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호적 인맥형성의 원리
<칼럼> 우호적 인맥형성의 원리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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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2.1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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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고려대 경영대학원 및 노동대학원 외래교수

‘성공은 알고 있는 지식이 아니라 알고 있는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는 말이 있다. 인맥관리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 주는 말이다. ‘인맥관리’하면 흔히 계산적인 처신을 연상시키게 하지만 진정한 인맥형성의 원리는 그 반대이다.

인간관계에 ‘자주 만나면 정이 든다’는 의미로 ‘에펠탑 효과’ 라는 것이 있다. 프랑스에서 에펠탑 건립을 추진할 때 시민들은 “파리 예술에 대한 모독”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타워 완공 후에 시민들이 에펠탑을 쳐다보며 가까이 생활하는 동안에 점차 태도가 변하여, 나중에는 “파리 서정의 극치”라고 우호적이 된 현상에서 유래한 말이다.

다른 사람과 자주 접촉할수록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가설을 학문적으로 검증한 것이 <접촉이론>(Contact Theory)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대방과의 우호적 관계는 첫 번째 자주 접촉하는 것이 필요조건이며, 두 번째 접촉하는 시점에 처신을 잘 하는 것이 충분조건이다. 인맥형성 원리에 지침을 주는 이 이론의 연구과정을 좀 더 살펴보자.

흑백 인종간의 갈등이 심각했던 1930~1950년대의 미국에서 인종간의 적대감을 줄이는 방안을 찾는 연구들이 있었다. 연구방법으로 흑인, 백인 학생 2명을 하나의 학습팀으로 구성하거나, 흑인 교수와 백인 학생간의 관계 관찰 등이 이루어졌다. 흑인과 백인 간의 접촉기회가 많아지면 갈등이 줄어 들지 모른다는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결과는 가설이 맞는 경우도 있고 틀리는 경우도 나타났다.

연구결과가 일치하지 않자 그 원인을 밝히려는 후속 연구들이 계속되었으며, 최종 결론은‘우호적 관계를 형성하는 요인은 접촉의 빈도 자체가 아니라 접촉의 내용이다’는 점이다. 흑인 교수와 백인 학생간의 접촉에서 흑인 교수가 존경 받을 만한 행동을 하면 접촉이 많을수록 우호적 관계가 강화되지만, 반대로 흑인 교수의 행동이 존경스럽지 못하면 접촉이 많아질수록 관계가 악화되었다.

또한 흑인, 백인 학생 2인 연구팀의 경우에도 모범적이지 않은 멤버가 있는 경우에는 접촉이 많아질수록 상대 인종에 대한 거부감이 증대하였다.

 접촉이론으로부터 우리는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성공은 알고 있는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는 말은 ‘성공은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과 형성해 놓은 관계의 질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인맥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평소 접촉하는 사람과의 관계의 질’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실제 사례를 보자. L기업의 김 과장은 연말 승진 심사를 앞두고 막연히 기대감이 부풀었다. 최종 결정권자인 본부장과 과거에 함께 근무하여 잘 아는 사이이므로 잘 봐 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심사 결과는 탈락이었다. 실망이 너무 컸던 김 과장은 학교선배이며 인사팀장으로 있는 최상무를 만나 허탈한 심경을 피력하였다.

그런데 위로 대신 최상무는 의외의 말을 한다. “당신이 본부장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은 승진심사에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네. 함께 근무하는 동안 본부장은 당신을 잘 관찰하였을 것이며, 그 때 좋은 이미지를 형성해 두었다면 지금 약이 되지만, 신통치 않은 인상을 남겼다면 ‘그 친구는 내가 잘 아는데 승진 재목이 못 된다’고 하여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네”.

최상무는 덧붙였다. “직장이든 사회생활이든 평소 주변에 있는 사람과 좋은 이미지를 형성해 두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성공적 인맥형성은 불가능하네. 왜냐하면 누구나 살아가며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좋은 이미지를 형성해 두었다면 그들 중에 누군가가 언젠가 당신을 도와주는 우군이 되지만, 주변 사람에게 ‘그 사람 별로이다’는 이미지를 형성해 놓았다면 많은 사람을 알수록 적을 많이 두는 것과 같네. 본부장처럼 함께 근무했던 사람이 간부직이 될수록 더욱 설 땅이 없어지네. 이번 승진탈락도 그 때문일 수 있네”. 최상무의 통찰이 <접촉이론>의 결론과 정확히 일치하는 내용이다.

말단 공무원에서 차관까지 승진한 사람의 실제 사례를 보자. 고등학교 학력인 그에게 “고시 출신도 아닌 사람이 어찌 차관까지 되었느냐?”고 필자가 묻자 그는 “나는 신참 공무원 시절에 조직 내에 사돈네 팔촌은 물론 아는 사람이 단 1명도 없었다.

그러나 계장, 과장이 될 시점에는 나를 후원해 주는 소위 ‘백’이 나만큼 많은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말단 시절부터 함께 근무한 사람들은 발령이 나서 다른 곳에 근무해도 대부분 나의 팬이 되었다. 평소의 인간관계에서 주변사람에게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 국밥 한 그릇이 잘 나갈 때 일식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성공적 인맥관리의 원리는 현재 가까이 있는 사람이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에도 존중하고 정성을 기울이는 데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소홀히 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인맥은 약화되게 된다는 것이 <접촉이론>의 내용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 -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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