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덕군수! 영덕원전 찬반 입장 밝혀라
[사설]영덕군수! 영덕원전 찬반 입장 밝혀라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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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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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영덕(천지)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이란 태풍이 영덕을 휩쓸고 지나갔다. 달라진 것은 아무런 것도 없고, 영덕에 깊은 상흔만이 남았다. 주민투표가 끝났지만 분열된 민심은 봉합되기는커녕 또 다른 갈등이 여기저기 지뢰밭처럼 도사리고 있다.

영덕군수는 영덕군민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여전히 묘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덕군의 중심인 영덕군수의 입장이 묘연한 판에 영덕군민들이 제대로 된 입장정리를 할 수 있을까.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찬반양측으로 갈린 입장이야 예상됐던 것이지만 반신반의하던 영덕군민들이 이번 주민투표로 영덕원전 유치 찬반양측의 온갖 낭설에 노출됐다. 원전을 둘러싼 자극적이고 허무맹랑한 루머들이 나도는가 하면, 마치 원전을 유치하면 돈방석이라도 앉는 것처럼 그려지기도 했다. 찬반양측의 비방은 말할 것도 없다. 영덕군민들은 혼란스러워했다.

반대 측을 중심으로 한 주민투표가 영덕주민들의 민심을 모두 반영했다고 보기엔 석연찮은 부분이 적잖게 있다. 투표과정에서의 공정성 등도 있겠지만 그보다 주민투표기간 중 반대 측은 투표를 독려했고, 찬성 측은 법적 효력이 없다면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독려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민투표결과는 유권자 3만4432명 중 1만1209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중 91.7%인 1만274명이 반대에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주민투표가 정식으로 진행됐다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면서 조율이란 분위기가 조성돼 영덕군민들이 입장을 정리할 수 있었겠지만 이번 주민투표는 갑작스럽게 진행된 것을 비롯해 한쪽의 일방적인 추진으로 조율과정을 건너뛰고 서로의 입장만 주장하기 바빴다. 그러다보니 분열의 선이 명확하게 그어졌고, 선택이란 극단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

특히 영덕군수의 입장이 모연한 가운데 치러진 주민투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온갖 낭설과 물량공세 등이 이뤄졌고, 영덕군민들의 민심은 혼탁해졌다.

영덕군수가 영덕군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 있었다면 삼척시처럼 법적인 효력이 없더라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정부와 한수원에서 제시한 경제적 효과가 아닌 영덕원전 유치에 따른 경제적 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영덕군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어야 옳았다. 그렇지만 영덕군수는 중립이란 입장을 내세우며 한 발짝 물러섰다.

결과는 비참했다. 영덕군수의 묘연한 입장은 찬반양측의 ‘희망고문’으로 이어졌고, 영덕군수에 대한 입장에 대한 해석이 다르게 풀이되면서 찬반양측에서의 비방수위가 극에 달하기도 했다.

주민투표 이후 영덕군수가 입장을 밝힌다는 것이 더 어렵게 됐다. 이미 찬반양측의 선이 명확하게 그어진 탓에 찬반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선택받지 못한 측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한수원이 지난 18일 영덕원전 토지보상공고를 냈다. 주민투표에 버금가는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공고를 내는 것이야 원전사업자가 결정할 문제지만 분쟁이 발생했을 때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것은 고스란히 영덕군의 몫이다. 이 분쟁을 조정해야 할 토지보상위원회 위원장이 당연직으로 영덕 부군수이기 때문이다. 영덕군의 입장정리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이번에도 영덕군수 입장이 애매모호하게 된다면 찬반양측으로 엇갈린 갈등은 또 다른 분열로 확전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영덕군수는 한차례 골든타임을 놓쳤다. 지금이라도 찬성이든 반대이든 공식입장을 내놔야만 그나마 주민투표로 입은 상처를 봉합하는 계기가 되고, 더 큰 분열로 가는 길을 차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영덕군수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그 동안 영덕군수가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영덕군민들의 민심을 수렴하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믿는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영덕군수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이제 그 동안 파악한 영덕군민들의 민심을 바탕으로 더 늦기 전에 분명한 입장을 내놔야 할 때다.

상처 입은 영덕군민들은 영덕군수의 찬성이든 반대이든 분명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결국 찬성이든 반대이든 상처 입은 영덕군민들을 치료하고 보듬어야 할 당사자는 영덕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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