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석탄공사 해법…말뫼의 터닝에서 찾자
[데스크칼럼]석탄공사 해법…말뫼의 터닝에서 찾자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06.1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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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 김진철 취재팀장-
【에너지타임즈】최근 ‘말뫼의 눈물(Tears of Malmoe)’이 박 대통령의 언급으로 세간의 화재가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02년 스웨덴 말뫼에 연고를 둔 세계적인 조선업체인 코쿰스(Kockums)가 문을 닫으면서 내놓은 ‘코쿰스크레인(일명 골리앗크레인)’을 해체비용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단돈 1달러에 매입했다. 당시 이 크레인이 해체된 뒤 운반선에 실려 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말뫼 지역주민들이 아쉬워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스웨덴 국영방송은 이 장면을 장송곡과 함께 내보내면서 말뫼의 눈물이란 표현을 썼다.

이와 함께 경제학자들은 ‘말뫼의 터닝(Turning of Malmoe)’에 보다 더 큰 관심을 가졌다. 스웨덴 정부는 말뫼지역의 조선소 터를 매입해 100% 자체 생산이 가능한 청정에너지로 운영되는 친환경타운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골리앗크레인인 코쿰스크레인이 있던 자리에 54층의 친환경건물인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가 들어섰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정보통신(IT)·바이오 등의 첨단산업으로 거듭나는데 이것을 두고 말뫼의 터닝이라고 부른다.

스웨덴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은 말뫼의 눈물을 말뫼의 터닝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은 셈이다. 실제로 조선기술과 발전기술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말뫼지역에 축적된 조선기술과 인력이 발전기술에 활용되면서 신재생에너지산업이 성장될 수 있는 발판이 된 셈이다.

스웨덴 정부는 조선업 중심의 말뫼에 청정에너지산업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새로운 기능을 부여했고, 다양한 첨단산업을 접목시켰다. 또 말뫼지역의 기술과 인력을 정확하게 분석한 뒤 한 단계 진화시킴으로 첨단산업으로 탈바꿈시킨 스웨덴 정부의 혜안은 돋보인다.

스웨덴 정부와 우리 정부.

최근 정부는 공공기관이 핵심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불필요한 기능이나 핵심에서 벗어난 업무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에너지부문 기능조정방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기능조정은 그 동안 뭘 했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예산이 투입된 만큼 성과가 없으면 기능을 해제하고 성과가 있으면 유지했다.

연탄수요 최고점을 찍은 1988년 이후 우리 정부는 이듬해 석탄합리화정책을 추진하면서 석탄산업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그 결과 1998년 석탄공사에서 보유한 탄광과 근로자는 9개 탄광 1만3060명에서 2015년 3개 탄광 1368명으로 점진적으로 줄었다.

석탄공사 폐업 등 많은 논란이 일어나면서 노조와 탄광이 위치한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컸다. 그러나 정부는 석탄공사의 생산량과 정원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기능조정방안을 이번에 또 다시 내놨다. 크게 달라진 것도 없고 변한 것도 없다. 스웨덴 정부처럼 말뫼지역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 것처럼 우리 정부가 석탄공사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고민의 흔적마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스웨덴 정부 사례에 비춰보면 우리 정부에서 내놓은 기능조정방안은 말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다.

1988년부터 자연도태란 길을 걷고 석탄공사는 아직도 변함없이 그 길을 걷고 있다. 그렇다보니 지난 66년 동안 쌓아왔던 석탄공사의 엔지니어링기술과 인력도 시한부인생을 살고 있다.

다양한 엔지니어링기술이 탄광기술에 포함돼 있다. 이 기술은 단순한 갱내에서의 석탄채굴이 아니라 탄광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혜안, 이를 적절하게 반영한 종합설계, 그리고 탄광관리기술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같은 우수한 엔지니어링기술에도 불구하고 사장되는 이유는 산업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연탄을 말할 것도 없고 석탄도 신(新)기후체제 전환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미래에너지시장에 대해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는 탓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

최근 서부발전은 석탄가스화복합발전으로 첫 전력생산에 성공한 바 있다. 이 설비는 석탄을 발전연료로 가스발전을 가동하는 것인데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신재생에너지로 규정돼 있다. 특히 이 기술이 응용되면 석탄을 발전연료로 연료전지를 가동하는 기술개발도 본격화됐다. 석탄을 발전연료로 사용하는 석탄발전 지위가 지금보다 위축될 것으로 점쳐지지만 당분간은 에너지안보측면에서 적절한 에너지믹스가 될 것이란 관측되고 있다. 결국 안정적인 전력공급 차원에서 석탄을 발전연료로 하는 청정발전기술이 개발되고, 석탄발전도 당분간 유지됨에 따라 발전연료인 석탄수요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발전5사에서 매년 사용하는 석탄은 지난해 기준 7900만 톤을 이용하는데 자주개발 물량이 4% 남짓이다. 나머지를 장기계약과 현물시장에서 구매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발전5사는 국제시황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그러면서 발전5사는 25%까지 자주개발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춰야만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발전5사는 석탄가격이 최고점을 찍었던 2008년 발전사간 발전연료를 교환하면서 감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한전에서 발전연료 관련 해외자원개발을 하고 있음에 따라 발전5사의 탄광개발을 사실상 제약해왔다. 이보다 더 큰 이유로 발전5사는 재원을 투자할 여력은 있으나 관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선 듯 나서지 못하고 있다.

MB정부 당시 추진됐던 해외자원개발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다. 충분한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외자원개발을 급하게 추진하다보니 성공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위축된 것.

이번 기능조정을 통해 발전5사와 석탄공사가 협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조금이나마 열렸다.

이번 기능조정에서 한전에서 갖고 있던 발전연료 해외자원개발 기능이 발전5사로 이관되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다. 이로써 발전5사는 공식적으로 발전연료인 석탄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결론적으로 발전5사는 발전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탄광개발을 할 수 있게 됐고, 석탄공사는 탄광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해외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다 보니 여러 변수가 있어 그에 따른 기술과 인력개발이 동반돼야겠지만 기술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정부 3.0, 협업, 동반성장 등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스웨덴 정부가 말뫼의 눈물이 말뫼의 터닝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말뫼주민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준 것처럼 우리 정부도 석탄공사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고 석탄공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인력이 잠자지 않도록 일거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발상의 전환, 그 동안 매몰돼 있던 석탄공사의 설립목적을 바꿔보면 어떨까. ‘연탄의 안정적인 수급’에서 ‘석탄의 안정적인 수급’으로 바꾸면 석탄공사의 미래가 보이지 않을까싶다.

30년 간 풀지 못한 석탄공사의 해법, 말뫼가 눈물에서 터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성공사례에 비춰 찾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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