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사태 축소판?…지역난방기술 직원 ‘전전긍긍’
론-스타사태 축소판?…지역난방기술 직원 ‘전전긍긍’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06.30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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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가능금액 232억 반해 사모펀드 지분 50% 135억에 매입
엔지니어 기술 필요했다면 기업에서 직접 인수했어야 바람직

【에너지타임즈】정부정책으로 지역난방기술 매각이 결정된 가운데 외환위기 당시 론스타사태의 축소판이 되지 않을까 지역난방기술 노조와 직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기 때문에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지역난방기술 노사에 따르면 지역난방기술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사표를 위원장에게 위임하고 지난 24일 노동쟁의 찬반투표를 98%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게다가 조만간 대주주인 한국지역난방공사 앞에서 시위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조가 이처럼 강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이 격분하는 이유는 바이아웃 사모펀드. 외환위기 당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해 지나친 배당행위를 비롯해 이를 다시 하나은행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

지역난방기술은 1991년 지역난방공사와 핀란드 포리(POYRY)에서 2억 원씩 투자해 모두 4억 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됐으며, 2015년까지 무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은 44억 원으로 1100%로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전문회사는 핀란드 포리에서 보유한 지역난방기술 지분 50%를 135억 원에 매입했다.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의 펀드출자자(Limited Partner)로 새마을금고에서 70.4%인 95억 원, 기업은행캐피탈에서 28.9%인 39억 원을 투자했고, 펀드운용자(General Partner)로 이승원 사장 지분이 0.7%인 1억 원이라고 지역난방기술노조 측은 주장했다.

2015년 기준 지역난방기술 재무제표에 따르면 법정적립금 22억500만 원, 임의적립금 169억5863만 원, 미처분이익잉여금 40억5991만 원 등 당장 잠재적으로 배당을 할 수 있는 금액은 모두 232억2354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사장은 1억 원을 투자하고도 현금화한 뒤 배당할 수 있는 232억2354만 원 중 절반의 챙겨갈 수 있게 된다.

노조와 직원들은 론스타처럼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가 충분한 배당을 한 뒤 지역난방기술을 상장시킨 뒤 매각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동민 지역난방기술노조 위원장은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에서 지역난방기술 지분 50%를 매입한 직후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 사장인 이승원 사장과 면담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박 위원장은 지역난방기술 지분을 매입한 배경에 대해 물었고, 이 사장은 한국발전기술을 인수한 뒤 발전설비 운영·정비 등의 수행과정에서 노후설비 등에 대한 발전플랜트엔지니어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한국발전기술이란 회사가 등장한다.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가 지역난방기술 지분을 매입하던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사는 한국남동발전(주)의 자회사였으나 2014년 5월 태광실업에 인수됐으며, 사장은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 사장과 동일인이다.

당시 한국발전기술에 파견으로 나와 있던 남동발전 엔지니어들이 대거 복귀하면서 엔지니어 공백이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발전기술은 엔지니어 공백을 매울 목적으로 지역난방기술의 지분을 인수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한국발전기술이 필요로 하는 엔지니어는 제한적이라는 것. 이 같은 측면에서 보면 발전플랜트 전체를 설계할 수 있는 지역난방기술을 굳이 인수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물론 태광실업이 이미 베트남 발전시장에 진출해 있는데다 최근 베트남 남딘(Namdinh)지역에 240만kW 규모의 석탄발전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을 감안할 때 발전플랜트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위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노조와 직원들은 한국발전기술처럼 필요로 하는 기업이 직접 인수했다면 이해되지만 사모펀드로 기업을 인수했다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난방기술노조 측은 정부정책에 의해 매각이 결정됐기 때문에 이미 지분을 보유한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큰 이변이 없는 한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에서 매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 측에 앞으로의 발전방안에 대한 경영설명회를 요청했으나 불응했기 때문에 바이-아웃 투기자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박 위원장은 “지역난방기술의 우선매수권이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에게 있는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지분을 매각을 강행한다는 것은 25년간 부모를 부양한 자식을 동네 불량배에게 분가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이 같은 비정상적인 정부의 결정을 따를 수 없어 총 사표와 총파업으로 공공성과 생존권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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