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늦었지만 자원개발 고유가에 대비해야
[사설]늦었지만 자원개발 고유가에 대비해야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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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1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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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철이 담금질과 풀무질 등으로 강해지는 것처럼 해외자원개발도 저유가와 고유가를 오가는 인고(忍苦)의 시간 끝에 완성된다. 유가 변화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빨리’란 우리의 관습은 현재 해외자원개발정책에도 고스란히 묻어있다.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은 저유가기조에 맞물려 속도를 내는 일본·중국 등과 달리 MB정권 해외자원외교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책의 우선순위도 바뀌었다. 그러다보니 예산도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세를 유지하면서 크게 위축돼 있다.

당장 저유가기조가 저변에 깔려있어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문제는 저유가기조가 마감되고 고유가기조가 도래됐을 때다. 상황이 완전히 반전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해외자원개발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우리는 고유가기조로 전환되면서 산업과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바 있다.

우리와 비슷한 환경조건을 갖고 있는 일본은 매년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우리보다 무려 14배나 높다. 또 자국에 차고 넘치는 자원을 보유한 중국도 경제 위축에 따른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점쳐지지만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투자를 늦추지 않고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보다 무려 10배나 넘는 자금을 쏟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한 ‘한-중-일 해외자원개발 비교’ 보고서는 이 같은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 투자는 67억9300만 달러. 이 기간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4배나 많은 934억8400만 달러, 중국도 우리보다 10배나 많은 712억 달러를 투자했다.

중국의 경우 국가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절대적인 비교는 의미가 없겠지만 상당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경제위축 등을 고려할 때 이 수치는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는 자주개발율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일본 석유·가스 자주개발율은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4년 24.7%에 달했다. 반면 우리는 2011년 자주개발율 14.4%에서 현재까지 정체돼 있다. 발전연료인 유연탄을 비롯한 동과 철광 등 전략광물 자주개발율도 2014년 기준 우리는 32.1%인 반면 일본은 60%를 웃돌았다.

특히 일본과 중국은 국제유가 급락으로 우량한 매물을 사들이는데 필요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반면 우리는 MB정권 해외자원외교 등의 논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산업이 크게 위축돼 있다.

올해 해외자원개발 관련 예산을 살펴보면 이 같은 현실은 여실히 드러난다. 올해 우리의 해외자원개발 관련 예산은 줄고 줄어 958억 원으로 전년대비 73%나 줄었다. 반면 일본은 예산을 13%나 늘렸다.

이를 정리하면 일본과 중국은 고유가기조 전환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이에 대한 대비를 전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좀 과격한 표현을 쓴다면 우리의 해외자원개발정책은 고가에 매입하고 저가에 매도하는 웃기지도 않는 정책을 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은 고유가나 저유가 등에 얽매이지 않고 지속성을 가진 정책을 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해외자원개발정책이 대통령 임기 5년 만에 당장의 과실을 따 먹을 수 있다는 정권의 잘못된 판단은 우리의 미래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지금이 딱 그 상황이다. MB정권 당시 당장 자주개발율을 높이겠다는 욕심은 현재 해외자원개발정책을 망신창이로 만들어놨다.

더 늦기 전에 고유가기조에 대비한 해외자원개발정책에 대한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돼야 할 프로제트가 바로 해외자원개발이다. 긴 호흡이 필요한 사업이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완성되기까지 저유가와 고유가를 몇 번이나 거쳐야 한다. 그게 정답이다. 그때마다 웃고 우는 인고(忍苦) 끝에 프로젝트가 완성될 수 있다. 정권 등 외압에 대한 논란에 휩싸인다면 될 일도 안 된다.

업계가 MB정권에서 추진한 해외자원외교에 대해 과할 정도로 속도를 내기도 했지만 설익은 과실을 떠먹으려는 욕심이 불러온 참사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모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해외자원개발정책을 총괄하게 될 새로운 주무 장관이 취임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해외자원개발 관련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 동안 추진된 해외자원개발 중 옥석을 가려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기회에 만신창이가 된 업계가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고유가에 대한 대비책을 차질 없이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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