 자연하천의 심각한 훼손이 우려되므로 자연경관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시공방법을 강구해 달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현재 가스공사는 한국가스안전공사와 연암지반일 경우 보호조치와 배관 안전성 확보를 위한 추가 보강조치를 강구할 것을 전제로 매설심도를 1.2미터로 완화토록 하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보강조치로 상단 40cm 부근에 철근을 상하 40cm 간격으로 2단으로 설치하고 다시 메우는 과정에서 흙·모래 대신 콘크리트로 채워 견고한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제주도 천연가스 공급사업이 매듭지어지는 2019년 8월이면 제주도민들은 난방요금을 절반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사업이 매듭지어진다고 해서 가스공사 근심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경제성 문제를 떠나 안정적인 천연가스 공급이란 부담은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주도 천연가스 주배관망은 불완전한 상태다. 육지와 달리 사고나 고장 등으로 가스공급이 중단될 경우 고장시점부터 이후 구간에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환상망이 아닌 탓에 우회적으로 공급이 불가능한 큰 허점을 갖고 있다.

황 팀장은 “백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적은 물량이지만 스트레스가 많은 곳”이라면서 “가장 안 좋은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완벽한 환상망을 구축하기 위해선 “제주 서귀포시 지역에 기지를 하나 더 짓고 천연가스 주배관망을 기존의 것과 연결해 환상망을 만든다면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문제는 천연가스 수요”라면서 “연료전지 보급이 활성화되고 새로운 공항이 건설되는 등 제주도내 천연가스 수요가 늘어나 후속사업이 진행된다면 제주도내 천연가스 주배관망이 이상적인 환상망으로 구축돼 제주도민에게 안정적인 천연가스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점쳤다.

특히 가스공사는 제주도 천연가스 공급사업과 현재 멕시코 남부지역 천연가스 공급사업을 성공적으로 매듭지을 경우 한국형 LNG 비즈니스모델이 해외시장으로 가는 발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완기 가스공사 부사장은 “제주 천연가스 공급사업은 멕시코 남부지역 천연가스 공급사업과 함께 한국형 LNG 비즈니스모델로써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뒤 가스공사가 세계 천연가스 공급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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