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LP가스 초기시장…포화 이른 업계 돌파구 될까
北 LP가스 초기시장…포화 이른 업계 돌파구 될까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7.01.0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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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용 중심으로 LP가스 수요 급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점쳐져
남북경색 등 해소…北 경제 활성화로 산업용 수요도 폭발 전망돼
中 고가수입 감안할 때 피해구제지원 등 제한적으로 접근 필요해

【에너지타임즈】올해 초 인기리에 방영됐던 ‘응답하라! 1988’.

이 드라마는 1980년대 우리의 생활상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많은 이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 드라마에서 에너지 관련 향수를 굳이 찾자면 골목에 쌓여 있던 연탄재와 함께 골목길에 울려 퍼졌던 ‘가스요’란 목소리가 아닐까싶다.

당시를 살았던 우리는 이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다. 가가호호(家家戶戶)마다 LP용기가 숨바꼭질을 하듯 숨어 있고, LP용기가 바닥나면 도시락 없이 빈손으로 등교해야만 했던 기억도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 모습은 우리의 과거가 됐다. 이미 LP용기가 위치해야 할 자리에 도시가스 배관이 깔려 LP용기를 교체하는 번거로움은 추억이 된 셈이다. 물론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도서산간지역에 아직도 LP용기를 사용하는 곳이 있긴 하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당시 취사용으로 호황을 누렸던 LP가스 산업은 자동차용으로 대거 전환되면서 그나마 수요가 유지됐으나 현재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LP가스업계는 새로운 수요처를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고, 그 돌파구는 북쪽에 있다.

현재 북한 내 LP가스 초기시장이 만들어진 시점이다.

취사용으로 석탄과 장작을 이용하는 북한 주민들이 LP가스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인데 이들은 LP가스를 ‘꿈의 연료’로 표현한다고 한다. 석탄과 장작에 견줘볼 때 LP가스의 편리함과 청결함 등은 북한 지역주민에게 그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삶의 편리함을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내 LP가스는 봉화화학공장 자체생산과 북한 당국의 공식수입과 밀수 등 비공식수입 등으로 공급되고 있어 정확한 수요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분명한 것은 북한 내 LP가스 수요가 늘어 LP가스 공급도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탈북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 동안 취사용으로만 사용하는 LP가스가 부유층을 중심으로 취사용과 난방용으로 함께 사용하는 사례까지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남북관계 경직 등으로 인해 당장은 아니지만 북한 내 경제 활성화가 본격화될 경우 산업용 LP가스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면서 포화상태에 이른 LP가스업계가 북한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피해구제지원차원에서의 접근 등 제한적인 진출 도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본지는 에너지경제연구원 주최·주관으로 지난달 열린 ‘북한 에너지부문 주변국 협력여건 변화와 전망’이란 주제의 국제세미나에서 발표된 ‘남북경제협력과 통일시대의 LPG역할’이란 주제발표를 재조명해 봤다.



北 LP가스 공급루트
자체생산·공식수입·비공식수입

북한 내 LP가스 공급은 정유공장인 봉화화학공장에서의 자체 생산을 비롯해 북한 당국의 공식수입과 밀수 등 비공식수입 등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존 봉화·승리화학공장 등 2곳에서 생산되던 LP가스가 현재는 봉화화학공장에서만 생산돼 북한 전역에 공급되고 있다.

대한LPG협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정제원유 2.2~3.7% 수준에서 LP가스가 생산되며, 이를 감안 북한 내 LP가스 생산량은 2014년 기준 1만7702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1만7000톤 내외 규모의 LP가스 생산량을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LP가스는 철도로 운송되거나 LP용기에 충전된 후 북한 내 기관이나 가정에 공급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절반이상의 LP가스가 시장으로 유출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내 LP가스의 또 다른 공급루트는 북한 당국의 공식수입. 북한 당국은 2014년 기준 1451톤의 LP가스를 공식수입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식수입 된 LP가스는 기관이나 기업소에 공급되는데 이 과정에서 자체 생산한 LP가스처럼 상당물량이 시장으로 유출된다고 탈북주민들은 증언하고 있다.

마지막 LP가스 공급루트는 변경무역이나 국경지역에서 이뤄지는 밀수 등으로 요약되는 비공식수입이다.
변경무역은 북한 당국의 계획과 상관없이 국경지역에서 상업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북한·중국·러시아 접경지역인 훈춘(중국)-나선(북한)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훈춘을 통해 북한 나진으로 수입된 LP가스 물량은 하루 10톤 정도이며, 나선특구와 함께 인근지역인 청진시나 함북지역에 각각 공급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밀수는 의주·만포·증강·혜산·무산·도문 등 국경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타이어를 여러 개 묶어 보트를 만든 뒤 그 위에 LP용기를 싣고 강을 건너거나 중국 훈춘지역에서 45.5kg LP용기에 충전한 뒤 트럭으로 운송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렇게 북한으로 밀수 된 LP가스는 국경지역에서 소비되거나 내륙지역으로 운송돼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 내 LP가스는 평양·신의주·나진·만포·혜산공급권역 등 5개 권역으로 구분돼 공급되고 있다.

평양공급권역은 자체 생산하거나 공식수입 한 LP가스 물량으로 유통된다. 반면 나머지 공급권역은 평양공급권역에서 불법으로 유출된 물량과 함께 비공식수입인 변경무역이나 밀수로 유입된 물량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北 지역별 사용비중·가격 천차만별

북한 내 유통되는 LP가스는 일명 ‘가스집’을 통해 북한 주민에게 공급되고 있다.

탈북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가스집은 자체 생산하거나 북한 당국의 공식수입으로 공급되는 LP가스와 함께 변경무역이나 밀수 등 비공식수입으로 공급된 LP가스를 취급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가스집은 북한 내 도심지역에 산재해 있으며, 5·10·15·20kg 등으로 LP가스를 충전한 LP용기로 유통시키고 있다. 평양과 청진에는 15kg LP용기로 공급되고 있다.

LP가스 공급여건이 지역별로 다르기 때문에 LP가스 사용가구비중은 지역별로 크게 다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청진의 LP가스 사용가구는 50%이상인 반면 혜산은 40~50%, 평양은 20%(2011년 기준), 함흥은 10%(2014년 기준)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LP가스 가격도 지역별로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여름철 취사만으로 사용하는 연료는 북한의 보편적인 연료인 석탄·장작보다 LP가스가 더 저렴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석탄·장작은 취사용을 비롯한 난방용과 함께 사용하는 연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심지역 중산층 대부분은 여름철에 LP가스로 취사를 하나 겨울철에 석탄으로 취사와 난방을 동시에 하고 있다.

북한 내 LP가스 가격도 지역별로 크게 다르다. 평양지역 LP가스 가격은 국정가격으로 매우 저렴한 반면 함흥지역은 kg당 2250원(한화 기준), 혜산은 1550원, 청진은 1860원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평양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LP가스 가격은 2015년 기준 kg당 1801.3원인 남한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북한 내 LPG사용가구 비중이 25%임을 감안할 때 90만 가구가 LP가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이 매월 5.6kg을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북한 내 연간 LP가스 사용량은 2만5000~3만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北 민수용 LP가스 수요 확대 점쳐져

북한 내 LP가스 수요는 당분간 민수용을 중심으로 크게 확장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북한 LP가스 시장은 자생적으로 확산되는 초기단계”라고 진단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 단계에서 법과 제도적 여건을 비롯한 LP가스 공급체계가 구축될 경우 LP가스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북한 지역주민 소득증가를 핵심요소로 손꼽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민수용 LP가스 시장은 외부로부터 수입증대를 피할 수 없다”고 점치면서 “북한 내 LP가스 생산증대는 정유설비제약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김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LP가스 수급방식은 국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견하기도 했다.

북한 내 LP가스 수요증가는 유통인프라 개선의 유인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LP가스 수요확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북한 내 LP가스 유통인프라는 백마기지에서 평양·안주 등으로 LP가스를 수송하는 60톤급 기차화통과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LP가스를 운송하는 분리형 탱크로리, 나선특구 충전소 2곳 정도다. 나머지 LP가스 유통인프라는 트럭으로 충전된 LP용기 수송.

특히 ▲철도·도로 등 운송여건 개선 ▲탱크로리 보급 ▲저장탱크 확충 ▲LP용기 충전소 확충 ▲LP용기 보급 확대 등은 북한 내 LP가스 수요증가와 함께 진행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이 변화는 결국 LP가스 수요확장을 더욱 촉발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 지역주민들의 취사형태변화도 LP가스 수요확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며, 북한 내 취사용 에너지는 여전히 석탄·장작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LP가스 수요가 만들어지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주민들의 취사용 에너지는 취사용 에너지로 차별적인 우수성을 갖고 있는 LP가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용 LP가스 수요확장 글쎄(?)

북한 내 산업용 LP가스 수요확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LP가스 신규 수요는 ▲개성공단 확장 ▲나선특구 개발 ▲신규 남북협력공단 개발 ▲북한 신규 특구개발 등과 연계돼야만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업지구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에 따르면 개성공단은 전체 7000만 평에 3단계로 진행되며, 현재 1단계만 완료된 상태다.

지난 2월 정부는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잇따른 도발에 대한 대북압박카드로 개성공단 폐쇄를 꺼내들었다.

당시 정부는 그 동안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현금이 6160억 원에 달한다고 언급한 뒤 북한이 이 현금을 평화의 길이 아니라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고도화하는데 사용했다고 진단한 뒤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남북관계 개선으로 개성공단이 재개되고 새롭게 2단계와 3단계가 이행된다면 북한 산업용 LP가스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점쳤다.

나선특구는 북한에서 외국과의 협력으로 시도한 특구개발계획 중 가장 구체화된 것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개발됐으나 현재 정체된 상태다. 북-중 관계 악화와 국제사회 대북제재 등으로 더 어려운 상황이다.

신규 남북협력 공단개발도 북한에 새로운 산업용 LP가스 수요를 촉발할 유력한 변화요인으로 기대되고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은 해주공단과 안변·남포조선협력단지 개발에 합의한다. 이후 합의내용이 아직 이행되지 못하고 있으나 남북경협이 다시 활성화되면 우선적인 남북 협의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북한 당국은 5개 경제특구와 19개 경제개발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5개 경제특구는 ▲개성 ▲금강산 ▲나선 ▲신의주 ▲황금평·위화도 등 국경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한 개발을 지향하고 있다.

19개 경제개발구는 경제특구보다 개발규모가 작은 것으로 북한 당국은 계획을 발표한 뒤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남북협력공단 개발은 앞으로 북한 산업용 LP가스 수요가 어떤 구도로 생성되고 확장돼 갈 것인가를 예측하는데 유용할 것”이라면서 “현재 남북협력은 물론 다른 외국과의 산업개발협력 추진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산업용 LP가스 수요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당장 진출전략…제한적 접근 필요

당장 북한 LP가스 시장진출 전략은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고 추후 시장개방 등에 맞춰 합영·합작 등의 방식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LP가스 공급으로 자체 생산과 북한 당국의 공식수입, 변경무역이나 국경도시지역에서 이뤄지는 밀수 등의 비공식수입 등으로 크게 구분한 뒤 당분간 현재와 같을 것으로 점쳤다.

이어 그는 “현재 기관 수출과 시장 수출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고 북한의 LPG시장 개척을 위한 제한적인 진출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교역협상력 부족으로 인한 고가수입피해구제지원 차원의 대북 LP가스 수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당국이 중국으로부터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LP가스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 선임연구위원은 “수출마진보다 북한의 피해구제를 지원하는 차원의 대북수출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뿐만 아니라 김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은 초기단계와 관련 “일반무역 형태의 수출은 현재 어려우나 남북관계 개선추이에 맞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북한 민생용 에너지공급과 고가수입 피해구제지원 등 개념으로 제한적인 진출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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