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가끔 신문이나 TV에서 1950년대 한국전쟁 시 서울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는 경우가 있다. 이 사진에는 소나 달구지에 땔감용 나무를 가득 실고 숭례문이나 동대문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나무꾼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뒤로 보이는 인왕산이나 북악산은 거의 나무가 없는 민둥산으로 보기 흉한 모습으로 사진 속에 나와 있다.
그런데 요즘 인왕산 및 북악산을 포함한 우리나라 전국의 모든 산은 나무가 너무 많아서 가지치기 혹은 간벌이 필요한데,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들어 방치가 되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국토 중에서 64%가 임야인데, 지난 반세기 동안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세계적인 모범적인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산림청은 2002년부터 10월 18일을 ‘산의 날’로 지정하여 올해가 14주년이 되는 해이다.
산림청에서는 이런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산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임업인들의 노력 때문이라고 홍보를 하고 있다.
에너지를 전공하는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런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산이 지금처럼 울창한 숲이 된 것은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연료가 변했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매년 발간하고 있는 에너지통계연보에 의하면 우리나라 에너지통계가 처음으로 집계되어 공식적인 기록으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 1962년도부터이다.
에너지통계연보에 의하면 1962년 1차 에너지 소비실적이 2013년 소비량 280,290천toe에 3.7%인 10,346천toe 불과하다.
그런데 1962년도 1차 에너지 소비량 중에서 가정용 연료로 주로 쓰이고 있는 신탄(장작 혹은 낙엽)이 전체 사용량의 51.7%인 5,349천toe이다.
이는 대부분의 국민이 가정에서 필요한 취사용 혹은 난방용 연료를 산에서 나오는 장작이나 낙엽을 사용했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초등학교 2학년 말부터 4학년 초까지 당시 방송국에 재직하시는 아버님이 목포에서 근무하게 되어서 1969년 11월부터 1971년 4월까지 15개월을 그곳에서 살았다.
그런데 내가 살던 곳이 목포에서도 변두리 지역인 원인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집에서 근처 산에 있는 나무나 낙엽을 채취해서 연료로 사용을 했다.
그래서 내 친구들은 학교수업이 끝나면 동네 인근 산에 나무하러 가는 것이 중요 일과 중에 하나였다.
내 기억에 약 100가구 정도 사는 마을에 내가 목포에서 경험한 첫 번째 겨울인 1969년에 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집이 우리 집하고 마을에서 막걸리 파는 집 단 두 가정 이었다.
그러던 것이 다음해 1970년 겨울에는 마을 이장 집 등 3가구가 추가되어서 다섯 가정으로 증가되었다.
지금으로부터 46년 전의 기억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앞에서 설명한 바 있듯이 내가 살던 지역이 목포에서 외곽 지역이라 연탄을 한 번에 500장 이상 주문을 해야 경운기로 배달을 해주었다.
당시만 해도 탈것이 귀하던 시절이라 동네 친구들한테 연탄 배달하고 돌아가는 경운기를 마을 입구까지 약 2㎞ 거리를 태워 주는 게 동네 골목대장을 유지하는 큰 힘이 되었다.
연탄에 이어서 가정에서 사용하는 취사 및 난방용 에너지는 석유를 거쳐서 가스 및 전기로 변화되었다.
가정용 연료가 바뀌면서 나무꾼 직업은 없어지고 연탄 배달에 이어서 석유 및 가스 배달이 새로운 직종으로 탄생했다.
지금은 우리나라 산에 나무가 너무 많아서 간벌이나 가지치기 등을 해서 솎아내야 하는데, 농촌에서 연료로 별로 사용을 안 해서 남아돌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에 천리안 위성이 찍은 사진에서 남북한 산림축적량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는 백두산이나 묘향산 등 중요한 산 이외에는 우리나라 60년대산처럼 거의 민둥산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시민단체에서 북한의 산림 복구를 위해서 어린 묘목을 제공하는 등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건 단기적인 미봉책일 뿐이다. 북한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연료를 우리나라 예처럼 석탄·석유·가스·전기 등으로 변화시키지 않는 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으로 북한의 산은 나무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벌거숭이 상태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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